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갈등'은 존재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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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일(allday33)등록 2004.05.23 16:29
지난 대선과 최근 막을 내린 17대 총선에서 유권자의 투표 성향을 세대에 따라 구분지어 파악하는 행태를 언론지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상이한 투표 성향은 '갈등'으로 규정되고 그 해소책을 조속히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뒤따른다. 세대간의 의견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이 갈등으로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에 필자는 동의하지는 않는다.

세대차이는 어느 사회에서나 보편적인 현상이다. 다만 한국사회에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뚜렷한 의견의 이질성은 보편성과 더불어 한국사회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유교적 가치관이 체화된 구성원으로 이뤄진 한국의 문화적 토대는 상하질서가 엄격히 유지되도록 만들었다. 그 바탕 위에서 성립한 군사정부는 시민들의 자유로운 욕망표출에 폭력으로 대응했다. 개성이 규제되고,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엄격히 제한받는 사회는 표피적으로 큰 갈등이 없는 사회로 비춰질 뿐이다. 유난히 '질서'를 중요시하는 사회문화적 기류는 중장년층에서 현재에도 여전히 일정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80년대 이후 시민사회의 등장은 국가에 의해 주도되는 담론체계에 균열을 가하기 시작했다. 87년 이후 진전된 제도적 민주화는 시민의 욕망발산을 훨씬 자유롭게 만들었다. 이러한 문화적 토양 위에서 신세대들의 사고는 중장년층과 구별될 수 밖에 없다. 자유로운 의사표출과 개성중시는 중장년층에게 대립적인 양상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더불어 인터넷의 보급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급신장하게 하는 장이 되었다.

따라서 세대간의 문화적 이질성과 가치관의 차이를 갈등으로 볼 수는 없다. 신세대들간의 가치관은 그전 세대들만큼 획일적이기도 않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시간 축에서 볼 때 사회문화적으로 자유의 확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갈등'으로 규정하는 시각의 근저에는 과거 한국사회로의 회귀 욕구가 존재하지 않을까. 오히려 현재 우리 사회가 공론화해야 할 과제는 담론 생산 채널의 다양화 및 공고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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