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벚꽃놀이 유감(1)

해마다 되풀이 되는 차량 정체는 4차선 확장만이 능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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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jirisani)등록 2004.04.17 15:37

2003년 가을에 개통된 남도대교-끝에 좌우로 19번 국도가 있다 ⓒ 이재은

그 때와 달리 여기에 한 가지 더한 것은 영호남의 화합과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의 일환으로 화개장터 앞에 건설된 남도대교는 가설 목적이 첫 해부터 무색해 지면서 무용지물의 한계를 훨씬 벗어나 그 웅장한 위용만큼이나 교통체증을 2중으로 가중시키는 흉물로서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었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 착공한 이 다리는 강의 양 연안에 살고있는 영호남 주민들의 화합을 촉진시키고 교통체증을 격감시킬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작년 가을에 개통된 바 있다.

이 다리가 개통되기 이전에는 쌍계사로 진입하는 길이 19번 국도에서 두 개가 있었는데 "T"자 형상을 한 평면교차로이기 때문에 평소에 한적하다가 벚꽃철이면 윗 쪽의 구례 방면에서 또 아랫 쪽의 하동 방면에서 몰려드는 차량들로 인해 어김없이 붐비게 되는 원흉이었다. 그러나 그 두 개의 길 중 하나는 어차피 쌍계사로 연결되게 되어있어 필요에 따라서 통제를 하면 별 문제가 없는 그런 길이다.

화개교, 화면의 좌측부분에 기존 교차로가 있고 우측 끝부분에 남도대교 교차로가 있다. ⓒ 이재은

문제는 '남도대교'인데 기존의 평면교차로가 교통체증의 원인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예측이나 심사숙고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평면교차로를 하나 더 개설함으로써 교통체증을 배가하는 원인제공을 하게 된 것이다.

이 다리가 개통된 이후 처음맞은 올 벚꽃나들이에서 보면 19번 국도 반대 쪽, 즉 섬진강 저 편에 있는 지방도가 장엄한 다리(?)덕분으로 똑 같이 차량들의 홍수로 곤혹을 치루었던 것은 대교의 개설 목적을 벗어난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체증을 불러 일으키게 되는 원인제공을 하나 더하게 된 결과가 되었다.

현재 관계기관과 하동군청에서는 하동에서 구례까지의 국도를 4차선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갖고 이를 추진하고 있는데 지역 주민 및 시민단체에서는 이를 적극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섬진강변의 도로 양 옆으로는 수 십년 이상 된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데 벚꽃이 개화하는 동안의 일시적인 불편으로, 그것도 주로 주말에 한 두번 나타나는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 모든 천혜의 자연적인 여건을 무시하고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려는 계획은 재고해 봐야 할 것이다.

강의 물굽이와 산자락의 굴곡에 따라 자연적으로 형성된 기존의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려면 속도의 증가 등을 감안하여 거의 직진 도로로 확장해야 할 것인데 이 때 아름드리 벚나무들이 강제로 베어져야 함은 물론 강변이 파 헤쳐지고 산자락이 짤려나가야 할것은 자명한 일이요 또한 그 주변으로 새로 이식한 어린 벚나무 묘목이 제구실을 하려면 최소한 십 수년은 걸릴 것이다.

현재 전국의 방방 곡곡 이곳 저곳에서 경쟁적으로 조성해 놓은 벚나무 군락들은 이미 성장하여 그 옛날 섬진강변이 자랑하던 벚꽃터널이 조성되어 상춘객들을 유혹할 것이고 그들은 섬진강 벚꽃을 쉽사리 잊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사실도 깨달아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에 건교부 장관이 "모든 길이 빨리만 달린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운 19번 국도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 문제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하여 4차선 확장을 저지하려는 이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의 손을 들어 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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