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제 득표율로만 탄핵민심을 읽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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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길(looksound)등록 2004.04.20 10:05
이번 17대 총선 결과 비례대표제에 의한 한나라당의 득표율은 35.8%, 열린우리당은 38.3%로 최종 집계되었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나 지지자들은 이 통계치를 단순 비교하여 탄핵에 대한 국민의 찬반의사가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례대표제에 의한 정당 지지율만을 가지고 민의를 읽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들 주장대로 비례대표제에 의한 정당 지지율 속에 민의가 다 반영되어 있다고 한다면 지역구 의석수 분포는 그에 비례해서 나왔어야 한다(지역구 전체 의석수×비례대표제에 의한 정당지지율).

즉 한나라당 87석(243석×35.8%), 민주당 17석(243석×7.1%), 열린우리당 93석(243석×38.3%), 자민련 7석(243석×2.8%), 민노당 32석(243석×13.0%), 기타 7석(243석×3.0%)으로 나왔어야 한다.

그러나 지역구에서 한나라당은 100석, 민주당은 5석, 열린우리당은 129석, 자민련은 4석, 민노당은 2석, 기타 3석을 얻음으로써 한나라당은 비례대표제에 의한 지지율에 비례한 의석수보다 13석, 열린우리당은 36을 더 얻은 셈이다. 반면에 민주당은 비례대표제에 의한 지지율에 배례한 의석수보다 12석, 자미련은 3석, 민노당은 30석, 기타는 4석 적은 의석수를 얻은 셈이다.

유권자들은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과 자민련과 민노당 그리고 기타에 주어야 할 63석 중에서 14석만을 나누어 주고, 나머지 49석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 각각 13석, 36석을 나누어 준 것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한나라당보다 열린우리당에 약 3배의 의석을 더 주었다는 사실이다.

탄핵에 대한 민의는 이러한 관점에서 읽어야 한다. 부패 정치, 낡은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심판,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염원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한나라당과 같이 비례대표제에 의한 정당 득표율만을 단순 비교한다면 이번 총선에 담겨진 그 어떤 민의도 결코 읽을 수 없다.

한편 이번 17대 총선에서는 정치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던 민의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민노당에 대하여 지역구에서는 2석 밖에 안주고 비례대표제에서는 8석(13.0% 지지율)을 준 투표결과가 그것이다. 이상적인 정치의 모습은 진보와 보수의 균형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모습을 기대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진보의 묘목을 심고 가꾸어 보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나라당 소속의원들과 지지자들에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러한 고심을 한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지역구 선거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후보에 투표한 유권자들일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나중에 검증되어야 할 가설이기는 하지만 비례대표제에 의한 정당 득표율이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비슷하게 나온 까닭은 여기에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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