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광화문 탄핵규탄 시위 스케치

평화로운 시위 현장, 축제의 한마당

검토 완료

이동구(ccomjipp)등록 2004.03.15 19:19

광화문에 나갔다. 95년 노동법 파동 때 회사에서 파업하고 거리로 나선 이후 처음이다.

87년 대투쟁 때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며 벌써 17년의 세월이 지났다는 것이 별로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참으로 황당하고 말도 안되는 일이기에 노무현에 대한 찬/반과는 무관하게 사람들이

모이는 듯 했다. 그저 나와서 머릿수를 채우는 것 만으로도 뭔가 할 일을 하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마치 집에서 편히 봐도 되는 월드컵을 굳이 사람 빽빽한 광장에 모여

함께 소리지르며 구경하듯이 말이다.



항상 시위 현장에는 경찰들의 모습이 가장 먼저 보인다. 길을 막고 있는 경찰 버스와

이유없이 길가에 도열해 있는 경찰들...

하지만 밀려 드는 사람들에 의해 이 친구들은 자리를 옮기게 된다.






옛 동아일보 사옥 옥상에는 취재진들이 포진해 있다. 저정도 망원렌즈면 왠만한

자동차 한 대 값인데...






대학생들이 들고 나온 플래카드...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사설을 쓴 연암 장지원

선생은 내 중학교 동창의 외조부되신다. 별 상관없는 이야기긴 하지만...






교보 옆 작은 공원에서는 조그만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아무나 나와서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박수도 치고... 웃기도 하고...






행사가 시작되기 전이라 그런지 각 단체별로 행진을 하기도 한다.






태극기를 두른 모습이 이제는 일상적이 된 것 같다.






종로 쪽에서는 경찰들이 도로를 통제하기 시작한다. 행사 시작 때만 해도 광화문

방향으로만 막았었는데 7시 반이 넘어서면서 밀려드는 인파 때문에 결국 동대문

방향도 통제가 되었다. 결국 광화문 사거리에서 종각까지 완전한 시민들의 공간...






저마다 눈길을 끌기 위한 방법도 가지가지...






날이 어두워지면서 촛불이 위력을 드러낸다.






가족 단위로 나온 시민들이 특히 많이 눈에 띄었다.












할아버지들도 열심이시고...






카메라를 째리고 있는 외국인들도 많이 보였다. 쪽팔리는 일이긴 하지만...






이제 촛불은 우리의 시위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일부분이 된 듯 하다.






생판 처음 보는 사람 간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촛불의 행렬...

여기 모인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든든한 끈이 된다.



















노점상 할머니도 커피 파는 데에는 별 관심이 없다. 찾으면 한 잔 따라 주고,

행사장에서 노래가 울려 나오면 따라 부르시고...






마저 트인 동대문쪽 종로거리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는 사람들...






행사가 진행 중인 무대 뒷편. 촛불의 행렬은 끝도 없이 이어진다.






앞에서 등장했던 경찰들은 밀려 오는 사람들 때문에 더 이상 길 한복판에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대신 잔디밭에 모여 대기 중. 뭐라 너스레 떠는 놈도 있고, 하품하는 놈도 보인다.

긴장감? 시민들에게도 없듯이 이 친구들에게서도 그런 것은 찾아 볼 수 없다.

박정희가 세운 이순신 동상이 참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87년과는, 또 95년과도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예전의 비장함, 전투를 앞둔 듯한

긴장감은 찾아 볼 수 없다. 월드컵 기간의 촛불 시위도 그랬지만 이제는 이런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표정에는 친구의 졸업식을 찾는 듯한 일상의 표정 그대로였다.


노점상 앞에서 군것질 거리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는 꼬마와 부모, 화이트데이를 맞아

장미꽃과 촛불을 나란히 들고 서 있는 연인들...


그들에게 이러한 시위는 이미 일상이고 즐거운 축제이며, 자신의 의사를 떳떳하게

표현하는 하나의 공식적인 행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면 세상이 많이 달라진

것이 아닐지... 탄핵 의결 이후 대통령이 짤리던, 그냥 있던 간에 우리 사회는 이미

그 정도 가지고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확인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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