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의원에게 드리는 苦言

인제 막가자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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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kksjpe)등록 2004.05.04 21:48
이인제 의원님. 안녕하신지를 묻기엔 상황이 너무 몰려 있군요.
우선, 제 소개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충남대 정외과 대학원 3학기를 다니고 있으며 대전 시민의 신문 천안ㆍ아산 취재부장을 맡고 있는 김갑수 라고 합니다.

의원님을 처음 알게 된 때가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몇 년도인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5ㆍ18 청문회에서 의원님의 날카로운 질문은 증인으로 나온 거물급들을 충분히 긴장시키고도 남음직 했습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저는, 그 당시부터 의원님에 대해 작은 희망과 나름의 배움을 얻고자 했던 기억이 납니다.
1997년 신한국당 대선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 패배하신 후 경선결과에 불복하여 국민신당을 창당했을 때, 많은 여론은 이의원님을 비판했지만 그때까지도 저는 의원님에 대한 신뢰의 끊을 버리지 않았었습니다. 그 때 당시, 저를 지도해주시던 한 교수님께서 의원님의 캠프에 참여하시고 계셨습니다. 언젠가 그 교수님에게서 “그 사람이 경선에 불복할 줄은 정말 몰랐네.”라고 말씀하셨던 기억도 납니다.
당시 대선관련 토론회에서 사회자의 “경선불복종의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중국의 한 미련한 사람이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폭우속의 다리 밑에서 친구를 기다렸다고 합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상황이 바뀌었을 때엔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라는 논리로 경선불복의 이유를 설명하시더군요.
“젊다! 강하다! 희망이 있다!”라는 슬로건으로 ‘제 2의 박정희’라는 명성(?)까지 얻으셨지만, 득표율 19.2%에 머물러 패배를 맛보아야 했습니다.

한번만의 불복종이었다면 ‘국가와 민족을 위한 투철한 사명감’ 때문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텐데 지난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불복을 보며 저의 신뢰는 조금씩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정치학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민주주의는 과정이 중요하다’라는 기초지식은 저도 있습니다. 그런데 의원님의 행태는 점점 그 상식에도 못미치고 계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2004 총선시민연대는 의원님의 낙선사유에 대해 ① 대통령탄핵소추안 찬성표결, ② 경선불복종(1997년 신한국당 대선경선 불복,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경선 불복), ③ 철새정치 행태(통일민주당→민주자유당→국민신당→새정치국민회→새천년민주당→자유민주연합), ④ 의정활동 부족(대표법안발의 0건, 무단 결석율 21.29%로 4위) 등의 이유를 들었습니다.
이 중에서 어느 한 가지만 언급되어도 치명적일 텐데 의원님은 너무 많은 것에 포함되시더군요.

그 이후 한 인터넷 신문을 통해 "한나라, 5억에 이인제 `매수' 시도"라는 기사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의원님의 지구당 사무실에는 ‘정적(政敵) 잡는 공작수사! 국민은 알고 있다’ ‘죽음으로 내모는 검찰수사, 노정권의 하수인인가’ ‘이인제는 결백하다, 우리는 승리한다’ ‘노정권에 몸 바치는 정치검찰 각성하라’등의 현수막과 함께 일부 과격한 지지자들이 가스통을 무기삼아 의원님을 보호하고 있더군요.
이인제 의원님! 인제 막가자는 겁니까?
일부 지지자들의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시며 모든 국민들이 같은 마음일 것으로 착각하고 계신 것은 아닙니까? 혹시라도 아직까지 당신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있는 국민이 있다면, 지금의 모습을 보며 무엇을 생각할까요?
의원님의 홈페이지에는 ‘오직 진실은 살아있다. 아무리 밟아도 진실은 오직 하나다. 이인제는 진실만을 위해 이 투쟁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라는 글이 있더군요.
그렇습니다. 진실은 오직 하나입니다. 의원님이 불법자금을 받았느냐, 아니냐의 사실도 오직 하나입니다. 그 진실을 국민 모두가 원하고 있습니다. 국민은 가스통을 들고 있는 지지자들만이 아닙니다. 뉴스를 바라보며 답답해하는 수 천 배의 국민들이 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진실을 밝히십시오. 차라리 잘못한 것이 있으시다면, 국민에게 사과하십시오. 우리나라 국민이 얼마나 정에 약한지 잘 아시지 않습니까? 만에 하나 ‘공작수사’일 경우, 시간이 지나고 이 일이 잊혀질 때 쯤, 요즘 방영되는 ‘인물현대사’등과 비슷한 프로그램에서 이의원님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줄 날이 있을 겁니다.
의원님에게 작으나마 희망을 가졌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부디 의원님의 올바른 판단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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