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착오적 ′왕비간택′ 발상

서울시, 15-17세 여자청소년 대상 '왕비간택' 행사기획 물의

검토 완료

김정혜(wicce)등록 2004.03.23 18:23

행사가 열리는 운현궁 홈페이지와 행사 광고창 ⓒ 김정혜

서울시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왕비 간택' 행사를 개최하기로 하고 여학생들의 참가 신청을 받고 있어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시는 홈페이지(http://www.seoul.go.kr/)를 통해‘왕비(명성후) 간택의식 재현행사 개최 (명성후를 찾습니다. 4월에 왕비가 되어보세요)’라는 제목으로 행사 참가신청을 받는 중이다.

서울시는 "운현궁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시민들에게 우리의 전통 궁중 문화를 보여 주기 위하여, 이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제출 서류와 심사 기준 등으로 볼 때 또 다른 미인대회의 일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밝힌 심사 내용에 따르면 걸음걸이, 절하는 법, 음식 먹는 법, 차 마시는 법 등 ‘기본예절’과 ‘식사예절’을 심사하여 ‘초간택’과 ‘재간택’을 진행하게 된다.

실제로 왕비 간택을 할 때 음식 먹는 법이나 절하는 법과 같은 '여성스럽고' 다소곳한 행동만을 기준으로 삼았을 리도 없거니와, 여성은 아내이자 어머니로서만 의미가 있었던 유교적 원리가 지배한 시대의 절차를 청소년들까지 참가시켜 재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서류전형으로 '초간택' 후보 27명을 선발하게 되는데, 지원서류에는 키와 몸무게를 기재하고 사진을 부착하도록 되어있다. 이는 외모가 선발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임태연 한라대 강사(여성학)는 이번 행사가 "최고 권력에 대한 남성적 판타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여자 청소년들이 남자의 성적 대상이라는 점을, 고상한 한복과 단아한 몸가짐 속에 감추어 자연스럽게 주입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이번 행사에 대해 6개 시민단체는 연합 성명을 내고 행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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