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서로 물고 뜯어야만 하는지

김선일씨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우리들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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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경(mikyc)등록 2004.06.25 19:51
우선 앞날이 창창한 한 젊은이의 너무나 억울한 죽음을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며 명복을 빈다.

김선일씨의 죽음으로 우리사회는 다시 깊은 갈등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는 듯 하다. 이런 모든 정황들을 보면서 나는 내가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속물이 되어 모든 것을 그저 두루뭉술 넘어가려는 기성세대의 자세가 나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서로 이렇게 싸우고 미워하며 비판하고 목청을 높일 때인지 다시한번 생각해봤으면 한다.

안타까운 젊은이가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를 죽인자가 누구인가. 그는 무도한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죽었다. 그 테러리스트들은 이라크의 애국자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그냥 테러리스트다. 이러한 일이 발생하게된 정황의 배경에는 무슨일이 있나. 다들 알다시피 미국의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전쟁도발이 있었고 그 도발의 연속선상에 김선일씨의 억울한 죽음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정말 비난받아야할 첫번째 대상은 당연히 테러를 자행한 자들이고 두번째 대상은 당연히 미국 정부여야만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생각해보자. 외교부, 이라크대사, 정부, 김선일씨를 고용했던 사장... 모두들 우리의 국민이며 누구보다도 우리와 가까운 사람들이다. 그들이 과연 김선일씨를 죽게만든 원흉인가? 진짜 원인제공자에게는 겁나니까 제대로 말도 못해보고 애꿎은 외무부와 정부는 왜 흔들어 대는지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개인적으로 나는 파병을 반대한다. 그렇지만 솔직히 우리가 파병하지 않으므로서 지금의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사회가 불안해진다면 나는 파병을 할 수 밖에 없다는데 동의한다. 우리나라에 파병하고 싶어하는 국민이 어디있나, 그렇지만 솔직히 경제적으로 미국의 속국에 가까운 우리가 모든 어려움에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처하겠다고 각오하며 미국에게 "노"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나는 없다. 나는 솔직히 그럴 용기가 없다. 그래서 저 젊은 안타까운 죽음 앞에 우리 자신의 무력함을 확인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우리자신을 비난하는 것은 바로 누워서 침뱉기인 것이다.

우리를 한번 돌아보자. 무슨 일만 있으면 뭔가 꼬투리를 잡아서 속죄양을 찾고 그에 대해 있는 것도 모자라 없는 사실까지 덧붙여서 서로 비난하는데 혈안이 되고 그 것을 즐기는 지경에 이른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자. 그러면서 자기 자신과 자기 가족은 어떠한 피해도 손해도 입지 않겠다는, 즉 나는 손해 안보고 정부는 무조건 잘해라 라는 이중적인 잣대로 세상을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된 듯이 큰소리들 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 우리는 냉정한 자세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건이 정부에 알려진 몇시간만에 정부는 현지에 전문가를 파견했고 아랍의 방송을 통해 구명의지를 적극적으로 알렸고 여러 방면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만약 김선일씨가 살아 돌아왔다면 우리들은 얼마나 침이 마르도록 정부의 신속한 대응이 그를 살렸다고 칭찬했을 것인가. 정부가 한 일은 그 것이 최선이었다고 왜 우리는 정부를 믿어주면 안되는 건가. 많은 사람들이 이라크 전문가, 외교 전문가 운운하지만 솔직히 이라크의 무장단체와 교섭전문가를 가진 나라가 전세계 어디에 있는지 들어보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국정조사할 것을 운운한다. 좋다. 국정조사를 하려면 미국의 잘못도, 이라크 테러리스트들의 죄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 결과에 따라 미국에게 항의하고 이라크테러리스트들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있어야 한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짐승만도 못한 인간들이 우리의 항의를 들은 척이나 하겠는가. 미국같은 강대국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눌 자신이 우리에게 있는건가. 그저 우리는 속죄양을 잡아다가 두들기고 화풀이하며 우리자신에 대한 깊은 자괴감에 빠지게 될 국정조사가 무슨 국익이 될 것인가. 그리고 그 국정조사 중에 파병의 근거가 정당치 못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한나라당은 파병중단을 결정할 용의가 있어야 한다. 자신들은 한일 하나도 없으면서 동분서주한 사람들 불러다 시시콜콜 꼬투리나 잡고 정말 잘못한 미국에게는 알랑거리기나 할 요량이라면 그 따위 국정조사는 집어 치워라.

우리가 해야할 어떤 일이 가장 김선일씨의 죽음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이 될까 우리는 지금 그 것부터 생각해야 한다. 우선 경건하고 하나된 마음으로 김선일씨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고 이라크에서 제2의 김선일이 생기지 않도록 재발방지에 힘쓰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우리는 이럴 때일 수록 하나로 뭉쳐서 우리의 힘을 필요한 곳에 쏟아야 한다. 가족에게 위로를, 파병에 대해서는 홍보와 시기 조절같은 외교적 방법을, 재외공관에는 교민점검의 방법 검토를 미국에게는 정중한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

누구를 비난하여 김선일씨가 살아 돌아올 수 있다면 비난해도 좋다. 그렇지 않다면 서로를 이제 그만 괴롭히자. 이 모든 문제는 아직도 우리가 자주국방 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다. 자주국방에 드는 비용은 댈 수 없으면서 파병은 안되고 미군은 철수하지 말라고 하는 주장은 어린아이가 떼쓰는 것과 다를바 없는 얘기다.

언론도 그렇다. 의혹, 불신을 증폭하는데 맛들여서 어떻게 하면 좀더 극적으로 포장할까, 의심을 극대화시킬까, 머리 굴리지 말고 국민 모두가 정부를 믿고 하나로 뭉쳐서 먼 장래에는 다시 이런 비극을 겪지 않아도 되게 우리의 힘을 결집시키는 일에 앞장서는 자세를 좀 보여주길 간절히 기대한다.

우리 국민의 정부에 대한 고질적 피해의식은 이제 피해망상으로까지 커져가는 느낌이다. 정부가 하는 어떤 일이든 잘못한 부분과 잘하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사람들도 자기 일을 모두 100% 완벽하게 해내면서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모두들 잘해보려고 애쓰고 있는데 잘하는 부분 칭찬한번 하는 법 없고 조금만 잘못하면 죽을 죄를 진것 같이 몰아대는 우리의 습성은 결국 어느날 나에게도 화살이 되어 돌아올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마치 거대한 이지매 집단이 되어가는 기분이다.

정부가 잘못하는 일은 냉정히 지적하고 잘하는 일은 수고했다고 다독여주고 가끔은 칭찬하면서 기운도 북돋아줄 때 정부도 더 힘내서 일할 맛이 나지 않을까. 죽도록 일해봐야 돌아오는 것은 비난의 화살 뿐인데 누가 열심히 일하려고 할 것인가. 그리고 아무리 비난해봤자 이나라를 떠나지 않는한 우리가 믿을 곳은 우리 정부 뿐인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믿듯이 형제가 서로를 돕듯이 어려울 수록 슬플수록 서로를 믿고 사랑하며 하나로 뭉치는 것만이 진정으로 김선일씨의 죽음을 통해 우리사회가 성숙해가는 바른 길이라고 믿는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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