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가 인도 민주주의의 걸림돌이라면?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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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용(moibleu)등록 2004.03.17 11:16
간디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비폭력 저항운동의 선구자, 세계의 지성과 같은 말들이 떠오른다. 아마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에게도 가장 존경하는 위인들 중의 한 명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간디가 인도의 민주주의와 여성인권신장에 큰 걸림돌이라면? 당신은 수긍할 수 있을까? 아마 이런 말을 했다간 우리나라에서도 정신 나간 사람, 이상한 인간이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일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아시아를 너무 모르기 때문이고 그 아시아를 알려주기 위해 쓰여진 책이 바로 한겨레신문사에서 2003년에 펴낸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이다.

한겨레21의 정문태 기자가 팀장을 맡고 있고, 아시아 각국의 기자들이 참여한 아시아네트워크에 의해 탄생한 이 책은 비단 우리나라 독자들 뿐 아니라 자신들의 대륙인 아시아 이웃 나라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아시아의 모든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간디의 지명도가 전세계적인 것이다보니, 책의 가장 첫 글이 바로 간디에 관한 것이다. '타임스 오브 인디아'의 편집장인 저자가 붙인 제목은 놀랍게도 '간디, 히틀러의 그림자'이다. 생각해 보라. 우리 나라의 누가 '김구, 히틀러의 그림자'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다면? 물론 저자는 간디의 위대한 업적들을 인정하고 있지만 너무나 위대한 명성 때문에 가려질 수밖에 없었던 간디의 단점들도 알아야 현대 인도의 가장 큰 문제점인 신분제도의 폐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한 인류역사상 가장 참혹한 학살극 중의 하나였던 킬링필드가 단순히 폴 포트라고 하는 광적인 독재자에 의해서 벌어진 것이 아니고, 배후에 미국이 있었고, 1기 킬링필드라고 하는 것이 미국에 의해서 자행되었다는 사실을 알고서 서구에 의해 왜곡된 세계사만을 알고 있는 내 자신을 반성했다.

6.25에 관해서라면 미국과 소련, 중국, 그리고 일본과의 관계만을 기껏 생각해온 나에게는 6.25를 아시아 각국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해관계와 정치역학관계 등도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그리고 상록수 부대 파견으로 일반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동티모르의 항쟁역사도 개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이 책이 정치, 군사적인 주제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의 섹스 문제, 성차별 문제에 관한 글들은 정치사에 관한 글들보다도 더 충격적이기도 하다. 지역적인 면에서도 우리에게는 아시아로서의 동질감이 상대적으로 약한 레바논이나 팔레스타인까지도 빼놓지 않고 담고 있다. 또한 특별기고로 前 버마학생민주전선 의장 나잉옹, 동티모르 대통령 사나나 구스마오, 팔레스타인 독립운동단체 하마스의 지도자 야신의 자서전도 담고 있어 보다 생생한 역사를 들려주고 있다.

이 책에 담긴 내용은 어쩌면 한 권으로 담기에는 너무 방대해서 단순히 개략적인 지식만을 전해줄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대체로 갖고 있는 서구적인 역사관과는 전혀 다른 아시아인의 시각에서 본 역사를 알게 해 주는 역할은 충실히 해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여기에 실린 글들의 내용과 입장들이 모두 옳은지는 이 책에서 배운 아시아가 거의 전부인 내 지식으로 판단할 일은 아니지만 '자주'라는 말이 아직 공허하게 들리는 우리나라의 문제를 공유하고 있는 아시아 형제들에 관해서 조금이나마 더 알고 싶다면 지체없이 이 책을 펼쳐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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