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에 댓글 안다는 이유

[주장]유명무실한 조선일보 댓글 기능

검토 완료

김상용(sof1998)등록 2004.03.02 16:29
오마이뉴스 독자들 중 조선일보(디지털 조선일보)를 읽다가 댓글을 달고 싶은 충동을 느꼈거나 실제로 댓글을 달아본 경험이 있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에 부정적인 댓글을 달아봐야 결국 우수마발에 그칠 뿐 생산적인 토론이나 옴부즈만 기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현재 조선일보는 개별 기사를 읽고 댓글을 달도록 허용해 놓았는데, 댓글은 시간순이 아니라 추천수로 서열이 매겨져 정렬된다. 따라서 개별 기사에 달린 댓글들은 대개 조선일보 논조와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추천 수로 댓글의 순위를 매기는 방법은 자칫 해당 기사에 긍정적이고 유리한 의견들만 수렴하고 반대의견은 무력화할 가능성이 있어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추천수로 댓글의 순위를 매기는 방법이 잘못되었거나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 그와 같은 방법이 댓글의 긍정적 기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현재 조선일보뿐만 아니라 한국일보, 중앙일보 등도 비슷한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개별 기사에 댓글을 다는 기능이 아직 없고, 반면에 오마이뉴스, 한겨레신문 등은 순차적으로 댓글을 읽도록 해놓았다.

대체로 진보 성향의 신문들이 댓글에 관대하고, 보수 유력지들이 다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쉽게 비유하자면, 진보 성향의 신문들이 대문을 활짝 열어놓았다면 보수 유력지들은 입구를 좀 좁히거나 출입을 까다롭게 통제하는 듯한 인상이다.

물론 이런 현상의 배경이 무언지 알고도 남는다. 대표적 보수일간지가 감당해야 할 고충을 이해못하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역시 조선일보의 대척점에 서서 그에 못지않은 역풍과 맞서 싸우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댓글을 추천수로 서열을 매겨 배치하진 않는다.
오마이뉴스에 반대하는 그 어떤 주장도 가감없이 수용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조선일보가 좀더 공정한 경쟁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 의도했건, 안했건 추천수로 댓글에 서열을 매기는 건 결국 자사에 유리한 댓글들만 선별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일보나 오마이뉴스 같이 각각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대척적 위치에 놓인 일간지라면 그와 같은 방법은 일종의 편법으로 간주될 수 있다.

해당 기사에 동조하거나 반대의견을 묵살하는 댓글들만 우대하고 그 외에 비판적이고 불리한 댓글들은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다면 굳이 댓글을 달 이유가 없다. 악의적 비난이 두려워 건전한 비판조차 포기한다면 이미 언론사로서 자격미달인 셈이다.

조선일보가 순차적으로 댓글을 읽도록 했을 때 자칫 소모적 논쟁이 양산될 것을 우려한다면 좀더 자신감을 가질 것을 권한다. 쓴 약이 몸에 좋은 법이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면 공정과 객관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조선일보와 오마이뉴스가 상호 공정하고 선의적인 경쟁을 통해 보수와 진보의 접점을 도출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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