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논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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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용(sof1998)등록 2004.05.01 08:44
최근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이 자신의 맞수로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을 지목해 화제다.

지난 총선에서 두 사람은 녹록지 않은 입심을 만천하에 과시한 바 있다. 특히 전여옥 대변인의 "인큐베이터" 발언은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전여옥, 유시민 양강체제에 "불판론"으로 기염을 토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가세하면서 바야흐로 트로이카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지난 몇 차례 토론회에서 보았듯이 논쟁은 한마디로 전쟁이다. 논쟁에 참여한 논객들은 총과 칼을 손에 들지 않았을 뿐 두 눈에선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입으로 내뱉는 말 한마디는 비수가 되어 상대의 급소를 노린다.

고대 인도에선 서로 다른 교파끼리 논쟁을 벌이다 지면 얼굴에 진흙을 바르고 광야를 전전하거나 심지어 혀를 비롯한 신체 일부가 잘리는 형벌까지 감수해야 했다. 따라서 심약하거나 겁이 많은 사람은 논쟁에 부적합했다. 단지 말만 잘한다고 논객이 되는 게 아니라 용기와 지혜를 함께 지녀야 진정한 논객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최근 인터넷에 토론의 장이 상설화되면서 그동안 학자, 정치인, 언론인 등에게 제한적으로 허용되던 논객의 지위를 일반인들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중에는 치밀한 논리와 해박한 지식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스타 논객들도 적지 않다. 그야말로 "지금 대한민국은 논쟁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민주주의가 심화되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과도한 논쟁이 국론 분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각 당 대표 논객들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다. 본인의 일거수일투족이 시민 논객들의 전범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어설픈 논리로 억지를 부리거나 귀를 막고 눈을 가린 채 자기 주장만 하거나 감정에 휩쓸려 이성을 잃는 등의 행위는 삼가야 한다.

또한 애써 승리를 구하지 말기 바란다. 승리는 지(知), 덕(德), 용(勇)을 겸비한 자에게 주어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지혜롭고 용맹스러워도 덕이 부족하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지식이나 자신감이 최고조에 도달해 있는 각 당 대표들에게 남아 있는 미지의 영역은 지(知)나 용(勇)이 아니라 덕(德)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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