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를 듣는다.

검토 완료

백하현(hhpaik)등록 2004.04.08 11:53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le Oak Tree"를 듣는다.

서울서 학교 다니는 딸년으로부터 조그마한 소포가 도착했다. 풀어보니 그 안에 카세트 테이프 세트 하나와 편지가 있었다.
"아빠, 엄마! 한 주일의 점심을 굶어 테이프를 샀습니다. 골든 팝스이어서 취향에 맞을 것만 같아 지하철 종로 2가 난전에서 구입했습니다. 좋아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이 대목을 읽어 가는 순간, 집사람과 함께 퍽이나 울었다. 엄마 아빠를 기억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올곧게 성장하는 딸년이 고마워서였다. 언젠가 TV의 음악프로인 <사공 오공>을 통하여 딸년 또래였었던 70년대 때의 가수였던 김민기, 양희은, 서유석, 양병집 등의 포크송들을 시청한 감회를 딸년에게 술회했더니, 당대의 팝송들을 담은 테이프를 구해 보내준 것 같았다.
수록된 노래로는 J. 바에즈의 애상적인 샹송인 "The rivers in the pines"(솔밭 사이로 강물은 흐르고), S. 아다모의 연가풍의 샹송인 "Tombe la neige"(눈이 내리네), P. 리베라의 열창곡인 "Indian reservation"(인디안 보호구역) 그리고 T. 올란도가 리더인 보칼 돈의 "Tie a yellow ribbon 'round the oak tree"(참나무에 노란 리본을 매달아 주세요) 등 애닯은 사연을 가사와 음률에 담은 노래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 중 특히 'Yellow Ribbon'는 이제 이성의 사랑에 눈을 뜨기 시작한 사춘기 시절 펜팔로 사귀던 여학생에게 보낸 편지글에 자주 인용했던 것으로 기억되어 가장 좋아했던 것 같다.
1972년에 발표된 'Yellow Ribbon'은 락 발라드의 대표적인 가수 T. Orlando와 그의 영원한 보칼인 혼성 트리오 Dawn이 부른 최고의 히트곡이다. 원래 음악출판사의 사원으로 평범한 남자였던 그가 가수에 뜻을 두고 활동했지만, 그의 노래는 유명 음반의 '자투리 끼워 넣기' 신세인 3류 가수를 면하지 못했다. 이어 발표하는 곡마다 실패를 거듭하게 되자, 그룹의 해체까지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보칼의 마지막 레코딩! 가사의 애닯은 내용만으로도 짜릿한 감동을 전해 주는 'Yellow Ribbon'이 발표되자 경쾌한 리듬과 보칼, 그리고 완벽한 화음으로 포퓰러를 휘어잡아 500여 만장의 판매고의 밀리언 셀러가 되었으며 빌보드지에 의해 73년 '최고의 싱글'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 노래가 대중들의 인기를 얻게 된 데에는 가요 외적으로 또 하나의 이유를 들게 된다. 1970년대 미국 소녀 팬들을 감동시킨 단편이 있다. 노란 표지의 그 단편집의 제목은 『노란 손수건』이었다. 당시 청소년들이라면 이 작품을 읽고 벅차오르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던 기억이 있을 정도였다. 사실 이 책의 출판사조차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폭발적이어서 황급히 그 후속편을 제작해야 할 정도였다는 후문이 만연했다. 그 소설에서 사건은 픽션이 아니라 실제였기에 더 아름다운 감동으로 기억된 것이다. 이 감동적인 사건을 노래화한 것이 바로 'Yellow Ribbon'이었다.
플로리다 해변으로 가는 버스에 말없는 남자가 오른다. 바다로 가는 기분에 들떠 있는 사람들에게 이 험상궂고 말없는 남자는 유쾌한 일은 분명 아니었다. 다들 그를 꺼려하는 데 용기있는 여성이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건다. 그리고 그 남자의 입에서 나온 말에 사람들은 관심을 갖게 된다. 그는 4년의 형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단서가 있었다. '3년 전부터 자신에게 한 통의 편지도 없던 아내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면'이라는 조건이었다. '아내가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여인의 물음에 남자는 자신 없이 대답한다.
"나는 아내에게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다면, 고향 언덕의 참나무에 한 개의 노란 손수건을 걸어달라고 했지요. 만일 그 노란 손수건이 없다면 나는 그냥 버스를 타고 고향을 지나칠 것이라고요."
남자의 이야기는 이제 온 승객들의 공통 관심사가 된다. 남자의 고향인 브룬스윜이 다가오자 승객들은 창 밖으로 시선을 모은다. 오직 남자만 두려움에 질린 모습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을 뿐. 승객들은 입을 모아 '잊을 것이다.'고 위로한다. 남자는 용기가 없던지 몸을 떨며 머리를 떨구고 있었다. 드디어 고향 언덕이 보이기 시작하자, 버스에는 정적이 흘렀다. 남자는 '이제 틀렸구나…' 하는 심정으로 체념하는 듯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바로 그때, 버스의 앞쪽에서 환호성이 터져오르기 시작했다. 남자는 황급히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창 밖 언덕의 참나무에는 노란 손수건이 하나, 둘 아니 수십, 수백 개가 가지마다 매달려 있었다. 어떤 것은 가지가 모자라는 듯, 나무를 지탱하는 지지대까지에도…. 그것은 노란 손수건의 물결, 사랑의 파도였었다.
초로의 세월로 'Yellow Ribbon'의 음악을 듣다 보니 30여 년 전의 소시적 느꼈던 감동이 되살아나 '우리 딸년도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 가슴을 감싼다. 그래서인지 그 노래의 절창 부분의 노랫말 'And I can't believe I see a hundred yellow ribbons 'round the ole oak tree. I'm coming, mmm, mmm'이 그렇게도 오랫동안 심금을 울린다. 'mmm, mmm'. 하여 내 가슴에 노란 리본을 매어 달고만 싶다.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