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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다. 5월은 특별히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을 포함하는 가정의 달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와 어머니들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지위, 또 그들의 인간으로서의 자연적 권리를 얼마나 누리고 있는지를 다른 선진국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어린이 날인 어제도 보도에 의하면 아직도 우리의 아이들이 질병과 어른들의 부주의로 인하여 배고픔과 건강에 대한 학대를 당하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아동 학대와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아직 문화 선진국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서 활동하는 비영리 구호단체인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 '이 어머니날(5월 둘째 일요일)을 앞두고 '2004 세계 어머니들의 상태(State of the World's Mothers 2004)'에 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단체의 주된 임무는 궁핍한 어린이들의 생활 조건을 영속적이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다. 또한 이 단체는 다른 어린이 구호단체와 협력하여 전 세계 어린이들의 웰빙(복리)을 보장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는 어머니날을 기념해서 5번째 세계 어머니 지위와 상태에 관한 40여 쪽에 이르는 장문의 보고서를 내놓았는데, 이 보고서의 주된 관심은 ‘자신은 어린이지만 어머니가 된 15-19세에 이른 청소년기의 소녀들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보고서가 보여주는 대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어린 어머니와 그들의 아이들이 삶과 죽음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세계의 청소년 시기 어머니들이 직면한 문제의 심각성을 일깨움으로써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될 위험을 가지고 있는 소녀들을 도와 줄 구체적인 정책을 긴급히 요한다는 점을 이 보고서는 또한 보여주고 있다. 그 보고서는 ‘어린이 어머니’와 그들의 아이들을 위한 건강과 교육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결혼과 아이들의 출산을 가급적 늦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성공적 일 수 있는 실용적인 정책적 해결책을 권하고 있다.
장문의 긴 보고서를 다 서술할 수는 없지만, 그 보고서에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여러 놀라운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전세계를 통틀어 수백만명의 소녀들이 자기 자신은 아이이면서도 결혼해서 어머니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녀들은 육체적으로 또 감정적으로 준비되기 이전에 결혼함으로써 비극적 결과를 가져온다. 많은 소녀들이 아이를 낳다가 죽어가기도 하고, 상당수의 태어난 아이들이 죽기도 한다는 것이다. 어린 어머니와 그들의 아이들은 빈약한 건강과 제한된 교육, 가혹한 가난을 견디도록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그 보고서가 여실하게 보여주는 통계이다.
중요 통계를 살펴보자. 전세계에서 태어나는 10명 중 하나의 비율로 어머니 자신이 여전히 아이라는 것이다. 개발도상국가에서 15-19세 이르는 청소년기의 소녀들의 죽음을 이끄는 원인은 임신과 출산에 관련해서 발생한다고 한다. 이 경우에 소녀들의 출산과 임신에 관련해 죽는 비율은 성인 여성과 그것과 비교해 볼 때 두 배에 이른다고 한다. 이 연구서는 10-14세에 생겨나는 아주 젊은 어머니들의 죽음은 20-24세에 도달한 여성들에 비해 5배나 높다고 한다. 또한 이들이 낳는 아이들이 1살에 도달하기 이전에 죽을 위험성은 20대 어머니들에게서 태어난 아이들보다 50%나 높다고 한다. 전세계를 통틀어 약 70.000명 소녀들과 어린 어머니들에게서 태어난 백만의 유아(幼兒)들이 매년 임신과 출생 과정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비극적 결과를 막기 위한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교육을 받은 소녀들일수록 결혼을 늦추고, 아이를 적게 가지려 하고, 아이들을 더 좋은 건강을 가지도록 양육하고, 더 나은 영양상태를 가지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상당수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도 입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다. 또 그 중의 60%이상이 소녀들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소녀들을 학교에 가게 해서, 자부심을 갖도록 교육하고, 건강과 교육에 대한 지식을 개선하는 것만이 ‘어린 어머니들’을 발생하는 것을 막는 방책이라는 것이다.
자부심을 키워주는 것은 경제적 기회를 확충하게 하고, 결혼을 나중에 하게 함으로써 출산을 가급적 늦추게 할 수 있고, 이를 통하여 수입을 증대시키고, 아이들을 적게 낳게 하고, 결과적으로는 아이들의 건강을 진작시켜, 더 좋은 교육을 받은 아이들을 키워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학교에 머물 수 있는 사회의식 구조를 고치고,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높여서, 여성의 경제적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현실적 정책적 입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제적으로 보고서에 나타난 통계로도 소녀들의 교육이 증대될수록 태어나는 아이들의 죽음의 비율이 감소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 통계를 보니, 미국과 캐나다가 거의 100%에 가까운 비율로 소년들이 중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으로 되어 있고, 아프카니스탄을 비롯한 말리, 예맨, 방글라데시가 그 비율이 제일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이들이 아이를 갖는 최고로 위험한 나라들의 순위를 보면, 니제르를 필두로 리베리아, 말리, 차드 등 대개 아프리카에 위치한 나라들이다. 이들 나라의 모든 여성 중의 절반이(48%)이 15-19세에 결혼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에 관련된 흥미 있는 데이터가 제시되고 있는데, 산업화된 나라에서 청소년기의 소녀들이 어머니가 되는 통계와 관련을 맺고 있다.
미국에서의 청소년들의 출생 비율은 지난 10년간 줄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산업화된 국가와 비교해서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영국에 비교해서는 2.5배이고, 네덜란드, 일본에 비해서는 10배나 많고, (놀라지 마시라.) 한국에 비해서는 무려 17배나 높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18쪽). 15-19세에 도달한 1000명 당 출산수는 미국이 53명이고, 영국은 20명이고, 캐나다는 16명 스웨덴 7명, 일본이 4명, 한국이 3명이란다.
자랑스런(?) 1등이다. 이에 관련된 각주(脚注)를 들여다보니 한국은 Unicef의 2003년 ‘세계 어린이들의 상태(지위)’란 보고서에서는 발전하는 국가(developing country)로 ‘2004년 세계 어머니들의 상태’에는 산업화된 국가(industrialized country)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보다 유럽이, 유럽보다 한국과 일본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은 우리의 청소년들의 건강성을 말하는 것일 수 있다. 이 점은 동양 문화가 개인 중심적인 독립적인 문화이기보다는 가족 중심적 관계적 유교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을 듯하다. 이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유교적 질서에 따르는 사회적 통념과 의식이 지배하는 문화구조로도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보고서에 제시되고 있는 가장 눈길을 끄는 지표는, ‘어린이들의 복리 지표’와 ‘여성들의 복리 지표’(indicator's of women's well-being)이다. <어머니의 지표>는 <여성지표>와 <어린이들의 지표>에 따라서 결정된다. <여성지표>를 결정하는 요인들은 첫째, 출산할 때 사망위험률, 둘째 현대적 피임도구 사용비율, 셋째 출산할 때 숙련된 산파의 도움을 받는 비율, 넷째 빈혈 임산부 비율, 다섯째 성인 여성의 문자 해독률, 여섯째 여성의 국가 정부 참여 비율 등의 항목을 평가하고, <어린이 지표>는 유아사망률, 초등학교 총 진학률, 안전한 식수 접근률, 5세 이하 영양실조 비율 등의 항목을 통해서 평가되었다.
보고서의 따르면, 한국은 <여성 지표>와 <어린이 지표>는 각각 16위와 15위를 차지해 이를 <어머니 지표(mother's Index>로 종합한 결과 세계 119개국 중 아르헨티나, 싱가포르, 우루과이와 더불어 공동 16위 해당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반하여 북한은 <여성지표> 37위, <어린이 지표> 45위로 루마니아, 태국과 더불어 <어머니 지표>는 30위로 평가받았다.
<어머니 지표> 1위인 국가는 스웨덴이며, 덴마크와 핀란드가 공동 2위, 오스트리아. 네덜란드가 공동 4위, 노르웨이 6위, 호주. 캐나다 공동 7위, 영국 9위, 미국 10위 순이었다. 최하위인 119위는 아프리카 서부의 니제르(Niger) 공화국으로 여성 지표와 어린이 지표 모두 꼴찌였다. 아프리카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하위 랭킹을 받았고, 아시아에서는 네팔이 108위를 차지했다.
최근의 5년간의 '세이브 더 칠드런' 보고서가 보여주는 바대로, 어머니의 지표는 지역에 따라 큰 편차를 보여주고 있다. 산업화된 국가일수록, 또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국가들이 계속적으로 상위 랭킹을 차지하고 있다. 칠레, 코스타리카, 쿠바와 같은 중남미 국가들이 여성과 어린이 복지에 관한 여러 조건들이 지표에 있어서 산업화된 국가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옛 공산권인 중앙 및 동 유럽 지역의 여성 지위는 최근 5년간 눈에 띠게 개선되고 있지만,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 - 그리고 예맨과 네팔을 포함해서 - 의 여성들은 여전히 높은 출산 사망률과 낮은 교육 수준, 피임도구 사용률 등으로 고통 받고 있음을 이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아프카니스탄과 르완다와 같은 혹독한 전쟁을 겪거나 겪고 있는 나라는 충분한 자료가 없지만, 그 수치에 있어서 거의 하위 랭킹을 차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의 어머니 지위에 대한 보고서가 보여주는 대로라면 우리의 형평도 그리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최소한 외형상 그렇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도 여성의 건강과 사회적, 정치적 지위의 낮음과 어린이들의 건강과 학대의 문제를 가지고 있고, 또 자유로운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는 요인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을 무시하면 안 된다.
게다가 최근의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해마다 7.000명의 아이들이 버려진단다. 가정의 달이라는 이번달에도 600여명의 아이들이 가정으로부터 버림받게 될 것이다. 해외입양국 1위답게 그 가운데 200여명은 이 나라를 떠나 낯선 이국땅에서 새부모를 만나게 될 것이다. 10대 부모가 생겨나고, 입양을 꺼리는 풍토는 그리 자랑스런 것이 못된다.
외형에 치우친 통계적 수치보다는 내용적인 측면에서 여성과 어린이들에 보호와 사회 안전망이 더 면밀히 작동되기를 바란다.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어린이들의 사고가 잊을 만하면 간혹 한 번씩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얼마 전 부천의 어린이 유괴 살인 사건과 같은 예가 그 대표적인 것이다. 사회 안전망을 더 완벽하게 만드는데 세심한 노력을 기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가진 부모들에게 한정되는 것이긴 하지만, 어머니들의 어린이들의 삶에 대한 지나친 개입은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자식의 인생을 담보로 부모의 인생의 목적을 채워가려는 일부 학부모들의 지나친 자식에 대한 간섭은 마땅히 금지되어야 한다. 어릴 적 치맛바람으로 시작해서 대학을 입학하고, 졸업하고, 취직하는 문제, 또 결혼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나아가 그 너머에 도달하기 까지 부모의 간섭으로 인해 건강한 결혼 생활이 파탄 날 정도로 극성 어머니들의 자기희생적 ‘자아상실형 교육관'은 올바른 방향으로 보이지 않는다.
자식 스스로 최선을 다해 최고의 결과를 내는 ‘자아실현형 교육관'을 자녀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오히려 이 시대에 절실히 요청되는 어머니들의 이상적 모델로 자리 잡았으면 한다. 아무리 양보해줘도 지나친 자기희생적 교육 문화는 좀 부끄러운 문화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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