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정국에 양비론, 음모론은 없다.

쿠테타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된다.

검토 완료

맹성렬(slm221)등록 2004.03.15 12:02
이번 대통령 탄핵 정국을 놓고 양비론(兩非論)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탄핵안을 통과시킨 야당도 문제지만, 상황을 여기까지 몰고 온 대통령과 여당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양비론이 과연 옳은가를 살펴보기 위해 순전히 겉으로 일어난 현상만으로 지금 상황을 분석해보자. 이번 상황은 마치 길 지나가다 쳐다본 사람을 갑자기 잡아놓고 쳐다봐서 기분 나쁘니 무릎 꿇고 빌지 않으면 내 칼이 잘 드나 안 드나 한번 시험삼아 네 배를 찔러보겠다고 협박하는 동네 양아치의 행위에 빗댈 수 있다. 탄핵 거리가 전혀 않되는데 그냥 기분 나쁘니 탄핵하겠다고 한 것이니 이런 비유가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이럴 경우 누구한테 죄가 있나? 무고한 사람 갖고 장난하지 말라고 점쟎게 타이르면서 끝내 무릎 꿇지 않은 사람에게 죄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괜히 시비걸어 행인의 배를 찌른 양아치가 죄가 있는 것인가? 양비론은 시비를 건 놈도 죄가 있지만 상대방이 흉기를 들고 설치면 알아서 무릎을 꿇었어야지 괜히 허세를 부린 행인도 죄가 있으니 둘이 모두 감옥에 가라는 것과 같다. 지금 일부 교수들과 언론은 이런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 답은 지식 포탈 네이버 한테 물어봐라. 일부 교수나 신문은 잘 몰라도 네이버는 잘 안다.

이제 이번 사태를 한꺼풀 좀 더 속으로 들어가서 살펴보자. 한 신문은 지난 일요일판 사설에서 야당 뿐 아니라 여당도 이번 탄핵 사태를 원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비치고 있다. 여당 의원들이 정말 그랬을까? TV를 통해 생중계 되던 현장에서 울부짖던 임종석, 절규하던 정동영, 핏발선 눈으로 노려보던 유시민, 허탈과 절망의 표정을 짓던 김근태, 국회의원 뱃지를 내던지며 분노를 표시하던 김영춘의 모습을 보았다면, 감히 이런 의심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송석찬이 좀 오버했다는 건 인정하자. 그는 원래 좀 그런 사람이다.

일부 언론은 총선 정국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심고원려(深考遠慮)가 있었을 것이란 억측까지 하지만, 이건 노무현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그는 이런 꾀를 부릴 줄 모르는 사람이다. 자신의 원칙대로 하는 사람이다. 부산에서 선거에 세번 씩이나 나와 떨어지는 무모함으로 그는 팬들을 얻었다. 그가 어떤 식으로든 꾀를 부렸다면, 노사모라는 팬클럽이 생길 수 없었다. 지난 대선 정국에서 노무현이 당시 상황으로는 승산이 없어보이던 여론조사에 의한 정몽준과의 후보단일화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한나라당의 집권만은 안된다는 생각에서 무모한 베팅을 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이건 정치 프로 9단이라는 김대중이나 김영삼이 못한 일이다. 노무현이 그 당시 정치 아마추어였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다.

노무현은 이런 측면에서 아직도 정치 아마츄어다. 그런데, 정치 프로들이 다들 나가떨어지고 있다. 아마츄어는 열정과 순수성이 있다. 그들은 단지 그것이 옳고 좋기 때문에 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 아주 단순하다. 프로는 밥그릇 때문에 그런 걸 못한다.
이번 사태는 벼랑끝 작전을 편 야 3당이 막판에 서로 어느정도 체면도 유지하고 밥그릇도 지키는 절충안을 상대방이 당연히 동참할 줄 알고 내놨는데 노무현이라는 아마츄어는 기존 정치권에서 짜여진 암묵의 카르텔을 깨고 그것을 거부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가 싫으면, 자기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자기 밥그릇 내동댕이치는 것이 노무현 방식이다.

이번 탄핵 사태는 노무현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상식’을 지키기 위해 ‘상식’대로 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기 죽을 줄 모르고 몰상식한 짓을 한 것은 저 3 야당들일 뿐이다.

말도 안되는 3당합당으로 태어나서는 안됐을 정당을 탄생시킴으로써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10년 이상 늦춘 김영삼은 이번 사태를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번 일로 탄생되어서는 안되었을 정당이 자칫 와해될 처지에 놓였으니 이게 바로 사필귀정이다.

자업자득(自業自得). 경호권까지 발동시켜 열린 우리당 의원들을 개 끌듯 끌고 나가게함으로써 대통령 탄핵의 특틍 공신이 되어 한 일간지의 금주의 인물로까지 선정된 박관용 국회의장이 한 말이란다. 이제 분노한 절대 다수의 국민이 탄핵반대를 외치며 들고일어나고 있고, 탄핵에 동참한 3야당이 총선에서 필패지국(必敗之局)에 이르렀다는 징후가 보이니 이거야 말로 자업자득이다.

자 이제 좀더 이번 사태의 핵심으로 들어가보자. 왜 노무현 대통령이 야당에게 사과하고 굴복하지 않고 버틴 것일까?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대통령의 열린 우리당 지지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보다 본질적인 것이 있다.
중국의 관영신화통신은 이번 사태가 노대통령 취임 후 지속적으로 정치개혁을 부르짖으며 보수파의 기득권을 건드렸고, 이후 보수파와 대통령간의 죽기살기식 정쟁이 벌어졌다고 문제의 본질을 아주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그렇다. 사실 지금까지 이처럼 크게 표면화되지 않았지 이것은 ‘죽기살기’의 전쟁이다. 노대통령은 그동안 자기 자신을 내던져 우리 사회를 좀먹고있는 부정부패, 부조리의 온상인 기득권들을 뿌리뽑는 개혁작업을 진두지휘해 왔다.
그 작업의 첫 단추가 검찰 개혁이었고, 이를 통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게 된 검찰이 나서서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정치 자영업자들의 검은 거래를 차단하는 개혁작업을 수행하고자 한 것이다. 여기서 노무현 자신도 예외일 수 없었고, 그의 측근들도 줄줄이 잡혀가는 상황을 맞이했다. 한마디로 너죽고 나죽기식의 개혁 드라이브였다. 자신의 팔다리를 자르는 고육지책(苦肉之策)이 아니고는 뿌리 깊숙히 썩어있는 정치판을 정화(淨化)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대다수 국회의원들은 권력과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움켜쥐고 국정을 농단(壟斷)해 왔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노무현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에 의해 절대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노무현은 자기 스스로의 권위주의를 깨고 국가권력을 국민에 돌려주려 함으로써 지금까지 무소불위(無所不爲)로 휘두르던 국회 권력도 덩달아 약화되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해왔으며, 차떼기로 정치권에 유입되는 검은 돈줄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정치 자영업자들이 부를 축적하고 그들의 임기를 무한히 연장하려하는 시도를 막았고, 친일(親日)한 조상의 행적을 감춤으로써 그들이 지금껏 누려온 거짓 명예의 진실이 밝혀져 스스로 부끄러워지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권력과 돈과 명예를 모두 박탈당하게 된 그들의 마지막 선택은 노무현과 그 지지 세력을 몰아내는 길 밖에 없는 것이다. 이제 저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총선을 미루고 개헌을 시도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만일 이렇게 된다면, 저 불의(不義)한 기득권 세력들의 쿠테타는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모두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촛불을 들고 밤을 밝혀야 한다. 쿠테타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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