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산문집 <신들메를 고쳐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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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hyojinkim)등록 2004.02.27 18:51

이문열 저 I 문이당 출간 ⓒ 문이당

소설가 이문열은 시론이나 칼럼 형식을 빌려, 자신의 산문집 <신들메를 고쳐매며>를 엮었다. 그동안 페미니즘을 문제 삼은 <선택>으로 거센 홍역을 치르기도 했으며, 시민단체를 '홍위병'으로 치부해 세간에 따가운 눈총을 샀다. 이로 인해 일부 독자들은 그의 책을 불사 지르거나 책을 반납하는 등 거칠게 항의표시를 해왔다.

그는 자신에게 욕설을 퍼붓는 이들 속에 "젊은 천둥벌거숭이들이 더 많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젊은이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의연해지려 해도 "그 젊은이들 뒤에 숨어 헤헤거리며 개혁이나 진보로 자신들의 질 나쁜 패자부활전을 겉꾸림 하는 하류 지식인들”, "덜 떨어졌거나 비뚤어진 생각과 믿음을 재야나 시민단체란 그럴듯한 포장지에 싸서 젊은이들을 홀리는 일부 기성세대” 때문에 마음 놓고 편히 돌아설 수 없다고 밝혔다.

이문열은 네티즌의 정치 참여를 "조직되고 전문화된 소수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교묘하게 반복한 심리적 폭력에 세뇌 당하거나, 미리부터 짜인 논리에 밀려 일방적으로 특정의 견해를 주입 받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한다.

또 안티 세력에게 "그들의 생산은 언제나 파괴와 부인이다. 창조와 통합은커녕 승인과 조화 같은 당연한 지향도 그들 속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며 네티즌 전체를 서슴지 않고 폄하한다.

그의 시민세력과 네티즌에 대한 이유 없는 우려는 <우리가 홍위병을 떠올리게 되는 이유>에서 극치에 다다른다.

그는 "우연의 일치치고는 너무 자주 그들의 견해가 정부 혹은 정권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솔직히 말해 정부가 이미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면 따로 시민운동으로 옥상옥을 세울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태연스레 정부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운동을 보게되면 절로 어떤 이면적인 연계를 억측하게 된다"고 분개한다. 하지만 이라크 파병과 FTA 비준안 처리를 반대해 온 시민단체의 운동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순수한 시민들의 운동을 "권력과 야합했다"고 주장하려면 설득력 있는 근거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문열은 <인수해서는 안 될 것들>에서 노골적으로 자신이 수구세력임을 드러내는데, 그는 노 당선자를 반대했던 이유로 "소수 정권이 가지는 약점의 답습"을 든다. 그는 김대중 정권은 자민련과의 연합으로 다수를 확보하고 시작했지만 끝내 "소수 정권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지난 정권들처럼 군대나 경찰을 함부로 쓸 수도 없는 상태에서 기댈 것은 제도 밖의 힘뿐이었고, 그 때문에 난데없는 홍위병 논쟁까지 일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수 정권만이 권력을 잡아야 한다는 말인가. "군대와 경찰을 함부로 쓰는 것"이 진정 우리가 "인수해야 할 것"인가.

1980년 <조선일보>는 광주시민을 '총을 든 난동자'라고 했다. 하지만 현재 역사는 그들을 '민주화의 영웅'이라 부른다. 그런데 2004년 현재 소설가 이문열은 시민단체를 '홍위병'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언행이 "부디 쓸데없는 민감함이거나 구제 받을 수 없는 보수사관에 골수까지 물든 한 소설가의 기우"로 끝나기를 바란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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