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사풀린 경찰'이 MBC 기자에게 정정보도 및 사과 요구

관련 경찰관 "범인 놓치고도 표창받은 적 없다, 정신적 피해 보상받겠다"

검토 완료

이동환(cycop)등록 2004.05.10 10:15
지난 5월 4일 MBC뉴스데스크를 통해 보도된 '나사풀린 경찰'이란 제하의 기사의 중요부분이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관련 경찰관들은 MBC측과 보도기자에 대해 정정보도와 사과, 그리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기로 하였다.

뉴스데스크에서는 '경찰관들이 고생은 많이 하지만, 이건 좀 아닌데 싶은 일들이 꽤 있다'는 사례로 '경찰은 오늘 용감한 시민들을 포상하면서 범인 1명을 놓친 경찰관들에게도 상을 줬습니다. 신속하게 나머지 1명을 잡았다는 게 이유입니다'라고 보도하였다.

이 보도가 나가자 MBC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경찰관에게 지옥특공 훈련강화해야(RIVERHAN7), 시민과 경찰이 같이 있는데 경찰은 겁먹고 몸사리고 있는데 시민은 대신 몸을 던져서 잡고..(SEXYSINJO)"등의 비난 글이 쇄도하였다.

또 한편으로는 "이거 제목이 맞게 붙인 제목인지 영~~ 의심스럽네요(UKHAN9), 뉴스를 세번 봤는데 아무리 봐도 이해를 못하겠네요(MIZ98JS)"라며 '나사풀린 경찰'이란 표현은 너무 비하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 지적을 하는 네티즌들도 '경찰이 출동했는데도 시민이 다치고 범인을 놓쳤다'는 방송보도를 그대로 믿었다.

MBC 해당기자는 기사에서 시민 2명이 강도2명과 격투를 벌였고, 그사이 도착한 경찰이 1명은 체포했지만 나머지 한 명은 (경찰이 보는 앞에서) 그대로 달아났다고 오보를 하였다. 그리고 범인 1명을 놓친 경찰관들에게도 상을 주었다고 비판하였다.(아래 해당언론사 홈페이지에 게재된 뉴스 전문 참조)

그러나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비슷한 시간대에 이 내용을 보도한 KBS는 용감한 시민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하면서 그 사건 경위를 "차모씨등 시민 2명이 피해자의 비명을 듣고 황급히 달아나던 강도 2명 가운데 1명을 쫓았다. (중략) 강도는 출동한 경찰이 공포탄을 쏘는데도 저항하다 실탄을 맞고 붙잡혔다"라고 사실에 기초하여 보도하였다.
(아래 KBS 홈페이지에 게재된 보도 전문 참조)

글쓴이가 현장출동 경찰관과 사건을 조사한 서초서 강력 1반을 통해 알아본 사실을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지난 5월 1일 새벽 4시에 손님을 가장하여 서초구 모까페에 침입한 강도 갑(검거), 을(미검)은 여종업원을 폭행하고 금품을 요구하였다. 여종업원중 1명이 감시가 소흘한 틈을 타 옆집가게로 가 '강도야'하고 도움을 요청하자, 차모씨등 시민 2명이 곧바로 범행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때 범행을 끝낸 을은 이미 도주하였고, 미쳐 바지를 올리지 못하는 바람에 늦게 도주하게 된 갑이 시민2명과 마추쳐 격투를 벌였다.

차모씨등 2명의 시민이 위험을 무릅쓰고 격투를 벌이다 흉기로 부상을 당하였고 범인 갑은 행인들을 흉기로 위협하면서 계속 도주하였다. 이때 신고를 받고 출동하던 서초경찰서 북부지구대 배모경사와 길순경이 범인을 발견하고 추격을 시작하였다. 추격이 시작된 곳은 시민이 부상당한 지점에서 약 150미터 떨어진 지점이다.

추격을 하면서 투항할 것을 명령하였으나, 범인 갑은 행인들과 경찰관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두르면서 끝까지 저항하다가 불가피하게 총기를 사용한 경찰관에게 체포되었다.

이 같은 정황은 글쓴이가 7일 오전에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차모씨와 통화에서 확인하였다. 차모씨는 "우리가 현장에 갔을 때는 범인중 1명만 있었다. 그 1명과 격투를 벌이다 놓치고 정신없이 추격하는 과정에서 그제서야 칼에 찔린 것을 알고 뛰어가진 못했다. 그때 경찰차량 3~4대가 출동하는 것을 보고 검거현장까지 걸어가서 검거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고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나사풀린 경찰'이란 제하의 보도를 한 해당기자와 지난 6일, 전화통화를 통해 보도경위에 대해서 질문을 하였다. 해당기자는 '나사풀린 경찰'이란 제목은 자신이 붙인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였고, 유공시민들만을 상대로 취재를 하였으며 보도한 내용을 사실로 믿었다고 주장하였다.

이 사건은 발생 4일이 지난 후에 시민표창을 계기로 보도되었으며, 이미 경찰의 조사는 마무리되어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해당경찰서를 출입하는 그 기자로서는 정확한 사실 확인이 그리 어렵지 않은 상태였다.

또 기자는 보도 동기에 대해서 '시민들이 격투를 하지 않았으면 범인을 잡을 수도 없었을 것이고, 시민이 다치고 범인도 놓친 경찰관에게 어떻게 표창까지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보도를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범인이 무차별적으로 지나가는 행인들에게까지 흉기를 휘두르는 가운데 침착하게 행인을 보호하면서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을 검거한 공적으로 표창을 받은 관련 경찰관들은 이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보도라고 흥분하였다.

관련 경찰관은 "나름대로 위험을 무릅쓰고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나사풀린 경찰'이 되고 보니 어이가 없다. 그 기사의 전체내용을 봐도 공권력을 경시하는 풍조속에 경찰이 수난을 당하는 내용인데 그것이 왜 '나사풀린 경찰'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며 강력하게 항의하였다.

관련경찰관은 MBC와 해당기자에게 자신들에게 치욕적인 왜곡기사를 보도한 뉴스데스크시간에서 공개 사과 및 정정보도를 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사풀린 경찰
MBC 뉴스 데스크에 보도된 내용

나사풀린 경찰


앵커: 민생치안의 최전방에 선 경찰관들, 여러 가지 고생이 많습니다마는 그러나 이건 좀 아닌데 싶은 일들 꽤 있습니다.

***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일 새벽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 2인조 강도가 들었습니다.

이들은 술집 여주인 등 4명을 집단 성폭행하고 2400만원어치의 금품을 털었습니다.

비명을 듣구조 달려온 이 모씨 등 2명은 달아나는 강도들과 맨손으로 격투를 벌였습니다.

달려온 이 기자: 그사이 도착한 경찰이 명을 붙잡았지만 나머지 한 명은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경찰은 오늘 용감한 시민들은 포상하면서 범인 1명을 놓친 경찰관들에게도 상을 줬습니다.

신속하게 나머지 범인 1명을 잡았다는 게 이유입니다.

인터뷰: 역시 치안이라고 하는 것은 꼭 경찰의 힘만으로 100% 다 완성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경 합동으로...

기자: 오늘 새벽 술에 취한 10대 2명이 시비를 벌이다 택시 운전사를 폭행했습니다.

10대들은 말리는 행인들도 두들겨 팼습니다.

급기야 경찰이 출동했지만 17살 김 모군은 경찰관도 때렸습니다.

기자: 어제 저녁 오토바이를 탄 한 날치기범이 여성의 손가방을 훔쳐 달아났습니다.

경찰관 3명이 출동해 덮치려 하자 경찰관 1명을 들이받고 다른 한 명에게는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혔습니다.


기자: 여기저기서 치이고 받히면서도 경찰은 이달 말까지 민생침해 범죄를 소탕하겠다며 100일 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MBC뉴스 ***입니다.
[사회] *** 기자 2004.05.04
/ MBC 홈페이지
용감한 시민 사투 끝에 강도 검거
같은 시간대 KBS에서 보도한 내용

[뉴스 9] 용감한 시민 사투 끝에 강도 검거

⊙앵커: 다음 소식입니다.

손님을 가장해 술집에 침입한 강도를 시민들이 뒤쫓아가 경찰과 함께 잡아냈습니다.

흉기에 찔리고도 끝까지 추격한 용감한 사람들입니다.

정정훈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일 새벽 4시쯤 서울 강남의 한 술집에 40대 손님 2명이 들어왔습니다.

이들은 술을 마시다 갑자기 강도로 돌변했습니다.

흉기를 들이대며 여주인 22살 임 모씨와 여종업원을 폭행하고 금품을 요구했습니다.

35살 차종우 씨 등 2명은 마침 부근 술집으로 들어가던 중이었습니다.

차 씨 등은 도망쳐나온 술집 여주인의 비명소리를 듣고 황급히 달아나던 강도 2명 가운데 1명을 쫓았습니다.

⊙차종우(강도 검거 시민): 우리는 옆 가게로 가는데 그때 강도가 막 튀어나오는 거예요.

그때 여자가 저 남자라고 소리를 질러서 저희가 쫓아가 잡았죠.

⊙기자: 최 씨는 필사적인 격투를 벌이다 흉기에 옆구리를 찔려 큰 상처를 입고도 다시 200여 미터를 쫓았습니다.

강도는 출동한 경찰이 공포탄을 쏘는데도 저항하다 실탄을 맞고 붙잡혔습니다.

⊙박모씨(피의자): 해코지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안 잡히기 위해, 우리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랬죠.

그냥 위협만 줬습니다.

⊙기자: 경찰은 술집 종업원들을 폭행하고 2400만원어치의 금품을 훔친 45살 박 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달아난 1명을 수배했습니다.

경찰은 차 씨 등 2명에게 용감한 시민상을 전달했습니다.

KBS뉴스 정정훈입니다.
/ KBS 홈페이지
ⓒ 2007 OhmyNews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