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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때도 그랬지만 자리에 앉아 무슨, 어떤 교육을 받는다는것이 참 싫었다. 더군다나 학교 졸업한 이후에도 특히나 따분한 오후시간에 교실같은 분위기의 딱딱한 의자에 앉아 거의 관심없는 내용의 교육을 받는다는것.. 정말 따분한 일이다. 그 따분한 일...민방위교육...그랬다. 민방위 신규편성교육...정말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반공에 관한 내용이며 어릴적 아주 나이많은 아저씨들이 쓰고 다니던 민방위모자와 옷...내가 이제 그들이 되었던 것이다. 제대한지 10년째,예비군도 다 끝나고 지역 민방위에 편성된 것이다. 이제 전쟁이 나도 전쟁터에 가지 않아도 되고 내 지역에서 내 가족을 지키면 되는 것이다. 그 만큼 나이 많이 먹었단 얘기가 되는 것이다. 정신교육이며 탈북자로 부터 들었던 북한의 실상과 소방교육..모두가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지만 교육말미에 탈북자가 북한에서 군생활 당시의 내용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들에게도 진한 전우애가 있는것 처럼 보였다. 순간 느닷없이 지난날 함께 군생활을 했던사람들이 생각 났다. 군대를 좀 일찍 간 탓에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았던 동기나 후임들...만 스무살도 되지 않아 갔던 군대였지만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순수하고 깨끗했던 시기를 함께 보냈던 동기와 후임들....제대하면서 받아 놓았을 주소록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연락할 방법...글쎄..고민끝에 모 인터넷카페...내가 근무했던곳이 '공군 k2화학지원대'...카페검색창에 이렇게 쳐 넣자 정말 거짓말처럼 이 카페가 떠 올랐다. 혹시나였는데 역시나 이런게 있었구나..카페를 뒤지기 시작했다. 게시판에 이내 익숙한 이름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내게 잊혀졌던 10년의 추억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군생활을 했던 대구...특히 대구 친구들이 많았고 그들끼리 몇년전까지 꽤 자주 만나서 술잔들을 기울였던것을 알 수 있었다. 모두는 아니지만 함께 생활했던 후임병들의 근황도 알수 있었고 꽤 친했던 동기들의 소식까지도 알수 있었다.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선임하사님들 소식도 있었다. 허꾹,재팔이,아줌씨,깜상...이름보다도 더 익숙했었던 별명들..게시판 이곳저곳을 다양한 내용으로 채워놓고 있었다.게시판 구석구석을 뒤지며 아껴가며 실린 내용을 읽었다. 결혼이야기,사는 이야기,누가 어떻게 지낸다더라는 이야기등...하지만 최근 1-2년간은 카페가 거의 닫혀 있었던것 같다. 2003년 초반을 끝으로 게시판이 끊어져 있었다. 다행히 주소록에 휴대폰번호들이 남아 있었다. 그들과 나를 연결해 줄수 있는 유일한 단서인 셈이다. 전화기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랬다. 10여년전 들렸던 익숙했던 그 목소리..허병장,정병장,안병장,김상병,박일병등등....같이 지냈던 시간이 3년이고 못만났던 시간이 10년이지만 처음 3년의 진함이 나중의 10년을 메우고도 남았다. 그때 그 느낌 그대로 비록 나보다 나이 많은 후임병들이지만 그때 그느낌으로 모두들 나를 맞아 주었다. 여전히 나는 반말로 그들은 존댓말로(나보다 다들 한두살 많은 형들이어서 나중에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지만...)대화를 했다. 최근에 별로 느껴보지 못했던 따뜻함이 묻어 났다. 다들 세상의 한 부분을 이루며 잘들 살고 있는듯 했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그들을 만나러 대구에 내려 간다. 다른사람들보다 특별히 힘들게 군생활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우애를 가지고 생활했던 그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전우다. 군생활을 할 당시는 전우라는 말이 참 쑥스럽고 어색했지만 지금 그들과 나는 분명 전우다. 아주 다른 모습으로 변해있을 그들을 보러 가는 날을 기다리며 지금 난 참 가슴이 설렌다. 그 옛날 잃어버렸던 엷은 기억을 찾아내고 그 기억이 앞으로는 지워지지 않을 좋은 추억이 된다면 참 기쁜일 일 것이다. 내가 살아왔던 적지 않았던 시간에 묻혀버린 수많은 사람들. 그 하나하나를 지금 다 기억 할 수는 없지만 오늘처럼 우연히라도 나와의 추억이 묻어있는 사람을 만난다는것은 참으로 가슴벅찬 일이다. 예전 목높여 부르던 군가'전우'의 한소절을 기억하며 내 마음을 벌써 대구로 내려가고 있는듯 하다."...........우리는 젊음을 함께 나누며, 깨끗이 피고질 무궁화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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