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에 대한 몇 가지 투정...

막두이, 영호와 순임이 그리고 종두와 공주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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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서(jipark2001)등록 2004.04.08 18:45
이기적인지 모르지만, 요즘따라 유난히 이창동 감독이 그리워 집니다.

단지, 한석규와 문성근이 나온다는 이유로 혼자서 본 '초록 물고기'는 막둥이의
이름을 기억하게 하며, 그냥 그냥 날 슬프게 만들더니, 아무 스타 배우가 없던 '박하사탕'은 영호와 순임이를 내게 각인 시키며
다시금 그 영화를 두번, 세번 보며 아픔을 되새기게 했습니다.
그 뒤 한참을 기다려, 이창동 이라는 그 이름 하나로 개봉 첫날 찾은
'오아시스'도 사춘기의 ' 마지막 잎새'를 떠올리며, 종두와 공주를 기억하며
쓸쓸한 마음을 가지고 영화관을 나왔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언제일지 모를 막연한 기다림으로 그의 영화를 기다립니다.
1년 전 참여정부의 장관 인선 발표 때 축하의 기쁨 보다는 '이창동 감독이 장관이
되었으니 언제 그의 네번째 영화를 보나..' 하며 못 내 아쉬워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삼 떠오릅니다.

이게 저만의 이기적인 욕심일까요?

최근에 나오는 우리 영화들은 블랙버스터다 많은 돈을 들인 영화다 어쩌다 하며
영화 그 자체의 얘기보단 주변의 투자와 스타 얼굴을 떠올리게 하며 우리에게 영화를 보게 강요하는 듯 합니다.그런 분위기를 느낄수록 그의 새로운 영화가 보고 싶습니다.아마도, 현재, 정부의 내각 일원으로 가지 않았다면, 지금쯤
대략적인 시나리오의 아웃라인을 가지고
새로운 얼굴들의 배우들과 함께 촬영일정을 잡고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전 그런 과정을 어떤 매체를 통해 접하고, 그 영화 개봉일을 애타게
기다리며 새로운 모습을 상상 하고 있겠죠..

가족의 얘기, 사람과 사람의 얘기, 남들이 보지 못하는 아니 보려고 하지 않는 곳에 긴 호흡의 카메라를 움직이며 세상을 보여주는 그의 영화가 오늘따라 다시금 그립습니다.

제가 지금 바라는 건 바로 그가 장관직을 그만두고 영화를 찍어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어쩜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그런 슬픈 이야기들을 세상 속에서 다시는 부닥기지 않기 위해 이 감독은 정부에서, 문성근과 명계남씨는 차가운 바깥 바람을 맞으며 분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요.하지만, 모든 예술 작품이 그러하듯
세상에 대한 관조와 무언가를 읽기보단 생각의 되새김질을 유도할 수 있는
문화적 매체를 자주 접하고 싶다는 저의 개인적인 욕심이 이런 투정을 부리는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 순간만은 제가 투정을 부리고 이기적인 아이가 되고 싶네요.
하루빨리 우리가 눈여겨 보지 못하는 사람 냄새가 나는, 어쩜 우리 생의
모든걸 결정할지도 모르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세상 읽기를 하는
그런 시선이 따뜻한 영화를 보고 싶네요.
읽는 영화가 아닌...느끼며...세상에 대한 시선의 한계를 영화 한 편으로
스스로가 깰 수 있는 그런 필름을 제가 그에게서 다시 기대한다는게 무리일가요?

부디, 다시금 이창동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는 날이 어서 어서 오기를 아이처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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