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 국민의 고도화된 의사표현"

박재동 화백, 선관위 시각 우려 - 표현의 자유 탄압 대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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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정(shims96)등록 2004.04.08 19:56
17대 총선의 특징으로 촛불집회, 정치 풍자 패러디·노래·만화 열풍, 정당 지지 선언 등 국민의 정치 참여나 다양한 의사 표현이 두드러진 것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네티즌의 패러디 문화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 패러디 작가들을 강제 연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검찰은 7일 패러디물을 게재한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해 네티즌들을 더욱 자극했다. 이와 관련 90년대 초 한겨레신문의 만평가로 우리 정치를 유쾌하게 풍자하는 촌철살인의 만평을 선보인 박재동 화백으로부터 표현의 자유와 17대 총선에 관한 개인적인 의견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전화 인터뷰로 진행됐다. <기자 주>


"정치 패러디는 국민의 자유스런 의사 표시, 보장돼야"

90년대 인기 시사만화가로서 명성을 날렸던 박재동 화백이 최근 중앙선관위의 정치 풍자 패러디 만화 탄압과 관련해 입을 열었다.

"요즘 패러디 작품은 과거의 직설적 화법보다 활발하고 발랄한 표현이 많다. 이것은 새로운 표현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는 최근 네티즌들이 게재한 패러디 작품에 대해 "유머와 재치가 넘치고 가볍지만 강력한 비판이 담겨져 있어 재미있다"며 흥미롭다는 평가를 내렸다.

박 화백은 선관위가 패러디 작품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네티즌들을 잇따라 연행한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 화백은 "네티즌들은 당이나 의원을 위해 발언하는 것이 아니다"며 "국민 다수의 의견을 무시한 탄핵안 가결로 국민의 권리를 무참히 짓밟은 정치인들의 폭거에 저항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관위가 야당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네티즌의 행동은 의사 표현의 권리이자 저항권이므로 보호받아야 할 것이지 탄압의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화백은 다른 사람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표현의 자유는 절제돼야 하지만 최근의 패러디 문화는 국민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당한 데 대한 자연스런 현상이며 분노한 국민의 당연한 저항으로 봐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요즘 정세 보면 다시 시사만화가로 돌아가고파"

최근 패러디 문화 못지 않게 정치, 사회를 풍자하는 만화와 만평이 네티즌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인터넷 상에서 활발하게 발표되는 만평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 만평을 즐겨본다는 박재동 화백도 "무척 재밌고 그림 솜씨도 좋다. 게다가 정곡을 찔러서 즐겁고 흐뭇하다"며 "우리 국민들의 의사 표현 수단이 점점 고도화돼 가는 것 같다"며 감탄했다. 더욱이 "패러디나 만화, 촛불 집회 등을 접하고 나니 국민들 스스로가 세련된 문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느끼게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전직 시사 만평가인 그는 최근의 정세를 접하면서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가 자꾸 생긴다고 밝혔다. 그는 "혼자서 그려보기도 많이 했다. 웹이나 인터넷 신문에 올려 볼까 생각도 하다가 혼자 그리고 만 것이 많다. 워낙 그릴 만한 내용이 많은 시대를 살다 보니 그런 것 같다"며 시사만평가로의 복귀도 꿈꿔 봤다고 솔직히 털어 놓았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 앞으로도 쭉∼"

국민의 정치 참여나 의사 표현은 패러디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촛불집회처럼 직접적인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최근 공무원노조나 유명 문화예술인들이 특정 정당 지지 선언이 잇따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박 화백은 "문화예술인들의 정당 지지 선언은 잘 하는 것이고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공무원 노조의 경우는 일단 애매하다"며 "정당을 지지하는 자유로움은 보장돼야 하지만 현행법상 금지돼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현행법이 계속 유지돼야 할지는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할 것이다"며 "앞으로 정치적 표현에 있어서도 더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盧 대통령의 출현과 그의 정치행동은 새로운 문화다"

한편 박재동 화백은 탄핵안 가결로 직무정지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우리나라 정치역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출현과 그의 정치행동은 새로운 문화다. 대통령의 권위가 타파되고, 국가의 독점적 권력이 해체되는 것이나 정부부처 내부에서도 토론의 문화가 자리잡아 가는 것 자체가 새 문화 아닌가."

반면 지금의 정치적 충돌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그도 노무현 대통령에게 화난 적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부안핵폐기장, 새만금 간척 사업 그리고 이라크전 파병 문제에서 민주적인 행동을 보여주지 못한 점과 국민앞에서 불필요한 언질이 잦았던 점을 들며 국민에게 고민들을 던져줬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그는 노 대통령을 '초보운전자'에 비유하며 "초보 운전자가 새로운 형의 차를 몰기 때문에 여기 저기 부딪히는 것 같다"며 "(대통령 흠잡기에 애쓰는 거대언론들 속에서)매우 아슬아슬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가 초기에 굉장한 지지를 받았지만 말기에 와서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며 "노 대통령은 초기에 욕 먹고 탄핵까지 당했으니 (당할만큼 당해서 이보다 더 나쁜 상황은 없을 것 같다) 마지막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믿는다. 이번 일로 인해 대통령도 더 사려깊어 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17대 총선을 통해서 국회의석이 안정을 찾는다면 노 대통령이 추진하고자 했던 여러 가지 정책들이 제대로 진행돼 오히려 뒤가 좋은 대통령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 후보 공천심사 참여, 감동"

최근 박재동 화백은 열린우리당 공천심사위원으로 참여했었다. 그는 '공포의 외인구단' '저승사자'라는 별명이 붙은 당외 인사 중 의원들에게 가장 두려운 인물로 통했다.

"당내인사들이 실리와 정(情) 때문에 판단이 흐려지는 부분을 당외에서 원칙대로 문제있는 의원을 과감히 도려내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었기 때문에 '저승사자'라는 별명도 생긴 것 같다"

그는 "공천심사는 정치행동의 핵심이다. 과거에는 제왕적 총재가 공천을 지명하거나 밀실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부당한 권력도 많이 누렸다"며 "이번에 심사주체가 시민에게 투명하게 열렸다는 것 자체가 우리정치가 상당히 선진화 돼 간다는 생각에 감동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대한민국 비합리한 점 많지만 이쁜 점도 참 많은 나라… 자랑스럽다"

그는 촛불집회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아름다운 모습과 네티즌들의 예리하고 위트있는 사회의식과 표현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보았다. 우리나라의 최우선 과제인 지역주의 타파와 남북관계 개선이 실현되면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뿌듯한 발전을 자주 맛볼것으로 확신했다.

한편 한국예술종합대학 교수로 재직 중인 박재동 화백은 최근 국가인권위 주최로 진행되는 인권애니메이션 작업에 참여, '학력차별'을 소재로 애니메이션 작업에 한창이다. 7월 경에 완성될 인권애니메이션은 권오성, 유진희 작가 등이 참여, 각각 다른 소재의 차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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