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괘(占卦) 정치와 탄핵 정국

점괘 정치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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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돈(foje)등록 2004.03.16 17:07
근래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와 관련하여 숨겨졌던 이모저모의 일들과 그 비화(秘話)들이 소개되고 있다. 그 중에 하나로서 지난해 말, 민주당 강운태 사무총장이 상임중앙위원회 회의에 앞서 조순형 대표의 2004년 사주를 공개하면서“적장의 목을 베는 점괘로서 싸우고 또 싸워, 그 뒤 끝내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2004년 운세”라고 하였는바 당 지도부는 일제히 탄성을 터트렸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러한 사례에 비추어 지난 3월 15일 열린 우리당 신기남 의원은 "민주당이 점괘 정치에 의존하여 비이성적인 태도로 탄핵 문제에 접근했다"라고 지적하였다(연합뉴스 2004년 3월 15일자).
물론 민주당이 그러한 사주의 신빙성에 대하여 얼마만큼 신뢰하면서 탄핵 정국을 주도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흥미로라도 점괘를 참조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사실 그 동안 정치권이 '점괘'를 참고 사항으로 여겼으며, 총선 같은 중요한 시기에는 소위 용하다라고 하는 점(占) 집에 정치인들이 자주 드나들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점괘라는 것이 얼마나 비이성적인 것인가? 이것은 합리적인 삶의 과정을 저버리고, 초월적인 비약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최대한 실현하려고 하는 일종의 신비주의에 해당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자기중심성을 극대화하려는 체계 안에서는 도덕성이 상실될 수밖에 없고, 결국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향성들로 가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고로 점괘와 비도덕적인 의사 결정 사이에는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어 왔던 것이다.

예컨대 고대 사회를 보면 권력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무속 신앙적인 점괘를 이용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귀족 사회의 입김이 강했던 고대 부여에서는 영고라는 축제가 있어 그때 소를 잡아 그 발굽을 보며 점을 치곤 하였는데, 당시 점술가로서의 제사장은 이미 귀족 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하여, 그것이 마치 하늘의 뜻을 받아서 되어지는 것인 양, 일종의 짜여진 각본을 통해 백성들 앞에서 조작된 점괘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축제 전 귀족회의시 왕이 신임을 얻지 못하게 되면, 제사장은 축제 시 예식을 통해 흉한 점괘를 내어놓으면서 왕을 물러나게 하기도 하였고, 전쟁을 앞두고도 그런 식으로 의사를 결정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복종하게끔 만들었던 것이다. 일종의 조작 정치였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그 정도나 방식의 차이가 다를 뿐이지 근래에도 이렇게 점괘에 의존하여 자신의 입지를 조금이나마 부각시키려는 일들이 정치권에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물론 금번에 점괘 정치와 탄핵 정국이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탄핵 소추 결정이 몰이성적이며 비합리성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양자간에 그 의미적인 맥락은 연결되어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정치권에서 다시는 '점괘' '사주' 운운하는 일들이 없기를 바라면서, 그러한 점괘 정치 문화와 함께 모든 불온한 비합리성들이 사라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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