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떠나는 김두관 전장관께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철회한 마산사의 한 시민이 김두관 전장관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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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두현(mitbul)등록 2004.07.17 16:20
세월 참 빠릅니다. 벌써 2년이 훌쩍 지나버렸으니. 재작년 김두관 전 장관과 경남의 대통령선거를 걱정하며 만나던 때가….
재작년 말, 대통령에 당선 된후 노무현후보가 선거운동을 했던 사람들을 초청해, 부산의 롯데호텔인가에서 저녁을 내던 자리에서 김 전장관이 사회를 보셨지요. 그때가 생생하게 떠오르네요.

‘처음이자 마지막이겠지만,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님께 부탁드린다. 어렵게 당선되었으니 초심을 잃지 마시라’고 지극히 상식적인 부탁을 했던 것도…. 그것은 노무현 당선자가 잘난 것 없는 일반 서민들의 ‘상식’만 지킨다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그리하였던 것인데…. 그 후,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내일처럼 기뻐했던 순간이 지나고, 노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의 비리가 터져 나오고, 대통령이 임명한 각료들의 모습이 희망보다는 실망을 주기 시작하더군요.

어떻게 보면, 권력의 속성을 조금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그것은 따로 생각해 볼 수도 있는 문제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권력을 쥔 지식인집단의 자기 확신 과잉에서 나오는 ‘오만과 독선’의 길을 걷고 있지는 않은가 걱정이 되더군요.

‘아웃사이더’라는 유명한 책을 쓴 콜린 윌슨이 '권력을 쥔 지식인’을 다룬 책에 보면 프랑스 혁명 당시 공안위원회를 이끌며 혁명을 지키기 위해 공포정치를 편 자코뱅당의 로베스피에르나 러시아혁명을 이끌었던 볼셰비키 이야기가 나옵니다. 프랑스의 자코뱅당이 혁명을 지킨다는 이유로 무수한 사람을 단두대에 보내고, 볼셰비키혁명이후, 러시아를 장악한 스탈린이 혁명의 이름으로 수많은 정적들을 죽였던 것은 자시들은 옳고 정의롭다는 '지식인의 자기확신 과잉’에서 오는 것이라는.
혹 노무현대통령과 집권세력도 혹 그러한 '지식인의 자기확신과잉'에 빠져 버린것은 아닌지요?그렇지 않다면 정권 초 검사와의 대화 이후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개혁을 밀어붙일 줄 알았는데, 측근비리로 자기모순에 빠져들어가자, 자정을 통한 총체적인 개혁의 길로 나서지 않고 오히려, 이라크 파병결정과정과 미국방문 때의 철학부재, 부안 핵폐기장 사태, 공약사항인 부산 천성산 우회철도 건설폐기, 최근의 아파트분양원가공개 공약의 폐기, 김선일씨 피랍과 살해 때 청와대와 외교통상부의 거의 미필적 살인방조행위 등을 무엇으로 이해해야합니까?

근대시민혁명이라는 세계사적인 시대정신의 화신이었던 프랑스의 자코뱅당도 자기확신에 따른 자기모순에 빠져 들어갔는데 노무현 대통령과 현 정권은 서민대중이 주체가 되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완성이라는 우리의 시대정신을 구현하려고 하지는 않고, '우리가 옳다'라는 오만과 독선에서 오는 자기모순에 빠져 허우적 거린답니까? 김 전장관님, 그를 지지해준 수많은 서민들의 꿈과 희망을 생각할 때, 노 대통령은 실패해서는 안 되는 대통령입니다. 그러나 비주류세력과 변방의 지식인 집단을 이끌고 권력을 쥔 노무현 파워엘리트들은 집권을 가능하게 했던 도덕성도 잃고 정교한 정치공학을 실행할 이 땅의 1급 관료집단과 전문가집단도 장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무현 파워엘리트 그룹은 다시 한 번 2년 전 선거 운동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조금 늦었는지 모르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제일 빠른 때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중국으로 떠나기 전에, 노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있거든 꼭 이 말을 전해주세요. “대통령이 믿을 것은 결국 2년 전 그를 지지했던 사람이 바랐던 꿈이요 희망이다. 그 꿈과 희망에 충실히 하는 것이 이 정권이 살길이다”라는 것을. 현 정권이 일대 기로에 서 있습니다. 배에 물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임시변통으로 그때그때의 위기만 넘기려는 것이 아닌가 심히 걱정됩니다. 이왕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진 대통령의 인기입니다. 더 이상 무엇이 나빠지겠습니까? 권력에 빌붙어 자기잇속이나 차리는 아첨꾼들이 아니라, 당당하면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대통령에게도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천하의 인재를 모아야 합니다. 어물거리다 배가 가라앉아버리면, 노대통령은 배에 탄 국민을 죽인 죄인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 역사적 단죄를 어찌할 것입니까?

어렵사리 결정한 중국행일겁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와 중국과의 관계가 더욱더 중요해 지겠지요. 많이 보고 듣고 공부하고, 많이 성숙해서 돌아 오십시요. 이런 글을 두 번 다시 쓰기 어려울듯합니다. 저는 아직 김두관 전장관의 초심과 순수성을 믿습니다. 뜻있는 사람들 정치라는 격랑에 휩싸여 부침을 거듭하는 거야 늘 있었던 일이니 정치일선에서 잠깐 비켜서 있다고 해서 너무 위축되지 마십시오.

김두관 전장관은 이제 평범한 개인이 아닙니다. 국가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그 빚을 국민에게 갚아야할 의무가 있는 사람입니다. 잘 다녀오십시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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