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녀석들의 사랑 이야기

김태균 감독의 <늑대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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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숙(if)등록 2004.07.2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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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경(이청아): 서울에 있는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서 갓 상경함. 다소 어리버리하고 사리 분별력이 떨어지지만 얼떨결에 얼짱, 싸움짱인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음.
정태성(강동원): 성권고의 짱. 수줍음을 많이 타지만 한경 앞에서는 한없이 애교 덩어리, 여러 모로 아픔이 많은 듯함.
반해원(조한선): 강신고 짱이자 킹카 중의 킹카. 뭇 여학생들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음. 다소 저돌적이며, 거칠며 한 성깔함. 그러나 한경에게 필이 꽂힌 후 그녀에게만은 순한 양이 됨.

지금부터 정한경이라는 한 여자를 둘러싼 두 늑대의 옥신각신, 티격태격 사랑싸움이 펼쳐진다. 오랜 접전 끝에 결국 승패는 있기 마련이지만, 과연 누가 승인지 그리고 누가 패인지의 판가름은 여러분이 하시길.

전반전: '내 여자 친구 vs 우리 한경 누나'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경에게 첫 눈에 반한 해원. 그 이후로는 한경이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름을 불러대며 자신의 사랑을 전한다. 반면 비오는 날 갑자기 한경의 우산 속으로 들어오면서 친하게 된 태성은 꼬박꼬박 '누나'라는 호칭을 써 가며 애정 공세를 펼친다.
그들은 이렇게 성격부터 첫 만남, 사랑하는 방식까지 닮은 구석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다. 해원은 저돌적이며, 거칠고 사랑을 표현하는데 서툰 반면 태성은 온갖 애교를 부리고 때로는 연민의 정을 사기도 한다. 그러면서 나름의 방식을 고수하며 한경을 둘러싼 이들의 심리전과 육체전은 계속된다.

후반전
"나 어떡하냐? 너 좋아하나보다. 너 내 눈 앞에서 나타나지 마라."- 해원
"나는 네가 누나라는 거 짜증나. 우리 이렇게 만나게 해 준 하늘을 저주하고 그래." - 태성

서로 간의 신경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름대로 저울질하던 한경, 하지만 어느 순간 태성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바로 한경과 태성이 배다른 동생과 누나라는 사이.
하지만 한경을 향한 태성의 사랑은 누나와 이성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이를 질투하는 해원의 반격도 만만찮다. 그러나 한경은 홀연히 떠나고 어느 날 '느닷없이' 우산 속으로 들어온 것처럼 '느닷없는' 슬픈 소식을 안겨줘 남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며 경기는 막을 내린다.

관람평
귀여니의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한 <늑대의 유혹>, <그놈은 멋있었다> 두 편의 영화가 이번 주에 개봉함으로써 귀여니의 주가가 한창이다. 일단 지금까지로 봐서는 강동원과 조한선을 투 톱으로 기용해 뭇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늑대의 유혹>이 우세해 보인다.

실제 영화를 보면서 여성 관객들은 한경의 우산 속으로 들어와 처음 스크린에 얼굴을 내미는 장면부터 거의 무의식적으로 "아~"라는 감탄사를 절로 내뱉곤 했다.

그러면서 영화는 시종일관 다소 저돌적이고 거칠지만 내 여자 친구를 위해서는 온몸을 불사라 지켜 줄 것 같은 해원과 약해 보이지만 의외로 강단 있고, 애교 많은 태성이라는 두 남자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워 관객들에게 '당신이라면 과연 누구를 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듯 하다. 게다가 다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한경 역을 맡은 이청아도 자신만의 맛깔스러운 연기로 영화의 재미를 더해준다.

하지만 영화는 이러한 캐릭터 중심적인 면만 강조할 뿐 기존의 인터넷 소설에 대한 많은 비판과 이를 영화화 했을 때의 많은 한계점을 비켜 갈 수 없다.

무엇보다 인물을 둘러싼 그들의 주변 환경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구성도 부실해보인다. 숙적처럼 지내는 태성과 해원의 사이는 왜 그렇게 됐으며, 태성과 한경을 둘러싼 가정 환경은 어떠했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또 이들이 고등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한국의 고등학생의 현실과는 다소 괴리돼 보인다. 매일같이 싸움을 하고, 어떤 저지도 없이 포장마차나 술집을 들락날락하는가 하면 무면허에 오토바이와 차를 운전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이는 단지 영화가 멋있고, 흥미만을 추구하다 보니 현실 감각이 떨어진 것은 아닐까? 또 10대들만의 문화를 보여주기 보다는 어설픈 '어른 따라하기'에 지나지 않는 것은 간주된다.

또 10대, 20대 여성들을 겨냥한 영화인데다 한창 회자되고 있는 '신데렐라 콤플렉스' 열풍에 힘입어 여성들에게 환상을 가지게 하기도 한다. 그다지 잘나 보이지 않고 어찌보면 다소 촌스럽기까지 한 한경은 내로라하는 남성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가 한다(아마 현실에 비춰 봤을 때 이런 경우는 지극히 드물 것이다). 다소 맹랑해 보이는 한경도 두 남자 앞에서만은 한없이 순진한 여자 친구와 누나로 질질 끌려 다니듯 행동해 이 또한 마땅찮다.

인터넷 소설이 영화화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아 많은 한계가 있지만 <늑대의 유혹>은 단지 인터넷에서 인기를 얻었다고 해서 영화화하는 우를 범하기 보다 탄탄한 구성력과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는 어떻게 현실감각을 길러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길 기대케 하는 영화이다.

하지만 방학을 맞은 10대들에게는 조한선과 강동원이라는 두 배우를 보며 더위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당분간은 인기몰이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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