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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장문의 글을 앞두고 김실장에게 밝히고 싶은 말이 있다. 필자는 도시계획을 전공한 수도권의 평범한 대학교수로서 3월 12일 탄핵이틀전 여의도 모은행앞에서 탄핵저지시위대 군중속에 참가해 두어시간 목터지게 탄핵반대를 외친 바 있다. 그때 영등포구청장이 보낸 불법주차벌금딱지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그러니간 필자는 노빠도 아니지만 수구혹은 보수의 앞잡이는 아니라는 말씀이다. ( 물론 그 당시와 지금 그 넉달사이에 노대통령에 대한 제 심정은 엄청난 변화가 있다.)
오늘 김병준실장 인터뷰를 보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다는 생각이다. 좀 길긴 하지만 이제부터 필자가 생각한 것을 하나하나 풀어 놓겠다.
수도권인구, 2015년-2020년까지 2600만으로 늘어 난다. 서울이 아니라 수도권에 300만이 더 늘어나는 것, 그건 사실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사실, 덩치 커지면 힘은 커진다. 소위 말하는 경쟁력, 더 늘어 난다. 동경권? 4천만이다. 북경권? 1억7천만이다. 상해권? 1억2천만이다. 이 도시들은 왜 이리 덩치가 커나 ? 바로 규모의 경제 아닌가? 그래야 세계화 무대의 링에 올라 싸울수 있지 않나? 지금 세계화가 문제라고 비판하는 학자나 국제단체들이 걱정하는게 세계화는 곧 무한경쟁이므로 지구촌의 보이지 않는 사회네트워크를 파괴한다는 것 아닌가? 무한경쟁의 그 싸움에서 살아 남을려면 덩치부터 키우고 볼일이라는 것, 이거 우리보다 중국, 일본이 더 잘 안다. 파리권, 런던권이 그렇게 커도, 그들, 수도 옮기자는 얘기 못들어 봤다. 그들이 우리보다 머리가 나쁜가? 입으로는 과밀이네 호들갑떨어도 그네들 직감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국가경쟁력의 시대가 아니라 대도시권경쟁력의 시대라는 것. 우리는 겨우 내미는 서울권을 빼면 부산영남권은 이름도 없다. 이래서야 밥굶어죽기 딱 좋다. 더 키워도 모자란데 발상이 왜 그런가? 김실장이 말하고 싶은거는 과밀폐해가 집적이익보다 더 크다는 거 아닌가? 그건 도시를 모르는 소리다. 과거 좁아터진 서울에 20년만에 인구 300만에서 800만으로 불었다. 그래도 끄덕없이 국가경제성장을 견인했다.
김실장! 수도권문제의 본질은, 이전찬성론자들이 놓치고 있는 그야말로의 핵심은 집중이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이 성장과실을 독점하는 데 있는 것. 이것 모르시나? 이건 바로 땅값문제요 집값문제다. 터 놓고 얘기하자. "우리 시골은 땅값 집값이 하세월이고 수도권만 천정부지다." 이러니 서울과 수도권이 미운 것 아닌가? (충청권, 왜 결사찬성인가? 집값 오르기 때문이다. 경기가 살기 때문이다.) 그거 제대로 풀려면 부동산혁신정책으로 가야 하는데 그거 엄청 복잡하니간 거두절미하고 수도이전하자는거 아닌가? (이정우실장 그대로 뒀으면 그 문제 어떻게든 손볼텐데 김실장 당신이 왜 그 자리 차고 앉았나?)
다시 한번 보자. 땅은 크기를 가졌다. 북경권과 상해권 그리고 동경권의 크기를 보라. 서울-대전을 포함한 크기보다 크다. 그들이 보면 우리의 수도이전이 코메디처럼 보일 거다. 수도이전의 사례로 들고 있는 브라질과 오스트레일리아는 일단 땅덩어리가 엄청 크다. 하도 크다 보니 그들은 낙후지역의 개발에 국가의 장래가 달렸다고 인식하여 초장기의 전략적 선택으로 추진한 것이다. 그럼에도 그 성과에 대해서는 긍적적인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금 부산,광주 쪽은 엄청커진 수도권이 자기들 마저 빨아들일가봐 걱정이 태산이다.
무슨 일이든 방안을 모색하는 일에는 필요조건을 충족시키는 대안과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대안이 있다. 내일 날씨가 좋으니까 소풍을 가야되겠다는 사람 A가 있다. 그에게 왜 소풍가느냐 라고 물으면 지난번엔 테니스를 쳤으니까 이번엔 소풍을 가겠다고 한다. 가도 그만 안가도 그만이다. 그는 필요조건을 충족시킨 것이다. B라는 사람이 소풍가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가족들이 모두 좋아해서 진작부터 갈 때를 기다렸는데 마침 노는 날 날씨가 좋아서 간다"고 한다. 그는 필요충분조건을 충족시킨 것이다.
수도이전과 같이 중요한 일은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6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 천도는 왕조 교체와 더불어 숭불왕조에서 유교국가로 문명 이데올로기가 전환하는 것을 표징하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균전제라는 혁명적인 토지정책의 시행을 위해 옛 지주들이 우글거리는 낡은 개경을 벗어나 한양이라는 새 옷을 입는 게 유리하다는 배경이 있었다. 또 고려말부터 급증한 해안의 왜구 때문에 낙동강~남한강을 잇는 하운이 안전한 수송로로 되었고, 그 요충지인 한양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한강은 남부 내륙에서 올라오는 세곡을 위해서도 안전한 통로였고 넓은 하구에 수백 척의 경강선들이 머물 수 있었다. 이렇듯 한양 천도에는 국가의 이상이나 왕조의 살림살이를 위한 절박한 사유가 있었던 것이다. 수백년의 시간을 결정하는 필요충분조건을 갖추었던 것이다.다른 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브라질과 오스트레일리아는 내륙 개발에 국가의 장래가 달려 있었고, 일본의 최근 십수년에 걸친 천도 논의는 지진에 취약한 토쿄에서 국가 중추기능을 옮기겠다는 취지가 강하다. 보편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정부는 완전히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오직 한가지 방안의 외통수로 밀어부치고 있다. 필자는 대규모의 이전을 수반하는 본격적인 수도건설은 가능성으로만 존재했지 설마 그러리라고 상상할 수 없었다. 워낙 중대한 문제라 5년정권이 추진하자면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고 또 정권이 바뀔 경우의 혼란문제 등이 겹쳐서 감히 추진되리라 보지 않았다. 그러나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불행스럽게도 노후보 당선이후 행정수도이전의 공론화과정은 동조세력의 규합적 토론회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저런 가능성에의 논의는 거의 없다시피 하고 말았다. 그동안 공론화과정이 완전히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었다.
김병준실장이 진심으로 대안을 고민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대안을 드리고 싶다. 이 대안들은 충분한 생명력을 가졌음에도 아직 제대로 음미되지 않은 것들이다.
첫째, 청와대만의 이전이다. 이건 필자가 평소에 상상해보던 것인데 다른 기능을 옮기는 일은 워낙 거창하고 힘드니까 청와대만이라도 옮겨서 분산전략을 기동력 있게 한다는 발상이다. 이미 청남대도 있고 해서, 충분한 가능성이 있고 효과도 크리라 본다. 사이버시대 탈권위를 좋아하는 대통령의 취향과도 맞다. 탈권위시대의 상징적 의미도 크다. 대통령 좋아하시는 기자회견도 화상회의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는 대통령 얼굴과 입만 쳐다보는 정부를 가졌다. 이거 좀 해결하고자 하는 염원이 있었는데 지금이야말로 호기가 아닌가? 저녁시간에 청와대의 의중을 알아보는 밥자리나 술자리를 만들 수 없으니 행정부각자가 독자적으로 판단해갈 수 밖에 없다. 통일 국방 외교만 청남대로 따라가면 된다. 아니 파견관만 보내도 된다. 정부 각부서 역량키우는데 그만이다. 장관이 똑똑해야한다. 장관들 스포트라이트받는다. 인물뜬다. 인재발굴의 호기 아닌가?
둘째는 중앙부서의 분산이다. 특색에 맞게, 가령 해양수산부는 부산, 문화부는 안동, 과학기술부는 대전, 교육부는 광주, 산자부는 포항 혹은 울산 하는 식으로 지방대도시로 분산하는 방안이다. 사이버행정시대를 획기적으로 앞당길 수 있는 비책일 수도 있다. 초기의 분산불편이야 있겠지만 그 자체가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한국의 전자정부의 위상이 될 터이다.
얘기가 길지만, 현정부가 본뜨고 있고, 박정희대통령이 구상한 바 있던 임시행정수도건설은 1970년대 후반이었다. 필자는 그 계획안이 백지화된 이후인 1980년대에 그 계획보고서를 접한 바 있다. 당시의 논리를 뚜렷했다. 북한주력무기의 사정권이 한강이북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북측의 전략무기의 개념이 국지전 위주였고 실물경제의 국부가 지나치게 한강이북에 편중되었기에 분쟁발생에 대비한 철저하게 안보차원의 분산이전이었다. 그러한 점 때문에 박대통령의 임시행정수도발표문에는 수도서울의 민심안정을 위한 구구절절한 사연이 들어있다. 당시가 독재적 정권시하였음에도 이전의 방침에 구체적인 방향제시가 있었고 하나하나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으려는 노력이 각별했다는 점이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통일후를 뚜렷이 의식하여 임시라는 점을 주장하고있는 점이다. 각설하고 그때와 지금이 어떤 차이가 있느냐 하면 실물경제의 편중도이다. 당시는 무장공비출몰이 다반사였던 시절이었다. 온라인경제가 없었고 4대문안에 모든 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박대통령의 걱정에 국민들이 동의하는 편이었다. 지금은 전혀 다르다. 사이버경제에 사이버행정에 사이버정치까지 시대가 환골탈태했다. 기능의 분산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호기이다.
셋째는 대전의 둔산 중앙행정타운과 연계한 보완적 시나리오다. 지난 2001년통계를 얼핏 보니 대전의 중심인 둔산행정타운에 9개중앙부서관청과 그 속에 4천명이상의 국가공무원이 이미 근무하고 있다. 지난 임시행정수도백지화이후 꾸준히 제2의 과천과 같은 기능을 대전이 맡도록 해온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20여년에 걸쳐 진행되어온 분산이전의 시너지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대전 그린벨트 어디쯤에 중앙행정기능을 분산보강하는 방안이 마치 화룡점정처럼 강구될 수도 있다. 매우 현실적인 대안이다. 통일수도로 이전한 후엔 그 시설들을 대덕밸리의 일부로 편입시킬 수 있으므로 낭비가 전혀 없다.
위의 세가지는 기능이전이다. 수도건설이 아니라 이전이다. 기능이전이란 소프트웨어다. 목적이 달성되면 언제든지 다시 스캔할 수있는 거다. 그러나 건설은 다르다. 신수도건설은 땅장사와 건설족의 잔치판으로 전락하는 외통수게임이다.
무슨 일이든지 성사시키려면 안 되는 것부터 따져봐야 한다. 공약은 어디까지나 그런방향으로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뜻이다. 그 검토의 과정을 국민에게 철저히 보여드리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중차대한 문제는 정략이 아니라 국민이 스스로 천년을 생각케해서 결정할 마당을 만들어 드리겠다는 뜻이다. 사실 현재의 당대의 국민만이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인지도 모른다. 하고자 하는 방향이 옳다고 확신할수록 반대의 경우를 철저히 챙겨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중도에 좌절이 없다. 정권이 바뀌어서 이전자체가 백지화 될 경우의 혼란과 낭비는 그대로 국가의 손실이요 국민의 부담이다. 적어도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을만한 공론화를 거치려면 반대자를 전면에 세워서 그 논리를 부각시킬 정도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반대의 주장들이 여러각도에서 제기 되고 난 다음, 그 주장이 담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대응책의 방향이 제시되어야 공론화의 단계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실은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도 실제로 추진되지 못하는 정책도 많다.) 또, 공론화 과정에서 이런저런 안이 나올수 있고 통일 후에는 어떻게 하는게 좋겠다는 식의 제안이 풍성하게 나올 수 있다. 필자는 도시계획 전문교수로서 그동안 숱하게 공청회초청창을 받아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기획단의 일면의 노력은 인정할만하다.) 문제는 팜플렛들에 기재된 토론자들의 면면을 보면 제대로 된 반대론자가 없다. 반대없는 토론이 무슨 의미있나?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의 여론몰이 과정이었다는 인식을 벗을 수 없다.
이미 충청도에 투자한 땅장사세력과 건설족들의 속셈은 뻔하다. “2007대선까지 열우당은 충청표를 포기할 수 없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성과가 있어야하니간 정부돈 들여서 신도시하나는 그럴싸하게 건설할거다. 철도도 깔고 도로도 널찍하게 놓고 공공시설도 장난이 아닐거다. 그 정도 돈 들여놓으면 정권바뀌어서 수도이전 백지화 되더라도 인구가 꽤 찰거다. 어차피 대전쪽은 인구가 불어나니간 위성도시로 제대로 계획된 도시가 번듯하게 들어선다. 그 주변 땅값은 충분히 건진다. 손해볼 거 없다. 게다가 정권재창출이라도 되는 날이면 대박 터지는 일이다.”
'정권의 운명’을 걸고 추진하는 사업의 꼭두머리에 이들이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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