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 이양에 대한 조선일보의 맹목적인 지지

표제를 통해 본 조선의 주권 이양에 대한 시각

검토 완료

최사라(pilhwa)등록 2004.06.29 22:13

조선일보 6월 29일자 1면 표제 ⓒ 조선일보


이라크, 다시 이라크人에게
미, 예정보다 이틀 앞당겨 전격 主權이양 (조선일보 6월 29일자 1면 표제)


마치 미국의 주권 이양 정책이 이라크인에게 진정한 주권을 되찾아 준 것인양 이야기하고 있다. 1면의 기사 내용에도 주권 이양 정책의 기만적인 성격에 대한 지적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기사 첫머리에는 “1년 2개월 19일만에 연합군 지배 종식...”이라는 작은 표제를 달아 연합군의 통제가 완전히 종식된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미군의 철수는커녕 미군의 치안 활동은 예전과 다를 바 없이 계속된다.

철저히 미국의 편에 서 있는 기사의 표제들

조선일보 6월 29일자 2면 기사 표제 ⓒ 조선일보

그리고 1면을 넘겨 2면 우측에 “이라크 주권 전격이양”이라는 제목 아래 상하단 두 개의 주권이양 관련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기사의 표제들 모두가 미국과 부시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어 미국의 시각에서 이라크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조선일보의 전형적인 시각을 잘 드러내 주고 있다.

美 “오늘은 자랑스런 날”
바그다드 곳곳 경비삼엄

부시 “이라크인에 약속 지켰다” (조선일보 6월 29일자 2면 기사 표제)


조선일보의 미국 편향적인 시각은 3면에 가서 정점에 달한다. 3면에서는 주권 이양 정책의 해설 기사를 싣고 있는데 다음과 같은 내용의 표제를 7단 통으로 달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
臨政<임정>, 치안 감당못해... 외국軍에 의존 불가피 (조선일보 6월 25일자 3면 통단 표제)


조선일보는 7단 통으로 위와 같은 표제를 달아 미군의 이라크 점령과 치안 유지 역할을 정당화하고 있다. 결국은 미군 주도의 다국적군을 일컫고 있지만 명시적인 ‘미군’이라는 표현은 뺀 채 유화적인 ‘외국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조선일보는 임시정부의 요구에 의해 미국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불가피하게 미군이 주둔하게 된 것인양 사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6월 25일자 3면 통단 표제 ⓒ 조선일보


다른 파병 찬성 신문들과의 1면 비교

이같은 조선일보의 미국 편향적인 시각은 파병을 찬성해 온 다른 신문들의 1면 표제와 비교해 보아도 확연히 드러난다. 조선일보와 함께 이라크 파병을 주장해 온 동아일보와 문화일보의 1면 표제를 보면 다음과 같았다.

미, 이라크주권 전격 이양 (동아일보 6월 29일자 1면 표제)

부시 “이라크 계엄령지지”
주권 전격이양...무장단체는 美병사 살해 (문화일보 6월 29일자 1면 표제)


동아일보나 문화일보의 경우, 미국의 전격적인 주권이양 사실을 알리는 사실적인 내용의 표제를 달았고 표제의 비중도 작았다. 하지만 중앙일보의 경우는 조선일보 1면 표제와 거의 흡사한 표현과 내용의 표제를 달아 흥미롭다.

이라크 국민 주권 되찾았다
1년 2개월 19일 만에 미국, 이틀 앞당겨 전격 이양 (문화일보 6월 29일자 1면 표제)


이렇게 조선일보의 미국 편향적인 시각은 여타 다른 국내 신문들 가운데서도 그 정도가 매우 심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이라크 전쟁이 미국에 의해 수행된 침략 전쟁이라는 사실이 부인할 수 없을 정도의 기정 사실이 되어 가고 있는 마당에 조선일보가 보이고 있는 모습은 매우 한심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벌이고 있는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가 조선일보에게 무리일 수 있다면 적어도 이라크인의 진정한 요구에 대해 얕은 귀라도 기울여주는 보도라도 기대할 수 없을까. 무리한 파병 강행으로 인해 무고한 한국인까지 죽었던 사실을 고려한다면 조선일보의 계속되는 친미 행각은 이라크인만이 아니라 한국인을 위해서라도 자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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