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수고 하신 분들께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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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chino053)등록 2004.04.08 10:45
그 동안 수고 하신 분들께 보내는 편지


이재경




여러분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첫차를 타고 직장에 출근하시는, 냉이꽃 가물거릴 때부터 논밭에서 수고하시는 여러분들 늦은 시간까지 행상의 과일바구니 걷지 못하시는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 같은 여러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초 한 자루 들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또 광화문 앞에서 하나의 힘을 보여주신 분들 며칠만 있으면 아니 4월도 15일이면 이 모든 수고와 고생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알게 될 것입니다 퇴근길에서 학교에서 시장어귀에서 그날 우리는 다시 찾아올 새로운 아침을 맞게 될 것입니다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 나물에 그 밥 비벼 먹는 아침만은 아닐 테니까요

2004년 3월 12일. 에미넴, 2PAC 같은 세계적인 랩퍼들도 구사하지 못한 갱스터 랩 버젼으로 온 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빠지게 했던 박관용, 최병렬, 조순형, 홍사덕님외 국회 190명 가슴에 금배찌 단 립씽크 국회랩퍼님들, 그 동안 너무나 수고하셨습니다 국민들의 피 같은 돈으로 에쿠스 타고 다니니까 기분 좋으셨나요?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이 눈에 제대로 들어오던가요? 그래 그 동안 국정은 뒤로 하고 골프장에서 식당에서 대통령이 대학도 못나왔다고 막말하고 뒤로 차떼기로 돈 싣느라 얼마나 바쁘셨겠어요? 독립군 토벌대장 마사오 큰딸 되시는 분도 많이 바쁘셨을 것입니다 대부분이 짱짱한 학벌에다 좋은 배경 달고 사시지요? 그 무거운 것 달고 사람흉내 내시느라 고생 많이 하신 것 다 압니다 특히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마지막까지 멋진 에드립을 구사하신 전모여사님 불혹의 나이에도 어떻게 그런 야성의 음색을 가질 수 있는지 한편으로는 같은 국적을 가진 저를 한 없이 부끄럽게도 만들었습니다 다 그런 거죠 뭐 사람이란 원래 제 멋에 사는 것이니까 남의 인생에 이렇다 저렇다 할 건 없지만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인 제 조카가 그럽디다 저렇게 살면 안 된다고요 추미애의원님도 나름대로 고생하셨습니다 제가 추의원 선거구에 살고 있거든요 서울 처음 올라와서 저는 정말 추의원이 한국의 대처인줄 알았습니다 이제 좀 제대로 된 여성정치인 한명 나왔구나 흐뭇해하기도 했구요 노대통령 유세현장에서 노태통령께서 정멍준의원 대신 추의원과 정동영의원의 이름을 입에 담으셨을 때 아! 가슴이 뜨거워져었습니다 그런 제 가슴을 한번에 대쳐드시더군요 마지막 하신 그 오버액션은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친정집을 지키기 위한 며느리의 악전고투, 하지만 그래봤자 싹수 노란 집구석의 며느리일 뿐이라는 걸 왜 모르셨을까요? 집구석이 베지밀이라는 거 막판까지 선전하고 다니 신 것 밖에는 안 되잖아요?

그리고 정동영의원, 유시민의원, 김근태의원, 김희선의원 그 외 그날 그 자리의 청천벽력을 억장 무너지도록 맨몸으로 막아내시던 몇몇 봄나물 같은 의원님들 당신들은 참 너무 한 사람들입니다 왜 어찌해서 서른 넘은 저를 그렇게 눈물나게 하셨는지요? 힘없고 빽없는 저를 그토록 이 악물게 하셨는지요? 유시민의원님 “이건 아니야! 이게 아니야!” 하시며 오열 하실 때 왜 먹고 사는 데 정신 팔린 저를 다시 십년전의 저로 되돌려 놓으셨는지요? 책임지셔야 합니다 노대통령님과 함께 이 나라 들판에 살구꽃이 피고 신명나는 꽹과리 소리 울려 퍼질 때까지, 들불 번질 때까지 뿌리 걷지 않으리라 약속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저도 할 말이 있을 것 아닙니까? 나중에 제 아들놈에게 떳떳하게 야단 칠 수 있는 꺼리라도 있게 말이에요 지켜보겠습니다 십 년만에 저를 처음 울리셨으니 이 눈물 가슴에다 꼭꼭 묻어 놓았으니 반드시 책임지셔야합니다 저도 뒤에 있겠습니다 이 글 읽으시는 분들도 님들의 배경으로 남아 있을 거라 약속하실 것입니다 그러니 바위처럼 지금 그 모습 아니 노송 한 그루 품고 있는 바위처럼 언제나 우리의 언덕으로 남아 주십시오 이건 당부나 부탁이 아니라 구속입니다 저와 같은 국민들에게 제대로 한번 구속당하시라는 겁니다

돌멩이가 물을 막아도 그 돌의 뺨을 때리며 물은 아래로 흘러갑니다 버티고 있는 돌은 구르는 돌의 수고를 모릅니다 그저 물소리가 저 때문에 난다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물소리는 진정 맑은 물소리는 돌이 제 몸을 굴리며 제 살을 깎을 때 나는 것입니다 그것도 고여 있는 물은 모르지요 흐르는 물만이 빈 들판을 적실 수 있는 것입니다

2004년 3월 12일 그날 멋진 공연을 펼쳐 주신 박관용, 최병렬, 조순형, 홍사덕의원 이하 박근혜, 추미애, 전모여사님 그리고 그날 세션으로 참석하신 모든 국회랩퍼님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지막 가시는 길 님들의 무사한 안녕을 빌며 부탁 하나 드리면 어떨까 싶어서요 그렇게 국민들 가슴에 굵은 못 박으셨으니 193명 모두 이 정도 부탁은 들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추미애의원이 하신 거 있잖아요? 일보삼배... 그거 똑같이 하면 재미없으니까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일보구곡삼배一步九哭三拜

그럼 오래오래 사셔서 당신네들이 망가뜨린 나라 반듯하게 재건되는 거 다 보고 죽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배웅은 못나가고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시를 님들 가시는 길에 내려 놓습니다 가다 심심하시면 읽어 보세요 뼈가 사무치도록 아프더라도 명현반응이라 생각하세요





人知坐輿樂 사람들 가마 타는 즐거움은 알아도
不識肩輿苦 가마 메는 괴로움은 모르고 있네.
肩輿山峻阪 가마 메고 험한 산길 오를 때면,
捷若蹄山  빠르기가 산 타는 노루와 같고
肩輿不懸  가마 메고 비탈길 내려올 때면,
沛如歸笠  우리로 돌아가는 염소처럼 재빠르네.
肩輿超   가마 메고 깊은 골짜기 건너갈 때면,
松鼠行且舞 다람쥐도 덩달아 같이 춤추네.
側石微低肩 바위 옆을 지날 때에는 어깨 낮추고,
窄徑敏交服 오솔길 지날 때에는 종종걸음 걸어가네.
絶壁  潭 검푸른 저수지 절벽에서 내려다볼 때는,
駭魄散不聚 놀라서 혼이 나가 아찔하기만 하네.
快走同履坦 평지를 밟듯이 날쌔게 달려
耳竅生風雨 귀에서 바람 소리 쌩쌩 난다네.
所以游此山 이 산에 유람하는 까닭인즉슨
此樂必先數 이 즐거움 맨 먼저 손꼽기 때문
紆回得官岾 근근히 관첩(官帖)을 얻어만 와도
役屬遵遺矩 역속(役屬)들은 법대로 모셔야 하는데
 爾乘傳赴 하물며 말타고 행차하는 한림(翰林)에게
翰林疇敢侮 누가 감히 못 하겠다 거절하리오.
領吏操鞭  고을 아전은 채찍 들고 감독을 맡고,
首僧整編部 수승(首僧)은 격식 차려 맞을 준비하네.
迎候不差限 높은 분 영접에 기한을 어길쏘냐,
肅恭行接武 엄숙한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네.
喘息雜湍瀑 가마꾼 숨소리 폭포 소리에 뒤섞이고
漿徹襤褸 해진 옷에 땀이 베어 속속들이 젖어 가네
度虧旁者落 외진 모퉁이 지날 때 옆엣놈 뒤처지고,
陟險前者  험한 곳 오를 때엔 앞엣놈 허리 숙여야 하네.
壓繩肩有瘢 밧줄에 눌리어 어깨에 자국 나고,
觸石 未  돌에 채여 부르튼 발 미쳐 낫지 못하네.
自痔以寧人 자기는 병들면서 남을 편케 해 주니,
職與驢馬伍 하는 일 당나귀와 다를 바 하나 없네
爾我本同胞 너나 나나 본래는 똑같은 동포이고,
洪勻受乾父 한 하늘 부모삼아 다 같이 생겼는데,
汝愚甘此卑 너희들 어리석어 이런 천대 감수하니,
吾寧不愧憮 내 어찌 부끄럽고 안타깝지 않을쏘냐.
吾無德及汝 나의 덕이 너에게 미친 것 없었는데,
爾惠胡獨取 내 어찌 너의 은혜 혼자 받으리.
兄長不憐弟 형이 아우를 사랑치 않으니,
慈衰無乃怒 자애로운 어버이 노하지 않겠는가

*다산 정약용 -가마꾼[肩輿歎]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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