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앞 담의 메세지 ⓒ 서지혜
지난 두달여간 뉴스에서는 이를 민주적 학사 운영을 위한 전교조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시위라고 연일 보도했고,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한 개탄과 사립학교법 개정이라는 문제가 교육계의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지금 철야 농성 68일째, 인천외고와 같은 운동장을 쓰고 있는 명신여고에 다니는 고3 이웃은 이런 시끄러운 분위기를 매우 못마땅해합니다. 한때 공부 못하는 외고생들이라고 명신여고 학생들에게 무시를 당하던 인천외고 3학년 학생들은 이제 이상한 데모나 하는 '반동분자'쯤의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인천외고 내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 수십명의 1,2학년 후배들은 전학을 간 상태이며 선배들의 이런 행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다른 조용한 학교로 전학을 보내거나 자퇴를 시키기 시작한 지 벌써 한달이 지나갑니다.
천막 안에서 교복을 입은 채 담요를 쓰고 자고 있는 인천외고 고3 아이들은 동네 주민들에게도 눈엣가시 같은 존재입니다. 이런 대우는 각종 언론의 보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건의 본질은 전교조 선생님들에 대한 파면 철회였지만 일부 언론들은 우수한 학생들로 구성된 1,2학년 학생들에 대한 차별 때문에 불만을 품고 있던 고3학생들이 전교조 선생님들의 선동에 의해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이 고3아이들은 여기저기서 무시받고 인정받지 못한 채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힘든 시기라는 고3의 여름을 보내고 있고, 이것은 이 아이들이 대학에 갈 때에 또 한번 겪어야 할 시련이 될지도 모릅니다.
인천외고 내부의 학사운영에 큰 문제가 있고, 사립학교 법에 대한 개정이 있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화두가 되었습니다. 특히 인천외고와 명신여고의 재단인 신성학원의 이유없는 교직 이동과 (인천외고 교장 선생님이 이유 없이 명신여고 평교사로 발령나는 등의) 지나치게 자율적인 학사운영은 인천 내의 타 일반 고교 학생들에게 많은 반감을 사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무엇일까요? 학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발벗고 나선 10대 청소년들에게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두의 눈초리는 따갑기만 하고 인천외고 학생들의 싸움은 몇몇 전교조 선생님들과 함께 몹시 외로운 싸움입니다. 아직 '민주적'이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못한 어린 학생들인데도 스스로 힘든 길을 택했습니다. 대학생들도 꺼려하는 철야 농성에 뛰어들어 문제의식을 느끼고 학생들에게 화두를 던지려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이들에게 따가운 시선만을 보냅니다.
왜 그럴까요? 이는 학생의 본분은 오로지 공부라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편견과 허울뿐인 의무 때문입니다. 학생의 본분이 공부고 학생의 장래희망은 명문대라는 세상의 틀이 그들과 같은 아웃사이더를 인정해줄 리 없고 그들에게 다정할 리 없습니다. 따라서 인천외고 학부모들은 이런 불량학생들이 있는 곳에 내 자식을 두지 못하고 전학을 보내거나 자퇴를 시켜서라도 명문대에 보내려고 합니다. 그것이 내 아이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대학에서 사회학과, 정치외교학과와 같은 소위 '권'으로 취급받는 학과들은 비인기학과입니다. 아이들은 학회와 같이 사회 문제를 토론하는 단체를 기피하고 학내 각종 집회와 대자보에 무관심합니다. 고등학교 내내 공부만 하고 소위 명문대를 입학한 학생들의 경우 오로지 취직을 위한 토익 공부와 학점따기에만 급급할 뿐입니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다를 것입니다. 비록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할지언정, 이 아이들은 대학에 가서도 이 사회에 나가서도 내가 속해 있는 이 단체에 있어서 내 목소리를 내는 능력을 지금 배우고 있을 것이며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비판할 줄 아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지금 이 학생들의 싸움이 비록 외롭고 힘들 싸움일지라도 나만은 이 아이들의 힘든 68일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모든 사람들이 이 아이들에게 격려의 한마디를 해주는 날, 그날이 바로 우리나라의 교육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는 날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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