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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지하철 역 상가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여주인은 물건 값을 물어 보아도 포장을 부탁해도 건성으로 대답하며 시큰둥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가게 밖을 더 관심있게 보고 있는게 아닌가?
주인의 눈길을 쫒아 보았더니 남자 아이 세명이 함께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지나가는 행인을 붙잡고 무어라 말을 건네었다. 내 눈길을 느꼈는지 주인이 "재네들 저러길 지금 몇시간째인지 모르겠어요"라고 했다. 오히려 그 말이 궁금증을 더 불러일으켰다.
궁금해하는 내 표정을 보았는지 주인이 설명을 덧붙였다.
"저기 앞의 남자 아이 세명이 앵벌이를 하고 있어요. 한나절 동안 지하철 타려는 사람들 붙잡고 동전을 얻고 있어요. 이럴 때에는 어쩌면 좋아요?"
주인의 설명을 들으면서 아이들을 자세히 보았다. 허름하면서도 나름대로 깨끗하게 차려입은 저학년의 초등학생 두명과 조금 더 커 보이는 한 명이 이웃집의 보통 아이들 같았다. 그러나 얼쩡거리며 서 있다가 지하철 승강장에서 나오는 이들에게 다가가서는 무어라 말을 하는 것이 영락없는 구걸이다.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노라니 세 아이중 두명이 행인의 지갑을 열게 하고 동전을 두 손바닥에 받고 있었다. 행인은 계단을 올라 지하에서 지상으로 가고 돈을 받은 아이들은 지하철 타는 승강장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 또 다른 이에게 접근을 하고 있었다. 즉, 지하철 타는 시늉만을 하는 것이다.
여주인은 저렇게 하기를 지금 몇 시간 째 하고 있다면서 경찰서에 신고를 해야할지 어쩔지 모르겠다고, 모른 척 하려는데도 계속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자기에게도 와서 "지하철 비가 없어 집에 못간다, 어쩐다 해서 역에 계신 직원에게 말씀드리면 공짜 표를 줄 것이다" 라고 일러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지하철 직원에게 혼만 난다며 동전 몇개를 쥐어주기를 바라는 눈치였다고 한다.
정말 지하철 역 직원에게 혼이 나는 것일까? 앵벌이를 시킨 사람에게 혼이 난다는 것일까? 어린 아이를 데려다가 앵벌이로 만든다는 나쁜 사람들의 이야기를 뉴스에서 들은 것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그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부모님들은 계시는지, 알고 계시는지, 누가 시킨 것인지, 아닌지를. 하지만 그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정말 저런 모습(앵벌이 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아이들이 내게 특별한 도움을 청하지 않았기에 그냥 지나쳐는 것이 과연 잘한 일인지 궁금해졌다.
앵벌이 하는 아이들을 뒤로 한 채, 돌아오는 동안 내내 찜찜하고 뒤통수가 당기고 근질거렸다. 왠지 큰 잘못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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