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시민의 의견

그래도 이라크 파병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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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도영(bgsdy)등록 2004.06.25 12:32
먼저 아무 죄 없이 무참히 피살당한 고 김선일님의 영전에 깊은 슬픔을 전합니다. 부디 하늘 나라에 가셔서 생과 사가 갈리는 그 길목에서 겪었던, 차라리 꿈이기를 바랐을 그 죽음보다 더 무서웠던 고통이 치유되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유가족님들께도 심심한 애도의 말씀을 올립니다. <필자주>

고인의 피살 소식을 22일 아침 버스 안에서 들었다. 남대문 차창 밖으로 보이는 전광판 자막 뉴스를 통하여 지난밤에 그분이 피살당한 것을 알았다.

전날 뉴스만 보더라도 최후통첩 24시간 기한을 연기했다는 것과 정부가 이라크 무장 조직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아랍권 대사 등 각급 채널을 통하여 구출작전에 들어갔다는 것을 듣고 한 가닥 희망을 가졌었다.

그런데 무참히 피살당했다. 피살당한 이유는 한국이 이라크에 파병하기로 한 계획 때문이다. 온 세상이 경악했다. 무고한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잔인성과 '설마'에 대한 빗나감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설마'는 '상식' 그리고 '인륜'에 근거한 것이다.

무장세력이 그 설마를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 세계는 그것에 더 경악했다고 본다.

그들은 사람의 목숨을 산술적으로 계산하는 야만을 저질렀다. 아마도 65억 인구 중에서 한 사람 정도 생을 마감한다고 해서 65억이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 명쯤은…"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들이 고인을 살해한 이유는 파평국 국민들의 분열이 목적이었지 파병 철회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인의 몸에 부비 추랩을 설치한 것도 그렇지만 국가간의 약속을 그들 방송 한마디에 24시간 이내에 철회가 될 것이라고는 그들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어지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들은 우리가 파병하는 주목적이 재건과 치안 유지라는 것을 그동안 파병여부를 가지고 일 년 가까이 끄는 동안 뉴스를 통하여 이미 파악하고 있었을 거라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24시간의 시간을 주고 몇 시간 뒤에 귀한 목숨을 끊어버리는 야만적 만행을 자행했다.

세상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러나 전 인류의 슬픔을 다 합쳐도 당사자와 유가족들의 슬픔을 따라 갈 수는 없다. 세상은 이러한 살해를 각자의 입장을 정리하는 생각에 곧 잊어버릴 것이지만 유가족은 평생 안고 가는 지옥같은 삶을 살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인의 무참한 죽음으로 국민의 정서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 되었고. 처음부터 파병을 반대했던 진보성향의원들과 각종 시민단체들은 고인의 죽음을 상기시키며 파병철회를 더욱 강력하게 주문할 상황이 되었고, 벌써 그러한 움직임은 시작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심스레 개인의 입장을 표명한다면 파병은 예정대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 단체들은 미국의 싸움에 우리가 말려들어 멀쩡한 국민들을 희생시킬 수 없다고 주장하나, 물론 이러한 주장도 맞는 말이지만, 우리나라 국력의 크기를 떠나서 국가간의 신의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굶어도 같이 굶고 살아도 같이 사는 것은 개인에게나 적용되는 것이지 국가 대 국가로 넓게 보면 성립되지 않는 몽상이다. 한 사람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파병은 해야 하며. 이러한 테러에 굴복하지 않는 국민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파병은 해야 하며, 한 번 말을 들어주면 또 들어주어야 하는 테러조직의 협박을 일축하기 위해서라도 파병은 해야 한다.

고인의 죽음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 왜 정부가 모르고 있었다는게 말이 되느냐는 의혹까지 얹혀지면서 국론은 또 한 번 분열에 휩싸이게 되었다.

파병을 철회하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얻었던 시기는 고인이 살해당하기 전까지라고 믿는다. 무참히 살해되고 난 뒤에 다음에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파병을 철회하라고 한다면 이것보다 더 굴종적인 태도도 없을 것 같다.

고인의 죽음이 헛되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파병은 해야한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그들을, 두건의 뒤에 숨어있는 야만인들을 개인적으로는 응징했으면 싶지만, 국가간의 입장에서는 응징의 이름으로 용서해야 한다.

이들을 용서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야만적인 행동이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복수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세상을 놀라게 했던 이라크 포로수용소에서 자행했던 미군의 그 야만성, 힘의 논리로 저지른 그 추악성과 그것을 은폐하려 했던 일련의 행태들. 그들의 아내와 딸을 강간하고 그들의 남편들을 때려죽인 한에 대한 복수, 물론 번짓수를 잘못 찾았지만 반복의 여지를 없애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게 나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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