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를 보고 목숨을 버릴 용기가 어디서 나는지를...

무엇이 나같은 무지랭이가 비싼 비행기로 여의도 까지 이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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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옥(ok2558)등록 2004.03.13 16:11
나는 조그만 카센타를 운영하는 정비사이며 58년 개띠이니 우리나이로 47세이다.
구멍가계 사장이지만 항상 기사와 함께 작업을 하니 언제나 손톱 밑은 기름때가 끼여 있다.
어제 아침시간 나는 밥 생각도 없이 오로지 국회 소식에 귀 기울였다.
간밤에 몸싸움도 있었는 모양이다.
오늘 오후까지 버티면 탄핵발의는 무효가 된다는데...

이곳 창원에서 여의도까지는 김해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로 가도 3시간은 걸릴건데..
가계문을 열고 기사에게 부탁한 후 잠바 차림으로 공항행 버스를 탔다.

공항대기실 TV를 보니 긴장감이 돌고 있다.
"내가 왜 비행기 표를 끊었나? 내가 여의도 간다고 해결 될 일인가?"
한시간을 기다려 비행기를 탔다.
기내 사람들은 국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이 있을까....

김포 도착후 대합실로 나가는데 TV소리가 심상치 않다.
아내로 부터의 전화가 왔다.아내에게 알리지도 않고 왔는데 가계 기사로부터
공항버스를 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나의 심정을 이해를 하는건지 생각보다 말투가 부드럽다.
대합실 TV를 보니 개표결과를 발표한다.

"아!"
말문이 막힌다는게 이런거구나 싶다.
모두들 말이 없다.
나는 내가 왜 여기 김포공항에 와 있단 말인가?
과연 탄핵안 가결과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갈곳을 잃은 사람처럼 멍하니 TV를 보노라니 눈물이 흐른다.
한번 흐르는 눈물은 지체 할 수 없는가 보다.모두들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시쳇말로 상황은 끝났는데 어디로 갈까?
서울에서 은행 다니는 동생과 통화를 하니 서울에 온 일이 궁금한 모양이다.
여의도 가고자 왔다고 하여도 믿지 못하는 눈치다.
그럴만도 한것이 먹고 살기에도 급급하여 날마다 쪼들리는 삶을 사는 내 형편에 여의도를 가고자 기차도 아닌 비행기를 타고 왔다 하니 이해를 못할 만도 하다.
그것도 가게를 비우고...

점심 나누고 강남터미널로 전철 타고 가다 문득 생각을 바꾸었다.
이왕 온길에 의사당 앞에 가보기로...

많은 인파들의 외침이 낯설어 보이질 않는다.
오후 들어 여의도에 찬바람이 불었다.
대부분 나 보다 젊어 보인다.
비슷하거나 나이들어 보이는 분들은 구호도 따라하지 않는다.
마치 초상집에온 얼굴 들이다.
말은 없어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무엇이 무지랭이 같은 나로 하여금 이곳까지 오게 하였는가?
그것은 누구에게도 말로 풀수없는 답답함 이였다.
그것은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이 아니였는지..

늦은저녁 내려오는 버스에서 여러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 몇 십년 이땅의 민주화를 외치고 나서며 항거 하였던 그들의 용기가 대단 하였음을...
그리고 불의를 보았을때 왜 목숨까지 버릴 각오로 싸우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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