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예식이벤트에 대한 단상(斷想)

* 5월 축의금의 계절을 맞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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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근(ldk56)등록 2004.05.03 18:04
결혼한지 꼭 20년이 되었습니다. 어언 50을 바라보고 있는 요즈음은 친구나 직장동료들의 아들.딸들 결혼식에 자주 가게 되는 편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대학원 후배의 결혼식장에 하객으로 가보았습니다. 여전히 결혼이라는 건 싱싱함과 희망이 넘치더군요. 요즈음 결혼식장에 갈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상하리만큼 '턱시도'가 구미를 땡기게 합니다. 가능하다면 '턱시도'만 입는걸지라도 결혼예식을 한번 올리고 싶은 충동을 '징'하게 받습니다. 그렇게 얘기했더니 어떤 분은 입는 본인은 그렇게 쑥스러울 수가 없다고 손사레를 치더군요.

최근의 결혼예식은 하나의 이벤트가 된것 같이 아주 다양하게 치루더군요. 신부가 모든 화객들 앞에서 축가를 부르기도하고 신랑 신부의 돐 사진부터 바로 어제까지 사진들이 양쪽 벽면의 대형화면에 비추어 주기도 하고 신랑 신부가 함께 손 잡고 식장에 입장하기도 하더군요. 그러다가 만세삼창에 큰절까지... 때로는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신랑 신부의 사랑의 맹세를 하객들 앞에서 낭독하고 그것을 서로 교환하는 유별난 결혼식도 있으며, 6-7단으로 쌓은 유리 잔 맨 꼭대기서 부터 샴페인을 붓게도 하며, 유럽풍 의장대 복장을 한 팔등신 여자 도우미들이 긴 칼을 뽑아 있는 속으로 지나오게도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결혼 상대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소위 '돈벌이'가 될만한 상대를 고르는게 유행이라는군요. 남정네들이 압도적으로 여성의 '자유전문 직종'을 선호하는경우가 늘었다고 합니다. 아내가 돈을 버는 것은 좋치만, 가사 분담에 대한 책임은 피하고 싶다는 이중심리를 엿 볼수 있을것 같습니다. 남정네들이 돈도 벌면서 가정 생활도 잘하는 슈퍼우먼을 배우자의 1순위로 꼽고 있는것 같습니다. 뻔한 얘기지만, 배우자 덕(德)좀 보자는 거겠죠.

아주 옛날 에는 얼굴도 안보고 결혼해도 잘 살았습니다. 시집가면 죽었다 마음 묵고 가니까요. 저희 결혼때는 마음을 읽고 마음에 들면 어떤 고난도 함께 헤쳐나가리라는 순진함(?)이 있었드랬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세태도 바뀌고 이제는 이벤트속에서 백년가약을 맺는게 부럽기도 합니다. 단순통계적인 조작이라고는 합니다만, 이혼율이 47%에 달하다는 숫자를 보고 역시 진심으로 상대 배우자를 선택하지 않는 요즈음 결혼풍속은 문제가 분명 있다고 봅니다. 남자의 경우는 죽으나 사나 이 여자를 위해 평생을 벌어 먹이면서 오손도손 살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하겠고, 여자의 경우도 이제는 이 남자하나 모시면서 한평생 살섞으면서 살아 가겠다는 여필종부의 마음이 있으면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그런 마음을 머금지 아니하고 뻑적지근한 이벤트가 우선되는 결혼식을 올리면 좋은 일이 거저 마구 생길까 기대하고 백년가약을 맺지만 장가.시집 가봐도 별 볼 일이 없으니까 또 다른 '살붙이''짝짓기'상대를 찾아 기웃거리게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이혼 그 이후는 어떤가요? 남자는 고주망태의 떠돌이 생활을, 여자는 노래방 도우미가 흔한 일 아닌가요? 그보다야 단란한 가정을 같이 참아가며 꾸려 가는게 백번 좋은 일이지요.

진득한 삶이 필요한 때입니다.
진솔한 마음가짐이 절실합니다.
건실한 남여관계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턱시도'는 여전히 내눈앞에 아른거리네요.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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