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높아진 미국인의 목숨값

그들의 강함이 그들의 약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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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smang)등록 2004.05.11 11:07
미국은 강하다. 정밀무기, 첨단무기, 강력한 화력, 빠른 기동력, 정확한 정보, 엄청난 병참지원. 이 모든 것이 미국을 강하게 한다. 그래서 모든 나라들이 미군을 무서워한다. 혹 미국이 자신의 나라를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지는 않을까, 그래서 자신들이 그토록 무서운 미군의 목표물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그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상의 현실이다.

미국은 강하다. 정밀무기, 첨단무기, 강력한 화력, 빠른 기동력, 정확한 정보, 엄청난 병참지 미군은 강하다. 그래서 미군은 전쟁을 해도 별로 목숨을 잃지 않는다. 항상 이기기만 한다. 수많은 적이 불타는 전의를 다지며 기다리고 있어도 미군은 두려운 것이 없다. 미군이 동원하는 강력한 화력으로 한바탕 폭격과 포격의 바람이 지나고 난 후, 지상군이 진격을 할 때쯤이면 이렇다할 저항세력이 남아있지를 않는다. 아니 저항세력이 남아있을 것 같을 때에는 진격을 하지 않는다. 미군이 한 사람이라도 덜 죽을 것 같은 상황을 만들기까지는 그토록 비싼 폭탄을 비 오듯이 쏟아 붓는 것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도 전쟁을 할 때는 전비에 부담을 느낀다. 그래서 미국 내에서는 전쟁의 당위성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그 전쟁에 소요될 경제적인 부담을 가늠하고 그만한 가치가 있는 전쟁인지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곤 한다. 그러나 일단 전쟁이 시작되고 나면 미군의 작전은 전비는 거의 고려사항에 넣지 않는 것 같다. 한 사람의 목숨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다.

미군의 목숨이 중요한 것은 미군의 지휘관들이 부하들의 목숨을 끔찍이 아껴서라기보다는, 사망자의 수가 늘어나면 미국 내의 여론이 악화되기 때문에 전쟁을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느낌을 자꾸만 받게 된다. 그래서 미군의 목숨 값은 자꾸만 올라간다. 때문에 한 사람의 목숨을 아끼기 위해서라면, 엄청난 전비가 들더라도 무자비하게 화력을 동원하기를 꺼리지 않는다. 그래서 미군 한 사람의 목숨 값은 현금으로 계산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그토록 미군의 목숨 값이 비싸기 때문에 미군에게 조금이라도 위험에 처할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면 그들은 무자비하도록 폭격이 가한다. 자신들은 그 폭격이 저항세력만을 겨냥한 정밀폭격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폭탄에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죽어나가는 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이 보인다. 그런 철저한 폭격을 통해서 단 한명의 미군을 살릴 수 있다면 이라크 민간인 몇 명이 희생되는 것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최근에 언론에 밝혀져 세계인의 분노를 조장하고 있는 체포된 사람들에 대해 미군이 가한 이루 말할 수 없이 무자비하고, 야만적이고, 수치심을 조장하는, 폭력적인 행위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것은 전장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미군들의 우발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토록 비싸고도 아까운 미군들의 목숨을 하나라도 덜 희생하기 위해서, 이라크 인들에게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수치를 조장하려고 조직적으로 벌여온 행위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로부터 전쟁은 사람과 사람이 얼굴을 마주보고 하는 것이었다. 싸움터에 나가는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아무리 용감한 사람이라도 힘이 겨워지거나 운이 나쁘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 전쟁이다. 그래서 전쟁은 승자나 패자나 아픈 상처를 않게 되는 법이다. 그러기에 전쟁은 가급적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었고, 승리가 예상되는 군대들도 전쟁에 나가기를 두려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대하는 전쟁은 일방적인 것이다. 상대방의 방공망을 무력화 시킨 후 마음대로 적국의 하늘을 날아다니며 폭격을 해대는 미군들은, 영화에 나오는 모습들처럼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출격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비행기를 향해 미사일은 고사하고 재래식 소총이라도 쏘아대는 마을이 있으면, 목표를 정확하게 조준하지도 않고 무시무시한 무기를 사용하여 그 마을전체를 폭탄천지로 만들어 버리는가 보다.

보도사진에 나오는 학교와 병원과 민가의 폭격 맞아 파괴된 비참한 모습을 보면 충분히 그런 상상을 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 혼자만의 지나친 생각일까. 그래서인지 미군들의 행동은 갈수록 오만해져간다. 우리나라에서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치어 사망시키고 미군부대로 뺑소니를 치는 미군의 모습이나, 이라크에서 여성을 벌거벗기고 온갖 고문을 자행하는 미군의 모습이 다를 것이 무엇인가.

그러나 나는 그 오만의 뒤에는 두려움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이웃들이 파리 떼처럼 굶어죽고, 폭격으로 죽어가는 것을 목격하면서 성장해 온 이라크 인들과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이라크 인들에게 죽음은 안타깝지만 너무나 흔한 것이고, 신성한 것이며 동시에 자신들의 조국과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어떤 것이다.

반면에 미군들에게 죽음이란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적들에게 어떤 희생을 치르게 하든지 막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전쟁이란 빛나는 무훈담이 될 수는 있어도, 결코 두려움 없이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어떤 것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위대한 제국인 미국인들은 마약으로 인한 죽음은 받아들일 수 있어도, 타국인에 의한 자국인의 사망은 결코 상상할 수도 없는 어떤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각오하지 않고 전쟁터에 나서는 이들. 병사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게 아니라 두려워하는 군 수뇌부들과 정치인들. 그들이 이라크 인들에게 모욕을 가하고, 결코 치유할 수 없는 아픔을 준 원인인 것이다. 너무 높은 미국인의 목숨 값.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그들은 파리 목숨 같은 이라크 인들에게 어떤 잔혹한 행위라도 망설이지 않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하는 일들이 언론에 대한 통제를 벗어나서 그 진상이 밝혀지지만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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