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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부터 개정된 윤락방지법이 시행되며 2007년까지 정부는 점진적으로 집창촌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의 윤락업소의 포주들 중심으로 반발이 일고 있으며, 공창제에 대한 논의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익집단으로서의 ‘한 터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임(윤락업소 업주들의 모임)’의 볼멘소리는 기존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라고 일축할 수 있으나 현재 성매매를 생계수단으로 삼고있는 여성들의 범법자 양산과 권익보호의 측면에서는 의견이 분분한다.
공창제에 대해 찬성하는 측에서는 수요에 따른 공급이라는 현실주의적 입장으로 제도에 의한 엄격한 관리를 통해 음성적이고 패륜적인 성격의 노예매춘과 미성년매춘에 대해 단호하게 법집행을 가할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성거래를 통상의 방법으로 근절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제한적으로 소돔과 고모라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태도는 남성들의 성욕구 해소의 한 축을 윤락업소에서 담당해 왔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증절차가 가져올 파장을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고서는 일종의 현실추수적 맹점에 빠질 수 있다.
성매매가 뿌리깊게 착종된 폭력의 상스러움에 다름아니라고 한다면, 남성중심적 문화에서 양성평등의 문화로 사회인식의 틀이 전환되는 도정에서 성매매의 자리매김의 좌표를 세밀하게 탐침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자본주의라는 탈인간중심의 문명단계 속에서 육체의 재화가치측정이라는 상품화논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동시에 물어야 한다. 물론 공창제 논의가 여성의 인권유린 및 사회안전망에서 가혹하게 착취당하는 사회적 소수자를 보호하자는 기본원칙에 합의 한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먼저 성매매를 법제화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지 검토해 봐야 한다. 법적테두리 안에서의 성매매를 허용한다는 것은 이것을 합법 불법의 잣대로 재단해서 무력한 현행정집행에 확고한 기준을 세우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한 기존의 범법자로써 일방적으로 착취당할 수 밖에 없는 약자인 고용여성에게 법적 권리보호를 적극적으로 부여하겠다는 것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법제화는 제한적이나마 성매매를 허용한다는 사회적 인증을 수반한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의 정신이 가시화된 현현의 경계가 육체라고 할 때, 몸을 생계수단으로 삼는 것의 정신적 피폐화를 간과하겠다는 입장이다.
그 어느 누구도 서로간의 교감이 부재한 상황에서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성행위가 유쾌할 수는 없다. 대가가 지불되는 거래를 통해 그런 치욕감을 상쇄하거나 은폐할 수는 있어도 육체의 독자성이 침범되는 경험은 스스로의 존엄성이 파괴되는 정신적 고통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개인마다 성에 대한 인식은 틀릴 수 있다. 그러나 성매매에 가담하는 남자나 여자 모두 성적욕망과 자본의 욕망의 쳇바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생존형 성매매의 형태로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써의 강제적인 성매매의 경우 여성은 지속적이며 누적적인 고통을 당해야 한다.
따라서 이와같은 굴욕감과 수치심을 대동하는 생계수단으로서의 매춘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적 사고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다른 방식으로 성거래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된다면 일부 남자들의 사고파는 편의적 성의식이 긍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며, 욕구불만을 다른 방식으로 해소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좀 더 적극적으로 사고하게 될 것이다. 강간 환상에서 풀려나게 남자들의 무의식을 상대방에 대한 인간적 존중으로 대체하는 쪽으로 정부의 노력은 지향되어야 한다.
성매매가 법제화 될 경우 변태적 성욕구 및 기형적 성매매가 줄어든다는 낙관론도 긍정하기 어렵다. 성은 상당한 고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에 자본주의하에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기생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속된 말로 시간당 수입이라는 측면에서 초고가의 거래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합법의 장에서 성매매가 축소되거나 위축될 것이라는 기대는 섣불리 하기 어렵다. 의식의 변화 없이는 성매매의 사양화를 기대할 수 없다. 또한 금지될수록 음성화된다는 논리도 성립되기 어렵다. 남성들이 법적일탈이라는 터부의 넘나듬에서 쾌락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성적일탈에 따른 욕구충족에서 지향하는 것이기 때문에 합법화된다고 해서 음성적이고 패륜적인 성행위가 제한된 성거래 시장으로 흡수된다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현재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답은 명료하다. 생활고나 순간의 선택으로 매춘업에 빠져든 경우 사회적 안전망을 통해 다시금 그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물론 이것은 포주들로부터 착취당하고 억압당하는 그들의 대가를 찾아주는 것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와는 별도로 성매매를 직업과 같은 위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상품가치로서의 육체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되면 더이상 거래가 성립될 수 없기 때문에 직업개념으로 분리하는 것은 거래와 대가라는 측면만으로 접근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시적인 생계수단일 수 밖에 없는 매춘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생활인의 지위를 누리고 싶은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 이런 인식하에서 포주로부터 그들의 권익을 찾아주려는 행정적 뒷받침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것은 공창제가 필요한 게 아니라 기존의 성매매 처벌법과 보호법을 보완해서 충분히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그 다음 그들이 안정적인 사회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공공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 매춘에 대한 그들의 진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위험을 관리해 나가자는 공창제의 취지가 아주 옹색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대단히 문화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개념으로 접근할 만한 사항이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육체행위가 양성화될 수 있다고 여겨질 때, 과연 이것이 누구를 위한 조치인가를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하에서의 인간신체의 거래행위가 용인될 때, 불러오는 해악은 다시 복구시킬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체 장기거래가 공공연하게 음성화 되어 있다고 해서 제한적으로 장기매매시장을 허용하자는 논의가 성립가능한지 따져 묻자.
수요 공급논리에 따라 한명이라도 목숨을 구제하자는 속물적인 인도주의가 과연 어느 지점에서 성립가능 하겠는가. 죽지는 않지만 생계를 위해서 콩팥이나 안구를 판매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육체를 담보로 한 모든 거래행위에 대해서도 명확한 가치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사랑과 교감을 담보로 한 섹스는 섹스 이상의 의미를 얻을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상품으로서의 섹스는 욕구충족 그 이하만을 생성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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