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외인구단과 왼손잡이

좌절과 재생의 원형(archetype)은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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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돈(foje)등록 2004.03.16 11:46
이전 386세대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던 만화가 하나 있다. 바로 그 유명한 <공포의 외인구단>이다. 거의 가망이 없어 보이거나, 연습공이나 던져주던 수준의 야구 선수들이 지독한 훈련을 거치면서 결국 야구계를 일거에 평정한다는 내용으로 그 삶의 반전과 역전은 많은 사람들에게 통쾌감을 전해 주었다. 이처럼 주류 문화에서 벗어난 이들이 역경과 좌절을 헤치고 장쾌한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접할 때에 사람들은 많은 감동을 받곤 한다.

그래서 소설 등 문학 작품에서는 그러한 ‘좌절과 재생(Breakdown and Rebirth)’의 원형(archetype)을 활용하여 주인공이 절망이나 불리함을 견디어 내고, 생명과 승리를 거두는 삶의 내용을 그림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성경에서도 유대의 지도자로서 비주류 출신의 에훗(Ehud)이라는 '왼손잡이' 사사(士師)가 등장한다. 사실 고대 유대 문화에서 왼손잡이라는 것은 굉장히 부정적인 특징이었다. 당시 오른손은 권능과 승리의 상징으로, 반면에 왼손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고, 임종시 아버지가 두 아들을 축복할 때도 오른 손을 장자(長子)의 머리 위에, 왼손을 차자(次子) 위에 얹고 축복함으로써 '왼쪽'은 '오른쪽'에 비해 보다 덜 중요한 것으로 간주했던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왼쪽 천시 경향은 왼쪽이 불합리하고 틀린 것이라는 사상으로 이어지게 되어, 지금도 영어에서 'Right'는 단지 '오른쪽' 이라는 뜻 정도가 아니라 '옳은'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고, 자연스럽게 '오른쪽이 아닌'이라는 말은 '옳지 않은'이라는 뜻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성경 원문에서는 에훗을 소개할 때에 그를 '오른 손이 아닌 사람'으로 표현함으로써 그것이 그에게 큰 핸디캡으로 작용하고 있었음을 시사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에훗은 민족이 도탄에 빠졌을 때 분연히 일어나 이스라엘을 구원하였는바 성서는 그가 바로 자신의 그 왼손을 사용하여 이스라엘의 대적을 제압하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결국 주류문화에 편입되지 못한 채 멸시를 당하였던 그 왼손으로, 실패와 약점의 상징이었던 그 왼손으로 에훗이 승리하였다는 사실을 성경은 명확하게 강조함으로써 인간의 절망과 좌절은 얼마든지 하나님 안에서 희망과 승리로 바뀌어 질 수 있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한국갤럽(http://www.gallup.co.kr)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 중 왼손잡이는 4%이고, 전체 인구 중에서 왼손잡이는 200만명 가량이며, 왼손잡이에 관대한 외국에서 왼손잡이가 15% 정도인 것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왼손잡이 비율은 현격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만약 자녀가 왼손잡이일 경우에 오른손으로 바꾸라고 하겠는가?"라는 질문에서 전체 응답자들의 38%가 "그렇게 하겠다"라고 응답함으로써 여전히 왼손에 대한 편견이 존재하고 있음이 밝혀지게 되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왼손잡이의 우수성이 계속해서 부각되고 있고, 대표적인 왼손잡이로서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베에토벤, 뉴톤, 아인슈타인, 빌게이츠 등의 예를 들면서 왼손잡이들은 우뇌를 많이 활용하게 됨으로 창조성, 예술성, 감수성에 있어서 더욱더 뛰어난 탁월함을 지니게 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좌절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그 비주류적인 요인이 오히려 약점이 아니라 얼마든지 강점으로 작용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왼손잡이들에게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스스로 비주류라고 여기면서 사회적인 한계와 굴레가운데에서 처해있는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어야할 사실이기도 하다.

결국 '외인구단'의 신화가 오늘날에도 계속될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 모두가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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