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는 동안에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바로 이 순간.

*나는 대한의 국민이다! 더 이상 나의 대한민국을 더럽히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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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chino053)등록 2004.04.09 09:16
우리 사는 동안에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바로 이 순간.




예년처럼 멀리 남쪽 바다에서는 봄 도다리의 살이 올라붙고 태백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달구벌을 거쳐 서라벌을 적시던 2004년 3월, 도시의 갑갑한 풍경 속에서도 앞 다투어 노란 개나리가 망울을 틔우던 날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이상기온이 관측되었다 그 징조는 삽시간에 돌풍으로 변해 온 나라를 뒤덮어 버렸다

193명 찬성 대통령탄핵 가결 통과!!

박관용 의장의 의사봉 소리와 함께 아수라장이 된 의사당은 통곡과 야유가 뒤섞이고 마치 갱단의 이권다툼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그 광경을 지켜본 국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말을 잃어야 했다 사상 최고의 득표율로 당선 된 대통령이 임기 일년 만에 하야의 기로에 서게 된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이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말았다

대통령 노무현 그를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사람들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는이 나라 헌법이 인정하는 국가최고원수라는 것은 어길 수 없는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가결찬성을 한 193명의 의원들도 가결반대와 기권을 한 나머지 의원들도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가결 찬성을 한 그들은 국민의 대표로써 국민들의 동의를 구한 적이 있었는가? 193명의 의원들이 소속된 지역민들에게 묻고 싶다 국회의원들이 정말 국민의 입장, 지역민들의 입장을 반영한 후에 찬성을 했다고 보는가? 나는 추**의원이 소속된 지역구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 어떠한 형식으로도 지역민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았다 그 흔한 전단지 한 장 돌리지 않았다 193명의 의원들은 민심이라고들 한다 그래 내 주변을 뺀 민심이라고 하자 탄핵반대를 외치던 70%의 민심은 무엇으로 설명하겠는가? 부산에 어느 어르신의 말씀처럼 ‘철없는 대통령’ 노무현. 맞는 말이다 벌써 철이 들기엔 그의 야당에서 보낸 세월은 너무나 길고도 험난했다. 민선변호사로, 재야운동가로, 5공청문회 스타로, 또 고향에서 천대 받던 지역 야당인으로 당시 거대 여당을 견제하는 야당인으로써 걸어온 세월을 버리기엔 대통령으로써의 일년, 너무 짧았다 전직 대통령들이 자랑하던 막강배후세력에 비춰보면 대통령 노무현 그는 가진 게 너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철없는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앞장 선 193명의 의원들, 학벌로나 인품으로나 뒤질 것 없는 분들, 들판에서 자라던 소나무를 마당에 옮겨 심어다 놓았는데 잘 자리지 않는다고 벌써 싹이 노랗다고 약 한번 쳐주지도 땅 한번 돋워 주지 않았으면서 단 일 년 만에 그렇게 베야만 했었나?

매 선거 때마다 국민의 종을 자처하며 발 벗고 나서는 국회의원들 그 나무를 벨 때 그들의 입으로 주인이라 말하는 국민들에게 저 나무 베야겠다고 한 마디 언급이라도 했었냐 말이다 그날 그들이 보여 준 모습은 종으로 들어와서 주인을 능멸하고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밥상을 엎어버린 계부의 모습처럼 무섭고도 두려웠다 진짜 그들이 탄핵해야했던 사람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였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으며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었어야 했다 그때 그들은 어디 있었나? 왜 그땐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쥐 죽은 듯 있었어야만 했나? 국민들이 분노한 건은 대통령을 탄핵했다는 것이 아니라 주인이 뽑은 사람을 주인이 뽑은 사람이 주인의 허락도 없이 몰아내려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잘한 짓이라고 웃으면서 16대 국회 만세까지 외치며 의사당의 빠져나오던 그 만행 때문이었다

그날 저녁부터 시작된 탄핵무효 촛불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때 그들 중에 한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시위에 참석하는 대부분은 실업자라고 또 다른 한 분은 직업도 없는 남자가 어떻게 사람구실을 하겠냐고, 국민들이 덜 먹고 덜 쓰고 준 돈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스스로 국민의 종이라고 스스럼없이 말 하는 사람이 국민에게 해도 될 말인지 한번 생각해 보자 만약 당신의 이웃이 당신을 가리키며 저 사람 아들과 남편은 할 일 없어서 촛불시위에나 참석한다고 수군거리는 소리를 당신이 들었다 치자 그게 이웃과 이웃 간에 할 수 있는 말인가? 그건 이웃이 아니고 원수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인 것이다


그날 국민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으며 가결안 통과에 앞장서던 두 야당의 대표는 신문을 봐도 심지어 뉴스에서 조차 그 얼굴을 보기 힘들어졌다 한 사람은 대표직에서 물러나 있고 또 한 사람은 자신이 출마할 선거구에 승산이 없어지자 다른 선거구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그 대신 두 여성의원이 당의 대표가 되어 한 분은 대구경북에서 다른 한 분은 전라도에서 당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날 일심동체이던 그들이 각자의 텃밭이라는 곳을 찾아간 것이다 한사람은 독재의 지울 수 없는 서늘한 그림자를 숨긴 채 또 한 사람은 일보구곡삼배를 하면서 가도 모자란 그 길을 일보삼배를 하면서 마치 두 분 모두 돈 떨어지면 집 담을 기웃거리는 탕자처럼

두 지역에 사는 분들과 어르신들에게 당부 드리고 싶다 이제는 눈물이 쑥 빠지도록 야단 칠 때가 이때라고 물난리 나고 집안이 눈물바다가 나야 현수막 한 장 달랑 보내주며 생색내던 그들에게 진정한 어버이의 모습 형제의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어느 정당 대표가 지역 유세 현상에서 노인을 폄하하는 발언을 듣고 진노하시던 그 모습처럼 아직까지 내 새끼라고 또 얼싸 안아 주다가 또 이때를 놓치면 그들은 회생불가능한 폐인이 될 뿐이라는 걸 이제는 말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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