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파병문제는 민족세력 대 친미세력간의 대치선 상에 있습니다.”

‘파병반대 충남도민행동’ 양석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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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수(kksjpe)등록 2004.06.30 19:21
故 김선일씨 납치, 피살사건과 더불어 대전ㆍ충남지역에서는 대전역, 천안 야우리 백화점 광장, 온양역 등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파병반대 촛불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파병반대 충남도민행동’은 충남지역 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되어 있고, 지금의 파병반대 촛불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한시적인 조직이다.

양석진 공동대표는 현재 충남예고 윤리교사로 24년째 교직에 몸담아 왔고, 전교조 천안지회장ㆍ충남 부지부장 등의 활동을 해 오다가 지난 2000년부터 천안지역의 활동에 주력해 왔다. 안티조선 천안ㆍ아산연대 집행위원장, 천안ㆍ아산 통일연대 상임대표, 탄핵무효ㆍ파병반대 충남도민행동 공동대표 등 지역의 시민사회운동에 앞장서 온 양석진 대표는 “제가 무슨 자격이 있겠습니까...”라는 겸손한 말로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인터뷰는 전교조 천안지회 사무실에서 오후 2시부터 진행되었다.

― 파병 반대(철회)의 당위성은?

△ 결론적으로 이라크 파병은 마땅히 철회되어야 하고, 서희ㆍ제마부대도 철수해야 한다. 미국의 불법적, 야만적 침략전쟁과 민간인 학살,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의 인권유린 등 반 인륜적인 차원의 범죄행위에 동참해서는 안 된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행위는 ‘전쟁’이 아닌 ‘침략’ 행위이다.
미국이 전쟁의 명분으로 내세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인류가 가진 최고의 대량살상무기는 핵무기이다.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방위비가 예산의 절반이 넘는 미국은 폭력적, 야만적 국가이며 이라크 파병은 ‘침략전쟁 반대’라는 우리나라의 헌법정신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이라크의 재건을 위해서라면 민간단체, 의료단체, 건설업체 등을 보내어 민간차원의 복구와 재건이 이루어지도록 해서 이라크 국민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훨씬 국익에 도움이 된다.

― 파병 강행을 주장하는 보수언론과 정치권에서는 ‘한반도의 분단 현실’등의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2위의 경제대국이다. 보수 언론들이 주장하는 ‘대외 신뢰도’와 ‘국익’ 등의 논란은 ‘뜬 구름 잡는 식’의 논쟁에 불과하다.
미국에 지나치게 경도돼있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혹세무민’식으로 국민들을 최면상태에 빠뜨리고 있다. 일제시대 때 친일행각을 보였던 조선일보와 ‘조광’지는 “일본 천황을 위해 학도병으로 나가는 것이 국가의 이익이다”라고 주장했다. 해방 후에는 친일세력들이 친미세력으로 변질되어서 이라크 파병을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미국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라크 파병문제는 찬ㆍ반의 문제뿐만 아니라 민족세력 대 친미세력 대치선 상에 있는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한ㆍ미동맹을 재정립해야 한다. ‘동맹’이란 대등한 주권국가 사이의 협력을 말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라크 파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통해 한ㆍ미 관계를 대등한 주권국가 사이의 협력으로 정립시켜야 하고, 나아가 한ㆍ미동맹에서 민족공조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ㆍ미동맹의 근원적 성찰을 통해 자주적 대미관계로 나아가야 하고, 미국의 전방위적 압력에 맞서 민족공조로 대응하는 것이 민족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다.

― 파병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고 있다. 故김 선일씨 피살 사건은 노무현 대통령의 무능이 아닌 친미적인 외교부 라인의 문제이기 때문에 파병반대가 대통령의 탄핵과 연결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 관료조직이 큰 문제다. 관료조직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고 특히 외교부의 경우 친미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료조직을 바로 잡는 것이 대통령의 중요한 임무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 한다”는 헌법 5조 1항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기 때문에 탄핵의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권의 지지자들은 국민과 미국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 감사원 및 국정조사단이 故 김선일씨 납치, 피살에 대한 의혹을 해소시키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반드시 밝혀져야 할 사실은 무엇인가?

△ 우선, 국가를 책임지고 운영해야 할 정권이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적으로 보장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가나무역의 업무 특성상 미국이 납치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미군과 주한이라크 대사관이 사전인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남한정권의 파병을 이끌기 위해 은폐했을 가능성이 크다. 외교부 라인에서도 파병결정을 내리기 위해 김선일씨를 희생양으로 삼은 게 아닌가 한다.
외교부에서 보고누락은 있을 수 없다. 은폐, 축소, 직무유기 등 모든 부분에서 철저하게 밝혀져야 한다.

― 전교조에서 다음달 3일까지 ‘故 김선일씨 추모기간’으로 정하고 반전ㆍ평화를 주제로 한 ‘계기(契機) 교육’을 실시한다고 밝힌데 대해, 교육부에서는 “반미, 파병반대 등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위반”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 결론적으로 ‘비를 걸기위한 비교육적 작태’이다. ‘계기 교육’은 3ㆍ1절, 광복절 등 우리 나라의 주요 기념일에도 실시되는 교육으로서 전 세계가 경악하고 분노하고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 ‘반전ㆍ평화교육’은 절실한 것이고, 초ㆍ중등 교육법에 명시된 교육 목적에도 부합하다.
학생들에게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가르쳐 주는 것이 무슨 문제인가?
또한, 일부분을 보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이다. 파병에 대한 찬ㆍ반 양론의 입장을 모두 싣고 있다. 교육부의 주장대로라면 현재의 ‘정치’ 과목이나 ‘사회문화’ 과목도 가르치지 말라는 말이다.
오히려 교육부에서 실시예정인 ‘반 테러 교육’ 및 ‘파병 당위성 교육’이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

― 노무현 정권은 파병강행을 주장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의 올바른 판단을 위한 조언과 함께 추가파병이 이루어질 경우 앞으로의 활동은 어떻게 전개할 계획인가?

△ 노무현 정권은 파병의 정당성에 대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가 전혀 없다. ‘참여정부’라고 자칭하면서도 국민의 참여는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다. 이제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대통령 스스로가 오만과 독선에서 깨어나서 자기의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 또한, 외교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미국과 이라크 상황을 저울질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의 존 캐리 대선후보는 미군의 이라크 철수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뭐가 그리 급해서 파병을 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무엇이 국익인지, 당위성은 무엇인지 철저하게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달이 차면 기운다”라는 말처럼, 현재의 미국이 아무리 강력한 국가일지라도 언젠가는 기울게 돼있다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이라크 파병 반대 충남도민행동’은 한시적인 연대체이다. 하지만, 파병이 강행될 경우 줄기차게 철수를 요구하는 등 끝까지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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