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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7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 합니다. 지난 선거 기간 동안 지역구민에게 한 약속과 다짐 잊지 마시고 성실한 의정활동 보여 주시기 기대합니다.
저는 배 의원 지역구인 부천시 원미구에 사는 평범한 회사원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유력 후보인 배 의원과 이사철 전 의원이 함께 총선시민연대의 낙선대상자로 선정되는 바람에 투표하는 데 좀 더 많은 고민이 필요 했습니다. 총선시민연대의 선정 이유와 두 후보의 소명자료를 꼼꼼히 읽어 보고 투표를 하는 수고가 필요 했었지요.
결과가 배 의원의 승리로 나타났지만, 앞으로 다시는 낙선대상자로 선정되지 않도록 다른 의원들 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총선연대가 내놓은 낙선대상자 선정이유는 2000년 12월말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돕기 위해 민주당에서 자민련으로 당적을 변경한 것과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두 가지 이유였습니다.
제가 배 의원께 이런 글을 쓰게 된 계기 역시 배 의원의 당적 변경 이력 때문입니다.
2000년 당시 자민련은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정책과 이념의 차이는 아랑곳 하지 않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를 오가며 흥정을 벌였으며, 그 와중에 배 의원께서 3석이 모자라는 자민련에 입당함으로써 자민련과의 공조를 이루어 냈습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자민련은 소속 의원들이 한나라당으로 일부 옮겨 가면서 다시 비교섭단체로 전락했고, 자민련에 있을 이유가 사라진 배 의원께서는 다시 민주당으로 옮겼지요. 배 의원께서는 당적 변경 이유에 대해 "거대야당의 횡포로 인해 국정난맥상을 초래하는 정치현실을 다잡아 정치안정을 이룩하기 위해서였다"고 했지만 많은 국민들은 민의를 거스른 정치야합이라고 봤고, 결국 이번에 낙선대상자로 선정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원내교섭단체가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차이는 배 의원께서 더 잘 아실 것입니다. 국고보조금과 교섭 활동비 등 경제적 이익도 무시할 수 없고, 국회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사무실의 수와 규모 역시 큰 차이가 납니다. 국가가 지원해 주는 여러 인력의 배정에서도 차이가 날 뿐만 아니라 총무회담에도 끼일 수 없는 등 국회 운영 전반에서 배제되는 설움을 겪습니다. 상임위 간사 자리도 배정되지 않아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발생합니다.
이번 총선 결과를 기준으로 보면 17대 국회의 원내교섭단체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단 두 당 뿐입니다. 최근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제 3당 민주노동당은 의석수가 10석에 불과하기 때문에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가 없습니다. 원내에 진출한 사실상 최초의 진보정당이며 의석수와 상관없이 폭 넓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비교섭단체로 국회운영에서 배제된다면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와도 배치되는 일입니다.
17대 국회에서 관련법을 개정하여 18대 국회부터 적용하자는 김근태 원내대표의 발언은 민주노동당을 국정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속내를 밝힌 것에 불과합니다. 17대 국회가 정쟁으로 허송세월한 16대 국회와 달라지려면 17대부터 민주노동당을 정치파트너로 인정하고 당당하게 정책대결로 승부하는 것이 옳습니다.
총선 이후 너도 나도 입만 열면 ‘상생의 정치’를 떠들지만, 그 누구도 용기있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이야 말로 배 의원께서 나서야 할 때입니다.
정당 간의 흥정으로 인해 물건 취급 당하며 당적을 옮겨야 했던 배 의원께서 관련법 개정에 앞장을 서서 민주노동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로 인해 지난 2000년 배 의원께서 당적을 옮긴 것이 정당간 야합의 결과가 아니라 진정으로 정치안정과 나라 발전을 위하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통해 민주노동당의 실체를 인정하는 것이 17대 국회가 상생의 정치를 여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저는 지역구민의 한 사람으로 그 시작을 배 의원께서 이끌어 내기 바랍니다. 그로 인해 제가 사는 이 곳이 낙선 대상자를 두 명이나 배출한 부끄러운 지역구가 아니라, 일꾼 하나 제대로 뽑은 자랑스러운 지역구로 탈바꿈 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당선을 축하하며, 4년 임기 내내 변함없는 모습 지켜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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