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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의 주차장. 진용호 선생님의 차가 진흙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공사하느라 흙은 부어놓은 주차장 바닥이 어제 내린 비로 물러진 탓에, 아무리 빠져나오려고 해도 헛바퀴만 돌고 있다.
때마침 주차장으로 들어오신 차기요 선생님의 철사줄이 큰 몫을 한다. 차에 별걸 다 가지고 다니시는 분이시다. 철사줄로 차를 연결하고, 힘 하면 둘째가는 법이 없는 체대반 아이들이 들어올리고 밀고 한 끝에 차는 겨우 그곳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고생하는 장면은 재밌다. 안타까운 표정 반, 웃음 반으로 낄낄거리며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내 시야에 ‘아뿔사!’ 어제 두고 간 내 차의 모습이 들어온다. 지금은 땅위에 얹어져 있지만 아무래도 불안하다. 혹시 내 차도 저렇게 빠질 것이면 퇴근 시간에 허우적거리는 것보다는 지금이 좋을 것 같다.
서둘러 차로 향하는 발걸음은 이내 진흙탕 속으로 푹푹 빠진다. 지난 토요일 2000원씩이나 주고 잘 닦은 '내 구두.… 내 구두…" 아니나 다를까. 후진 기어를 넣고 악셀레터를 밟으니 바퀴는 헛돌고 연기만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시간이 갈수록 깊이 들어가는 앞바퀴. 이젠 차 바닥이 땅에 닿을 지경이다. 때마침 들어오신 박종린 선생님께 구호를 요청. 다시 두 차가 철사줄로 연결된다. 체대반 아이들은 이제 야예 양말까지 벗고 나선다. 역시 힘 좋은 녀석들……. 차가 번쩍 들려 밖으로 내던져진다.
아침부터 이런 일이 생기다니, 사방에 튄 흙탕물이며, 군화보다 무거워진 '내 구두… 내 구두….' ‘하필이면 지금까지 평소에는 차를 안 가지고 다니다가 어제 가지고 올 건 뭐람.' '하필이면 약속이 생겨 차를 놓고 갈 건 뭐람’. 투덜투덜……. 영 일진이 사나운 날이다.
‘그래도 차기요 선생님 아니었으면 어쩔 뻔 했어? 박종린 선생님 아니었으면? 진용호 선생님 차 빠지는 거 봤기에 망정이.’ 발 벗고 나서준 체대반 아이들이 고맙다. 역시 난 녀석들이 너무 좋다.
화장실로 가서 구두를 씻어 내고, 사방에 튄 흙탕물을 털어내고 터덜거리며 교무실로 향한다. 순간 창밖에 차 한 대가 주차장으로 진입하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강영화 선생님 차로구나' 라는 생각을 한 순간, 창밖으로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쑥 들어가 버리는 앞바퀴, 앞바퀴….
그 순간 당혹스러움보다는 낄낄거리는 웃음이 나오는 건 또 뭐람. “선생님 어떻게 해요. 고생하시겠네요.” 창밖으로 안타까운 듯 소리를 질러 본다. “빠졌네 뭐….” 어떤 순간에도 당황하는법이 없는 강영화 선생님의 저 여유. 교무실로 들어서는 문소리가 경쾌하다. 창밖으로 비치는 햇살. 그래도 봄비는 모든 사람들이 반긴다는데…. 온 세상이 촉촉히 젖어있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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