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자리잡기 노하우가 주목받는다고?

<오마이뉴스>에 쓴 내 기사 전재하다시피 한 스포츠 신문 기사

검토 완료

윤태(poem7600)등록 2004.05.31 18:20

미디어 다음에 올라 있는 문제의 기사. 한 스포츠 신문에서 쓴 기사를 이곳에 옮겨온 것이다. ⓒ 윤태

31일 오후 3시경 포털 사이트인 다음의 초기 화면에서 제공되는 주요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모 스포츠 신문의 모 기자가 쓴 <지하철 빈자리 ‘찜’ 8계명>이라는 기사 때문이었다. 기사를 클릭해 읽어 보니 이 기사는 작년 9월 30일 <오마이뉴스>에 올렸던 <지하철 빈자리, 이렇게 확보하세요> 제하의 내 기사를 그대로 옮기다시피 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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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출처와 기자 이름을 밝히고 전재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기사 전문을 꼼꼼히 살펴봤지만 결코 찾을 수 없었다. 다만, 기자의 간단한 멘트가 기사 첫머리에 아래와 같이 게재돼 있었다.

최근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는 기름값 때문에 자가용족들이 대거 지하철 출퇴근족들로 전환하면서 지하철 자리잡기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서는 지하철 자리잡기 노하우가 새삼 주목받고 있어 이를 소개한다. 단 노약자석은 넘보지 마시길…

물론 인터넷에 떠있는 노하우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나는 이 기사가 저작권 침해라고 생각한다. 기자는 최근 인터넷에서 지하철 자리잡기 노하우가 주목받고 있다고 했는데 그 근거가 무잇인지 알 수 없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서 문장과 단어 검색을 통해 "지하철 빈자리 확보 방법"에 대해 여러 차례 검색을 해보았지만 나오는 글은 지난해 내가 올린 기사뿐이었다.

기자가 밝힌 것처럼 인터넷에 떠다니는 글을 소개하는 것이었다면 분명 그 기자는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아주 쉽게 그 내용이 작년 <오마이뉴스>에 내가 쓴 기사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떠돌아다니는 글인 것처럼 처리하고 자기 기사인 것처럼 쓴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유가 인상에 따라 지하철 자리잡기 노하우가 '새삼' 주목받고 있어서 소개한다는 기자의 설명은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재미난 기사를 쓰려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그 내용이 남이 이미 쓴 기사를 거의 전재하는 식은 곤란하지 않을까.

'다음'에 제공된 기사의 독자 의견에 들어가 봤다. 다행히(!) 독자들도 내가 작년에 쓴 기사를 기억하고 있었고 해당 기자에게 "뒷북 치는 거 아니냐" "이 글이 언제 나온 얘긴데"라며 항의하고 있었다. 요즘 네티즌들은 기억력이 상당히 좋다. 한국 네티즌들이 어떤 사람들인제 그렇게 얼렁뚱땅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혹자 중에는 뭐 이런 걸 가지고 저작권을 따지냐며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얼렁뚱땅 기사 쓰기, 그것은 스스로 기자임을 망각한 도덕적 해이이다. 나는 그것이 염려스러운 것이다.

다음은 스포츠 모 신문 기자가 올린 기사 전문이다.
 
최근 연일 최고가를 기록하는 기름값 때문에 자가용족들이 대거 지하철 출퇴근족들로 전환하면서 지하철 자리잡기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서는 지하철 자리잡기 노하우가 새삼 주목받고 있어 이를 소개한다. 단 노약자석은 넘보지 마시길…

▲종로3가역〓1․2․5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인 관계로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많다. 이 가운데 할머니․할아버지를 주의깊게 보자. 종로3가역은 탑골공원이 있다 보니 할머니․할아버지 앞에 서 있으면 그만큼 자리잡을 확률도 높다. 반면 경로우대를 실천해야 할 곳도 바로 종로3가역.
 
▲여의도역〓광화문에서 김포공항까지 갈 때, 또는 5호선을 오래 타야 한다면 여의도역을 집중 공략하자. 이때는 인라인스케이트를 든 사람이 공략 대상이다. 여의도공원이 있기 때문. 아마 인라인스케이트를 든 사람 가운데 열에 아홉은 여의도역에 내릴 것이다.
 
▲시청역․과천정부청사역․각 구청역〓서류봉투를 들고 앉은 사람 앞에 서자. 서류봉투를 든 사람들 대부분은 관공서에 볼 일이 있는 사람이다. 서류가방을 들고 정장 차림으로 앉은 사람도 좋은 타깃이다.
 
▲고속터미널역․남부터미널역 등 각 터미널 역〓먼 길 떠나는 귀성․귀향객이 많다. 짐을 잔뜩 든 사람 앞에 서도록 하자.
 
▲이태원역〓외국인이 공략 대상이다. 이태원역이라는 방송멘트가 나오는 순간, 이들은 조용히 일어설 것이다. 미군들 앞에서 서는 것도 성공 확률이 높다.
 
▲압구정역․신사역․강남역〓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 색색으로 치장한 젊은이들 앞에 선다면 자리잡을 확률이 높다.
 
▲이대역․홍대입구역․건대입구역 등 대학교 역〓가방을 메고 리포트 파일을 손에 든 젊은이들이 주 공략 대상. 등․하교 시간에 이들을 노린다면 성공확률이 높다. 중․고등학교가 위치한 지하철역을 알아둔 후 교복입은 학생을 공략하는 것도 자리잡는 노하우다.
 
▲롯데월드․서울랜드․어린이대공원 등 공원역〓어린아이와 엄마가 함께 앉아 있는 자리는 70% 이상의 성공을 보장한다. 특히 주말은 성공확률 100%.

최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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