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총선, 영남의 싹쓸이를 보고...

경상도를 바꾸는 나의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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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술(kkochi)등록 2004.04.17 15:48
이곳 대구의 낮 기온이 섭씨 25도를 오르락거리니 확실히 여름같은 날입니다. 저도 벌써 반팔옷을 입고 다닐 정도니 말입니다.

그동안 꽤나 바빴습니다.

물론 일도 일이지만 대통령탄핵 소추로 촉발된 정국의 어지로움으로 인해 자영업을 하는 저같은 사람들까지 덩달아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정치인도 아닌데 네가 왜 바쁘냐고 하실 분들이 계시겠지만 정치를 취미(?)로 삼는 사람이 심각한 정치소용돌이가 몰아칠 때는 함께 바빠지게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뭐 그렇더라도 생업까지 완전히 포기하고 다니지는 않았겠죠?^^

취미가 아니더라도 정치라는 것이 우리의 일상생활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이니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요. 그 관심의 정도는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요.

어찌되었든 제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첫번째 이유가 친일파때문이라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대학졸업을 할 때까지만 해도 저는 친일파 문제가 있다는 것 조차도 제대로 몰랐습니다. 몹시도 부끄러운 일이지만요.

그후로 알게된 우리나라의 숨겨진 역사 (무슨 고조선이니 하는 호랑이 담배 피던 정도의 옛날 이야기도 아닙니다)는 나의 인생에 있어서 삶의 방식을 바꾸어 버릴 정도로 커나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40년이 넘게 살아오면서 알고 있었던 나의 역사지식은 한마디로 왜곡 그자체였습니다. 군에서 초급장교로 근무했고 범생이로써 착실한 학교생활을 보내면서 나름대로 가장 평범하면서도 투철한 애국정신, 건강한 시민, 화이트칼라(대학원까지도 괜찮은 성적으로 다녔으니깐^^)로서의 자부심같은 것을 지녔던 나는 한마디로 우물안 개구리였던 것이었습니다.

도저히 믿기지않았던 우리의 역사, 우리의 현실. 그것을 믿음 그리고 사실로 인정하기까지에는 거의 1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 새로운 역사를 알게되면서 그제서야 왜 나도모르는 사이에 내가 그리고 우리 경상도가 전라도를 싫어하게 되었는지를 서서히 알게 되었습니다.

전라도사람들을 나와 똑같은 사람(?)으로 인정하는 것까지에도 그정도의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느낍니다. 이성적으로 그래서는 안된다 하면서도 마음 속 저 깊이까지 남아있던 호남인에 대한 확실한 차별까지 없애는데는 정말 그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그것도 나의 정신력의 발로를 기반해서 말입니다.

어쩌면 아직까지도 나의 머리속에는 전라도에 대한 차별의식이 남아있는 지도 모릅니다.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서 다시한번 그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이것이 어느 개인의 잘못이 아닌 것은 역사를 조금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자신이 생각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쇄뇌되어 버린 나의 의식. 이것이 경제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지금도 경상도인에 의해 (아니 일부 호남인들에게까지) 영웅으로 비쳐지고 있는 박정희정치의 가장 큰 폐해중의 하나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밤을 새워 이야기한들 지금 경상도인들의 의식이 바뀔리는 만무하다고 생각합니다. 멀리 갈 것없이 제 주위의 분들, 친구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재미있는 건(?), 지역주의와 관련한 경상도사람들의 정치행위에 있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부분들에 대해서, 내용을 알만한 경상도사람들은 애써 그런 이야기자체를 회피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저처럼 그나마 역사적사실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들과는 토론이라는 것 자체를 거부한다는 것이지요.
왜 그런지는 뻔하겠죠. 그사람들 조차도 무엇이 옳다그르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또한 그런 사람, 친구들과는 그런 이야기를 잘 하지않습니다. 왜냐고요? 아시다시피 말 꺼내봤자 좋은 분위기가 안되니까요. 주제에 대한 토론은 금방 어디로 사라져버리고 고함만 나오게 되니까요.

오랫동안 사귀어왔던 그런 분들, 친구들을 잃고싶지는 않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하지않는 두가지 큰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는 그것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에 있고
둘째는 친구를 잃어도 좋을 만큼 옳고그름의 것들을 따지고 싶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호남인들이나 그외 다른 분들이 보기에는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저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어쩌면 가장 빠른 시간내에 영호남이 화합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좋은 인간관계에 있는 친구가 계속해서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을 알면 그 친구들도 조금씩 조금씩 바뀔 것이란 생각에서 이죠. 어차피 교과서나 언론도 조금씩 변화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진실에 대한 접근도 조금씩 이루어 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그런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직접적으로 저의 경상도친구와 주변 사람들을 극한적인 관계까지 가서 진실게임을 벌이는 것보다 조금은 늦어도 그런 방법이 오히려 더욱더 좋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의 과정만 봐도 그것이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촛불시위때도 함께 가자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되는 이런 일에 도저히 그냥 있지 못하겠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촛불시위에 나간다고만 이야기 했죠.

그때 그것에 대해 대부분이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의 마음속 변화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빠른 속도로 우리편(?)이 되어버린 친구도 벌써 몇몇 있습니다. 그 친구들은 개별적으로 만나면 저에게 먼저 정치이야기를 꺼냅니다. 그리고는 함께 경상도를 그리고 아직도 변화를 거부하는 친구들을 씹죠^^. 물론 애정을 가지고 말이죠.

저는 민노당이 국회에 입성한 것보다 개인적으로 이일을 더 기분좋게 생각합니다.

어차피 이일은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몇몇찌라시들을 없애는 일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천천히 그리고 악랄하게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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