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철회' 본질 외면하는 <서프라이즈>

핵심은 파병에 대한 원칙 문제

검토 완료

최사라(pilhwa)등록 2004.06.29 18:02

서프라이즈 로고 ⓒ 최사라

김선일씨의 사망 사건이 있은 후 파병철회를 바라는 온 국민의 여론이 들끓고 있다. 파병이 가져올 무서운 후과는 수없이 경고된 바 있지만 그것이 현실화되면서 파병 주장이 가지고 있는 위험성과 기만성이 국민들에게 피부로 와 닿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더 이상 미국의 침략 전쟁에 동참한 대가로 치러야 하는 무고한 희생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파병 이슈' 국민 여론 외면하는 서프

대표적인 노무현 지지 매체인 서프라이즈(이하 서프)도 예외는 아니다. 애초에 서프의 경향은 파병 찬성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서프 논객들이 펼치는 파병 찬성 논리는 정당성을 상실한 침략전으로서의 명백한 전쟁 성격과 일정한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그들의 논리는 예의 현실론과 평화·재건 논리를 무기로 내세워 노무현 정권의 파병 정책과 자연스럽게 융합될 수 있었다.

그러나 파병 문제는 미국의 침략 전쟁 동참이라는 중대한 원죄로 인해 항상 노무현 정권과 관련된 다른 이슈들에 비해 논의 자체가 부담스러운 주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파병 이슈는 그 무게감과 중요성에 비해 언급 자체의 빈도가 낮았고 이것은 서프라이즈 대표 필진 서영석의 글 중에서 파병 문제를 다룬 마지막 글이 1월 26일자 "있지도 않은 전투병 비율을 늘이면 뭐하나"라는 제목의 글이 마지막이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이처럼 파병 이슈가 끊임없이 논란이 되었던 실제 국민 여론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서프는 계속 보여 왔던 것이다.

그러나 김선일씨 사망 사건이 있은 후 파병 논란이 전국민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지금껏 거의 외면과 회피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서프도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무고한 한국인의 참혹한 죽음을 바라보면서 이 사태가 벌어지게 된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들도 더 이상 침묵과 외면만으로 일관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김선일씨 사망 사건 이후 서프라이즈 대문에 실린 글들 ⓒ 최사라

일부 논객의 자성, 그리고 그들의 절박한 '파병철회' 호소

김선일씨의 죽음을 계기로 지금껏 파병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냐, 적극적이냐에서의 차이만 있지 결국은 일관된 파병 찬성의 입장을 보여주었던 서프의 지배적인 경향도 균열을 보이게 되었다. 지금껏 노무현 지지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정권의 그릇된 파병 찬성 주장에 대해 제대로 된 문제 제기나 비판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 일부 양심적인 논객들이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서프의 논설위원 김동렬은 김선일씨 사망 소식이 전해진 6월 23일 파병철회의 의지를 밝히고 있는 진중권의 글을 인용하면서 지금껏 자신이 보인 모습에 대해 '부끄러울 뿐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라는 표현으로 자성의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칼럼을 통해 파병 찬성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서프 필진들에게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파병 철회를 외치는 그의 호소 속에서 다소 미흡한 면을 꼽자면 그가 과거 서프의 파병 관련한 중론(衆論)을 마치 파병 반대 입장인 양 호도하는 모습이다.

왜 서프의 중론은 일제히 파병찬성으로 돌아섰는가? 악마가 당신의 귀에 속삭이는 소리를 그대는 듣지 못하였는가? (중략) 서프의 내노라 하는 필진들마저 파병찬성으로 돌아섰다면 이건 정말 무서운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경종을 울려야 하는가? 다른 어떤 방법으로 이 미쳐 돌아가는 여론의 광기에 경고할 수단이 있다는 말인가? (김동렬의 [박력의 정치] 6월 23일 '누가 미쳤는가' 中)

서프의 또다른 논설위원 요한3장3절도 자신의 글을 통해 파병 철회에 대한 절박한 심정을 호소하고 있다.

행정수도고 천도고 다 좋다. 어떤 넘이 총리가 되든 무슨 상관인가. 다 잘 되자고, 잘 될 것 같아서 하는 일이라고 하니 무어라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중략) 그러나, 파병은 도대체 무엇인가. 우리는 침략하러가나? 우리는 봉사하러 내 목숨 걸고 가나? 우리는 외화벌이하려고 가나? 우리는 깡패 협박에 못 이겨 국민을 인질로 누가 먼저 죽나 제비뽑기하나? (요한 3장3절의 [시스템 정치] 6월 21일 '파병은 '절대적'으로 옳지 않다' 中)

그의 글은 지금껏 파병 이슈는 외면한 채 행정수도나 총리 지명 문제에 열을 올렸던 서프에 대한 따끔한 비판의 목소리도 함께 담고 있다.

그러나 되풀이되는 서프의 구태

서프라이즈의 대표적인 필진들. 위 4명의 논설위원들은 파병에 대한 입장 문제로 균열을 보이고 있다. ⓒ 최사라

서프라이즈의 대표 필진들. 위 논설위원들 사이에서는 파병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로 균열의 모습이 뚜렷이 보이고 있다. 이처럼 서프 내에서 중심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는 4명의 논설위원 중 2명이 서프에 대한 자성과 파병철회의 절박한 호소를 외치고 있는 반면 나머지 2명, 서영석과 마케터는 아직도 파병찬성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김선일씨의 참사문제는 파병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문제이기보다는 대한민국의 자체 역량과 수준이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를 검증하는 문제제기로 가야하는 것입니다. 파병의 찬반 논의와는 별개로 말입니다. (마케터의 [마케팅정치] 6월 24일 '대한민국의 수준이 드러나다' 中)

마케터의 주장은 지금까지 서프의 구태를 조금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작금의 사태가 벌어진 근본 이유를 세상이 다 알고 있는데 오직 그만 모르고 있는 것일까. 문제의 해결책으로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파병철회를 이야기하기가 껄끄러워서 대한민국의 '역량', '수준' 이야기하며 또다시 논점을 흐리고 파병 이슈를 외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서영석의 논리는 오히려 솔직하고 정직하다.

문제는 파병을 요구하는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가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대단히 불리한 상황 속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죠. (중략) 결론은 파병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파병하게 됐다, 이렇게 정리됩니다. 저의 긴 얘기는 바로 유시민 의원이 얘기했던, 페스트는 일단 피하고, 콜레라는 가볍게 앓는다는 논리의 주석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서영석의 [삐딱뷰정치] 6월 28일 '문답으로 풀어본 파병 철회논쟁' 中)

서영석의 논리는 그의 말처럼 길게 풀어서 살펴볼 것도 없다.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불어닥칠 후폭풍에 대한 우려에서 파병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예의 현실론의 동일한 되풀이이다. 그의 글 속에서 우리 국민의 무고한 희생에 대한 우려나 고민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이 인질로 잡혀 있는 상황에서도 ‘파병 강행 방침’만을 되뇌던 대통령의 모습과 너무나 똑같다.

파병 재검토 외면한 채, 외통부 타령만

이렇게 서프 논설진 사이에서는 파병 이슈에 대한 입장차로 균열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여타 필진들의 대체적인 경향은 아직도 ‘파병불가피론’이다. 파병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는 대표 필진 서영석의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서프의 대세로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파병불가피를 대놓고 이야기하기가 부담스러운지 아직도 파병 문제를 직접 다루지 않고 기타 부차적인 문제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다. 아니 오히려 이같은 본질 회피의 모습이 서프의 대세가 되어 가고 있다.

석 사무처장을 위한 변명
이번 사건은 '외교-안보-정보 분야의 IMF 사태'다 (dismalist, 6월 28일)

'김선일 법안'이라 이름 붙혀라
외교라인 이번에 확실히 바꾸어라 (봄봄, 6월 26일)

외교부의 목을 쳐라
"당신들은 진정 국가와 민족을 아는가?" (독고탁, 6월 25일)

반기문 장관을 당장 파면하라
이념의 차이는 참을 수 있어도 무능은 참을 수 없다 (노혜경, 6월 24일)


김선일씨의 사망 사건을 다루는 글들은 대부분 외교부나 국가정보원, NSC 등 외교-안보-정보 부서에 대한 질책성 내용에 치중해 있다. 정작 무고한 한국인의 죽음을 가져온 근본적인 원인과 파병 재검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외교부가 제대로 바뀌면 한국인의 무고한 희생도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라크 무장 세력의 한국인에 대한 표적 테러도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정말 중요한 문제는 김선일씨의 죽음을 가져온, 그리고 앞으로 제2, 제3의 김선일씨의 죽음을 낳을 수 있는 파병 강행 문제 자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쟁인 것이다.

서프의 환골탈태를 기대한다

서프의 되풀이되는 파병 본질 회피와 대통령 감싸는 모습은 무고한 한국 국민의 희생 앞에서도 바뀌지 않았다. 서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서프의 대세를 바꿀 정도는 되지 못한다.

진정 서프는 '개혁'과 '진보'를 지향하는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자주와 평화, 통일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대변해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것으로 서프의 사명은 다한 것이 아닐까. 이제 서프의 환골탈태를 기대해 본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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