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 車업계, 고춧가루彈 정치판과 닮은 꼴

차산업은 국가 산업, 상생의 길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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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민(gramsh)등록 2004.03.12 10:30
게는 절지동물문 갑각강 십각목에 속하는 해산 동물의 한 군이다. 세계에 약 5천종, 우리나라에는 183여종이 있다. 특히 서해안에서 잡히는 꽃게는 맛이 좋고 육질이 부드러워 일본 등으로 많이 수출되고 있다고 한다.

서해안 갯벌에 가보면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다. 잡은 게를 보관하는 통에 뚜껑이 없다는 점이다. 게는 점프를 못하기 때문에 뚜껑이 필요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두 번째 이유를 알고 나면 왠지 씁쓸해 진다. 그것은 밖으로 먼저 탈출하기 위해 게들이 서로 물고 늘어지기 때문에 단 한 마리도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차 내수 부진이 갈수록 심각해져 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업계가 최근 들어 경쟁사가 펼치는 대형 행사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좋지 않은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최근의 한 예는 현대자동차와 GM대우자동차의 기 싸움. 현대자동차와 GM대우자동차는 오는 23일 같은 날 서울 롯데월드와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에서 각각 '싼'과 '라세티 헤치백' 모델을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GM대우는 닉 라일리 사장까지 직접 참석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연히 같은 날 대형 행사 일정이 잡혔을 수 있다고 짐작할 수 있지만 차 업계끼리는 중요 행사 날이 겹치지 않도록 사전에 조율하는 것이 관례다. 따라서 이번 두 행사 이면엔 무언가 석연치 않은 배경이 있지 않느냐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해 겨울엔 쌍용자동차와 현대자동차가 감정 싸움을 한 적이 있다. 쌍용자동차가 '뉴렉스턴'을 발표하던 날 현대자동차는 울산 현대차 공장에서 '100만대 수출 기념 행사'를 개최한 것. 이 때문에 두 업체 중 홍보 전략에 손해를 봤다고 느낀 한 업체는 “치사해서 앞으론 절대 대형 행사 일정을 외부로 노출시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우리 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국가 기간 산업이다. 자동차 산업이 무너지면 국가 경제가 부도가 난다. 기아자동차와 대우자동차 사태가 여실히 보여주었다.

한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기업들이 서로 깎아내리고 헐뜯기보다는 내수 부진을 함께 탈출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정부에 자동차 특별소비세를 당분간 면제시켜달라든지, 서민형 자동차인 소형차 등에 더 많은 혜택을 달라고 함께 건의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모습이자 상생의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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