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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9일)자 조선일보 1면 편집이 예술이다. 느닷없는 백두산 사진이 5단 가로로 맨 위에 올라 있다. 언뜻 보면 <백두산 천지는 이제야 봄>이 제목인 이 사진이 여기에 왜 실렸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백두산 사진이 이게 처음도 아니고, 자기네 사진기자가 찍은 것도 아니고...
그러나 사진 아래에 나란히 실린 기사와 함께 전체 지면을 보면 왜 이 사진이 여기 실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진 바로 아래 기사는 <2004.02.24 "법 통과 후라도 국민투표 가능">이고 아래는 <2004.06.18 "법 통과로 국민투표 공약 종결">이라고 제목이 붙어 있다.
즉 <조선>은 대통령이 이랬다 저랬다 말을 바꾼다는 것을 한눈에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비교가 되도록 5단으로 길게 기사를 늘어놓고 보니 역시 딱딱한 보도사진을 넣기가 버거웠겠지? 슬라이드로 찍은 것도 없고….
그래서 이 사진을 선택한 것이다. 재미는커녕 무겁기만 한 지면의 전체적인 톤을 부드럽게 만들 필요도 있고. 한 마디로 이 사진은 양념이지만, 동시에 조선일보가 심혈을 기울여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대통령 기사를 도드라지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각설하고, 오늘자 조선일보의 핵심은 <대통령은 두 말 말고, 한나라는 사과하라>(사설)이다.
이를 위해 2월 24일과 6월 18일 사이에 조선일보가 그토록 기대했던 헌재의 탄핵소추 심판이 있었고, 헌재가 "대통령이 단순히 특정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정책에 대한 추가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거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등, 국민투표를 정치적 무기화하고 정치적으로 남용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부의권을 부여하는 헌법 제72조는 가능하면 대통령에 의한 국민투표의 정치적 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엄격하고 축소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사실은 사그리 무시된다.
법 통과 후라도 국민투표가 가능하다고 한 것은,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제안하겠다는 말이 아니었고, 그것도 법이 통과됐는데도 찬반 논란과 싸움이 계속되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검토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언급한 것이었지만, 이 역시 조선일보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법 통과 후라도 가능"하다고 한 언표 행위만 관심사일 뿐이다.
백번 양보해서 대통령이 한 입으로 두 말 했다고 치자. 그래서 욕먹는다고 치자. 그렇다면 조선일보 자신은 어떤가? 단 한 번도 말을 바꾼 적이 없는가? 아니 최소한 행정수도 건설과 관련해서 조선일보는 일관된 모습을 보였는가? 카인즈 검색이 가능한 90년 이후 수도권 집중 분산이나 행정수도와 관련해 조선일보가 뭐라고 했는지 찾아보았다.
그저 청사 하나 새로 대전에 지었을 뿐인데 이를 제2수도로 만드는 호기이고 이를 계기로 국토개발정책의 분발을 기대한단다.
[조선일보] 1990-09-27 <제3청사,부수정책이 중요>(사설) 정부는 대전에 정부 제3청사를 건설, 조달청 등 11개 청단위 국가기관을 1996년까지 이전하기로 했다......제3종합청사 계획은 이미 자리잡은 국방부 및 그 산하기관과 함께 대전을 제2수도로 만들 수 있는 호기이다. 제2수도 건설의 공수표를 남발했던 전철을 극복하도록 심기일전, 국토개발정책의 분발을 기대한다.
조선일보는 행정수도 이전 반대의 논리로 막대한 재정부담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런데 91년 조선일보 출판국장이던 최청림은 칼럼에서 새 수도 건설 소요 예산 25조는 국민이 10년에서 20년을 두고 감당할만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참여정부도 신행정수도 건설비가 정부 민간 합쳐서 약 45조로 예상하고 2007년에 시작해 2030년까지 24년 동안 나눠서 소요될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91년에는 감당할 만했던 25조가 13년 후인 2004년 45조로 두 배 가량 늘자 이번에는 감당 못할 만큼 천문학적인 돈이라는 것인가? 91년에 25조면 물가상승 화폐가치를 감안하면 2004년에는 얼마일지 셈해보길 바란다.
[조선일보] 1991-09-25 수도를 옮겨라(최청림칼럼) (국제/외신).....서울은 상업 및 문화기능을 갖는 도시로 남겨두고 행정 및 정치기능을 갖는 새 도시의 건설을 검토함직한 시기라고 본다. 그래야만 수도권의 인구분산 및 전국의 균형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새 수도의 이전 또는 건설은 기존의 수도권에 쏟아 넣을 돈에 비해 훨씬 경제적이다. 신도시를 건설할 경우 약 25조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건설재원은 우리 국민이 10년 또는 20년을 두고 감당할 만한 규모다.....(출판국장)
김영삼 대통령도 대전에 행정수도 건설을 추진중이었나 보다. 기억에 없지만, 조선일보에는 이것을 두고 천도라거나, 낭비라고 한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조선일보] 1995-05-14 “부정당선 6개월내 재선거 선거혁명 정착계기 삼아야”/김대통령 강조 김영삼 대통령은 14일 대전대구광주부산 등 4개 지방민방의 개국과 함께 방영될 이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전충남지역개발과 관련, 『대전시민의 숙원인 행정수도건설과 아산만일대의 공단개발, 천안∼논산간 고속도로건설사업 등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대덕연구단지를 세계 10위권의 연구단지로 육성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김창기 기자)
95년부터 시작된 말레지아의 행정수도 건설을 소개하는 <조선>의 기사는 관심과 애정이 철철 넘치다 못해 독재자 마하티르를 대단한 영웅인 양 추겨세우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헛돈 들여 정권 홍보한다고 비난"을 하고 있지만 "마하티르 총리의 장기적인 안목이 다시 한 번 구체화 된 것"이라는 말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 그 예다.
게다가 99년 새 청사로 입주하자 "우리 기술에 의한, 국운을 건 대역사"라며 감격해 하는 마하티르를 인터뷰까지 해주고 있다. 또 <조선>은 제목에서부터 '천도'했다고 쓰고 있지만, 4년만에 뚝딱 행정수도를 건설한 사실로 미뤄 짐작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다른 나라 일이라서 그런가? 동남아시아의 독재자 마하티르의 행정수도 건설은 읽기 민망할 만큼 칭송하면서 우리의 행정수도 건설에 대해서는 사사건건 딴죽을 건 조선일보. 혹시 노무현 대통령이 마하티르가 존경했다는 박정희가 아니라서 그런가?
[조선일보] 1995-09-11 말연/새 행정수도 세운다/8조투입 콸라룸푸르세팡 신공항 사이에 말레이시아에 콸라룸푸르를 대신할 새로운 행정수도(행정수도)가 건설된다.....최근 마하티르 총리가 발표한 행정수도 건설에 들어갈 비용은 무려 1백10억달러(약 8조원)로 말레이시아 최대 건설투자 규모다. ..... 행정수도 건설은 미래를 내다보는 마하티르 총리의 장기적인 안목이 다시 한 번 구체화되는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심재율기자)
[조선일보] 1999-06-11 말련 새 행정수도;‘푸트라자야’ 공사한창;경제난 탈출효과 기대 ....수도 이전에 대한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지만, 말레이시아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awj가 전했다. 도시 계획 입안자들은 『최첨단 통신수단을 갖춘 정보화 중심 도시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밝힌다...(박영석 기자)
[조선일보] 1999-06-23 마하티르, 새수도 첫출근;말련 푸트라자야 천도 『우리는 300년 앞을 내다보고 도시를 건설했다. 』 마하티르 모하메드(73) 말레이시아 총리가 21일 새 행정수도 푸트라자야에서 집무를 개시했다. 6층 공관에 들어 가기 앞서 이슬람식 기도를 올린 그는 『우리 기술에 의한, 국운을 건 대역사(대역사)』라며 감격했다. ...일부에선 『헛돈 들여 정권 홍보용 기념비를 세웠다』는 비판을 계속해 왔다. 신수도 건설 필요성은 20년전부터 제기돼 왔고, 95년 후보지중 푸트라자야가 최종 선택됐다.
국민투표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고 거품물고 대통령을 비난하고, 한나라당이 행정수도이전 법률을 졸속으로 통과시킨 것에 대해 '개인자격'으로 사과한 김덕룡 한나라당 대표, 97년 대선 후보 선출 유세에서는 대전에 제2의 행정수도를 만들겠다고 제 입으로 공약했다. 김덕룡씨, 이건 왜 반성 안하는데?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기억이 없겠지.
[조선일보] 1997-07-17 다시 쏟아지는 「지역공약」/대전 여 합동연설회 16일 대전 평송 청소년연수원에서 열린 신한국당 대전충남 합동연설회.....김덕룡 후보는 『대전충남은 역사의 중심지로서 동서남북이 하나 되는 곳이 바로 여기』라며 『이 나라의 중심지인 이곳이 지역화합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후보는 『지역화합 정부는 인사의 탕평과 균형 발전을 선도하는 것』이라고 지론인 동서화합론을 강조한뒤, 『대전을 제2의 행정수도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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