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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아테네 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획득하기 위한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이 3월부터 시작된다. 한국도 본선 진출권을 위한 첫경기로 3월 3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중국과의 일전을 시작으로 긴 여정을 시작한다. 그 여정을 떠나기 위한 마지막 시험으로 치뤄진 21일 한-일 올림픽 축구대표팀간의 경기에서 한국은 무기력한 경기끝에 0-2로 패배하면서 앞으로의 여정에 우려를 자아냈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한국 축구의 가장 대표적인 키워드는 '압박'과 '협력'이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공격진, 미드필더진, 수비진간의 간격을 최소화시켜 그 속에서 상대방의 활동범위를 제한하고, 그렇게 제한된 움직임을 보이는 상대방을 2~3명이 끊임없이 압박을 가해서 경기의 흐름을 끌어오는 것이 한국 축구의 대표적인 스타일이다.
하지만 21일 경기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일본이 예전의 한국을 떠올리게 하는 강한 압박을 보여주면서 한국 미드필더진을 압도했다. 일본 특유의 조직력과 짧은 패스에 '압박'이 더해지면서 미드필더진 싸움에서 한국은 번번히 공격진에게 패스 한번 못해보고 공을 빼앗기거나 무리한 공격으로 연결되어 공격권을 일본에게 넘겨주었다. 한국 미드필더진의 빠른 공처리와 적극적인 움직임이 매우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런 한국 대표팀 미드필더진의 열세는 곧바로 수비진의 불안과 공격력 저하, 그리고 일본 대표팀의 파상적 공세로 연결되었다. 허리진영부터 흔들린 수비진은 일본 대표팀의 마쓰이, 다나카, 히라야마 등의 공격진에게 번번히 공간을 만들어주었고 이 공간을 통한 2선침투와 중거리 슛, 돌파가 다양하게 이루어지면서 결국 경기 전체의 흐름을 일본에게 넘겨주었다.
특히 수비진의 엉성한 볼 트래핑과 볼 처리는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국가대표 차출과 각종 대회를 치루느라 선수들의 체력이 저하되었고, 또 수비진간의 제대로 된 연습을 할 기회가 적었다고는 하지만 수비지역 내에서 빠르게 볼처리를 하지 못하다보니 무리하게 롱패스를 시도하고 이것이 일본 미드필더진들에게 커트 당하면서 끊임없이 공격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본이 넣은 2골 모두 그 시발점을 보면 한국 수비진의 문전에서의 빠른 볼처리 실패와 중간 차단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격진의 움직임 또한 수비진 못지 않게 무기력했다. 최성국, 최태욱, 정조국 등 3명의 공격수를 앞세운 한국은 미드필더진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자 결국 개인기와 스피드에 의존하는 중앙돌파와 측면으로부터의 긴 크로스에 의한 득점을 시도했지만, 중앙진영에서부터 이루어지는 일본 수비진의 압박에 좋은 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후반 중반께 보여준 미드필더진으로부터의 짧고 빠른 패스와 침투, 그리고 정확도와 위력이 함께 갖추어진 중거리 슛 등이 전반부터 이루어졌으면 좀 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세트 플레이에 대한 연습도 더 필요하다. 후반 일본에게 첫 실점을 허용한 이후 동점골을 위해서 공격을 하는 과정에서 얻은 프리킥과 코너킥 등에서 한국은 이렇다 할 세트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다. 경기 내내 일본에게 공수 전반에서 압도를 당하고 있던 시점에서 한국 대표팀이 득점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는데 이 기회들을 놓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일본 대표팀의 모습은 작년, 우리가 1승1무로 우세하게 경기를 이끌어냈던 모습이 아니었다. 새로운 선수의 발굴과 다양한 경기경험, 그리고 꾸준한 투자를 통해서 상당히 달라진, 그리고 강해진 모습을 보였다. 오늘 패배가 더 기억속에 남는 것은 '한국이 항상 두렵다'라고 말하던 일본 감독이 경기 후 '한국을 상대하는 방법을 알았다'라면서 더이상 한국이 자신들의 적수가 아니라는 듯 말하고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한국 올림픽 대표팀의 지상과제는 3월 3일에 있을 중국과의 첫 아시아 지역예선 경기이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이 바라봐야 할 곳은 아시아 지역예선을 넘어 강호들과 겨루어야 할 올림픽 본선이다. 일본보다 더 강한 전력을 가진 나라들과의 경기를 가지기 전에 한국 대표팀은 현재 우리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가 다시 한번 돌아보고, 남은 시간동안 그것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한일전의 패배, 그것도 좋지 않은 경기내용과 0-2라는 경기결과는 우리의 입맛을 쓰게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경기결과에만 연연할 때가 아니다. 올림픽 대표팀의 긴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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