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BS에서 일요일 오전 11시에 방영되는 '결정 맛대맛'은 달콤한 향기로 나른한 휴일의 미각을 자극하는 오락 프로그램이다.
볶음밥 vs 카레, 우렁된장 vs 도미회덮밥, 조개구이 vs 조기구이, 라면 vs 떡볶이, 피자 vs 족발...
진행자인 정은아, 류시원 씨가 각각 하나의 음식을 선택해 맛깔스럽게 소개하면 초대손님들은 각자 선호하는 음식에 가표를 던져 최후의 승자를 가려낸다.
그리고 초대손님들은 자신이 선택한 음식이 경합에서 이겼을 때만 성찬을 즐길 수 있고, 선택이 어긋나면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 패배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 주는 셈이다.
과거에도 종종 이런 유형의 프로그램들이 명멸한 전례가 있지만, 대체로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삶의 질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면 이와 같은 음식, 요리 관련 프로그램은 자연히 각광받기 마련이다.
특히 '결정 맛대맛'처럼 서로 다른 음식이나 요리사, 음식점들이 경합을 벌이는 오락 프로그램은 이미 일본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린 바 있다. 일본의 경우 이런 프로그램에 출연해 경합하는 요리사나 음식점들은 저마다 확고한 비법이나 전통, 자부심을 갖고 있어 실질적으로 사활을 건 진검승부가 연출된다.
그에 비하면 '결정 맛대맛'은 아직 미식가들의 품평회에 비견될 가벼운 오락 프로그램으로 승자와 패자 모두에게 별로 부담이 없다.
앞으로 국내에서도 맛과 맛의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요리 경연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선을 보일지 알 순 없지만, 장금이와 최상궁의 음식 경합처럼 사활을 건 한판 승부는 보는 입장에선 즐겁지만 당사자들에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결정 맛대맛'은 승자와 패자가 모두 즐거운 유쾌한 품평회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보고 시청자들이 갖는 궁금증 가운데 하나가 바로 '패한 팀은 정말 음식을 못먹을까?'다.
얼마전 SBS의 한 프로그램에서 확인된 바로는 패한 팀은 정말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고 한다. 다만 방송 녹화중 각자 알아서 챙겨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렇게 가혹할 정도로 엄격히 벌칙을 적용하는 이유는 자칫 초대손님들이 무성의하고 나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벌칙이 형식에 불과하다면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므로 선택은 무의미해지고 방송 자체의 긴장감과 집중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엄격히 벌칙을 적용하다보니 최근엔 초대손님들이 낙점 가능성이 높은 음식에 몰표를 던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소신지원이 아닌 안전지원을 선호한 결과다.
그러다 보니 최종 스코어 8:0, 7:1 이란 결과에 대해 회의를 품는 사람들이 늘고, 경합에서 패한 당사자들의 부담도 그만큼 커졌다.
앞으로 제작진이 이 점을 인식하고 좀더 공정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개선책을 강구해 볼 것을 권한다.
손님에게 식사 대접도 안하고 그냥 돌려보내는 건 한국적 정서에도 맞지 않는 야박한 인심이다. 차라리 별도의 벌칙을 만들어 이행토록 하고 성의껏 음식을 대접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병주고 약주는 셈치고...
|
|
|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