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반대 집회에 참가한 한 장애인 ⓒ 이철용
한나라, 민주, 자민련 3당의 폭거가 부른 탄핵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연일 전국에서는 수만 명이 탄핵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통령의 탄핵 문제는 사사로운 정략과 정쟁의 도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우리 정치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 듯 한나라, 민주, 자민련 3당은 명분 없는 탄핵을 가결시켰다.
이에 국민들의 여론이 불거지자 문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진의를 외면하고 싶었던 야3당은 여론조작 논란까지 들먹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그들의 동지 역할을 충실히 해왔던 조중동까지도 7:3의 여론결과를 통해 국민들의 탄핵반대 의견들을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탄핵 사태를 바라보며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번 사태에 대한 장애계의 침묵이다. 탄핵이 비장애인의 문제만이 아닐 것인데 한국의 대표적 장애인 단체를 자임하는 거대단체들은 아직도 탄핵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물론 부산장애인총연합회와 한국DPI,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일부 단체들은 탄핵에 대한 반대의사를 공식 발표한 바 있고 한국농아인협회의 경우 탄핵의 찬반 문제가 아니라 이번 사건의 보도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조치가 없었음을 성명을 통해 강력히 항의했다. 그나마 아쉽게도 이러한 움직임은 일부 단체에서만 드러나고 있다.
이권과 관련한 사안에 있어서는 즉시 대응을 하던 단체들이 탄핵과 같은 헌정을 중단시키는 사태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는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당당히 권리를 주장하는 장애인단체들이 국가의 운명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아닌지 묻고싶다.
연3일 전국에서 촛불이 타오르고 서울의 광화문에서는 10만에서 수천명까지 매일 탄핵을 규탄하는 집회가 벌어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곳에서 장애인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또한 집회를 이끌고 있는 '탄핵무효·부패정치척결을 위한 범국민행동(준)'은 우리나라 대표적 시민사회단체를 포함한 550여개의 단체들이 모여 탄핵의 부당성을 알리며 야만적인 16대 국회를 심판하는 자리인데 그 550여개의 단체중에 장애인 단체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두 단체뿐이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3월 13일 광화문 탄핵반대 촛불집회에서 장애인 대표로 소개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의 김정열 소장의 발언과 관련해 '한국사회복지사협회(http://welfare.net)'의 게시판에서는 '누가 장애인계 대표인가'라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 이철용
그러나 이번 국민들의 집단적 움직임은 단순히 반노, 친노의 개인 차원의 의사표현이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장애계가 평소와는 다르게 침묵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정치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기에 눈치를 보는 것인가? 아니면 정치는 원래 관심이 없는가?
기자의 확인결과 대표적이라고 자임하는 장애인 단체의 활동가들도 '우리도 무엇인가 말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들은 있지만 감히(?) 의견을 개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분명 국민의 이름을 찬탈하여 저지른 야3당의 폭거이다. 이러한 폭거 앞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당당한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대한 책임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폭거에 대해 침묵한다면 우리가 사회에 대해 어떻게 불의를 바로잡으라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장애인단체들이 단순한 이익집단이 아닌 사회 변혁과 민주화의 중심에 서는 당당한 존재로 할 말을 할 때 장애인의 권리도 지켜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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