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여자'의 시작은 어디인가요?

내 이름을 기억하며 날 의지하는 사람을 찾아서....

검토 완료

박진서(jipark2001)등록 2004.07.15 16:57
이렇게 여주인공의 이름을 늦게 알게된 영화가 또 있었는지 생각해본다.
아주 먼길을 그냥 택시를 타고 금방 가버리면 될 그 길을 마치 단거리 달리기
시합을 하듯이 막연히 뛰어가서 묻는다...
헉헉 거리며..'저 이름이 어떻게?'
그러자 그 아는 여자는 퉁명 스럽게 입을 반만 벌리며 내뱉듯이 얘기한다.
'이연...한이연..'

장진 감독의 영화 '아는 여자'는 이렇게 서로의 이름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 하려 들고 감독이 쳐놓은 사랑이라는 개념의 그물에 스스로 걸려 들듯이,
골목길 데이트를 하며 마지막 대사들을 주고 받는다.

누군가를 짝사랑한 경험을 해본이가 가장 가슴저리게 동질감을 느낀 순간이
이 영화에서 어디일까?..아마도, 여 주인공 '이연'이 동치성을 혼자 여관방에
남겨두고 나오며, 슬피 눈물을 머금는 장면이 아닐까?
뭔가 말을 하고 싶은데...
뭔가 묻고 싶은게 많은데...
나올려고 인사를 했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아,
애꾿은 창문만 다시 열다 닫다 나왔는데..
그이는 내게 아무런 관심이 없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지난 수년의 세월동안 가슴에 묻고 있었던 나의 감정을 그대로 내던져 버릴 수가 없기에 그니는 방송을 이용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온통 내 마음이 그이에게 전달이 되도록...
내가 아는 모든 방송국에 나의 메세지를 전달했다. 한 손가락 전체를 다 의미하는 다섯개의 방송국에....그들은 이렇게 시작해서 점점 '아는 여자'에서 친밀한 그리고 감히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사이가 되어간다.

사람들은 장진 감독의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대사를 기억하지만, 난 이렇게 아무에게나 있을법한 짝사랑의 감정을 조금씩 드러내는 그의 보편적인 생각에 관심을 갖고 싶다.
야구선수는 공을 1루로 던지질 않고, 관중석을 향해 던지며, 그니를 생각하지만,
평범한 직장인은 하루 직장엘 안나갈 수 있고,
내 밥줄을 쥐고있는 상사에게 서류뭉치를 내던질 수 있고,
맘에 들지 않는 손님에게 잔돈을 집어 던질 수 있다.
과연 그런 엉뚱함과 용기는 어디서 나올까?
아마도 세상에 내편이라고 생각하는 누군가가 날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불안한 마음을 그이에게 맡기면 그런 객기같은 진심을 밖으로 내던질 수
있지 않을까?
같은 날 같은 동네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을 잃어버린 두 사람은 이름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존재를 이렇게 자기편이라 생각한다.
그것도 여느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달리기를 통해 뻘뻘 땀을 흘리며 그니의 앞에서서 이름을 학인하며 그들은 내 인생의 자기 편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영원히 우리 삶의 주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사랑'
그 사랑의 시작은 멀리서 그냥 바라만 보는 환영과 환상이 아니라,
힘든 인생의 여정에서 상대의 존재를 확인하고, 잊을 수 없는 이름을 기억하게끔 만드는게 그 시작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그 기억이 나의 버팀목이자 '내편'이 되리라 믿는것이 되면서...

난 아는 여자를 보고 나오며 다시금 이런 생각을 한다.

아.....! 날 '아는 사람'이라 기억하지 않고, 내 이름을 가슴에 묻고 생각하며 날 '자기 편'이라 여기며 사는 이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그 사람이 남자든 여자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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