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부도덕한 관변 학부모단체 해체하라”

23일 성명에서 “학사모는 교육청·교장 힘으로 큰 관변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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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혁(bulgom)등록 2004.07.23 15:59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 임원 자녀에 대한 ‘상 몰아주기’와 관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원영만)도 23일 “관변 학부모 단체 해체”를 촉구했다.

전교조는 이날 성명에서 “학사모는 처음부터 교육청의 협조지시와 학교장의 적극 지원에 힘입어 성장한 관변단체”라면서 “이번 시상 관련 사건은 부도덕한 유착관계가 필연적으로 빚어낼 수밖에 없는 일종의 권력형 비리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또 “정부는 학사모와 인추협이 주최한 각종 행사의 수상실적에 대한 전면조사를 실시하고 조작 사례가 있을 경우 당사자를 엄중 조처해야 한다”면서 “학사모의 부도덕한 행태를 지원, 방조한 교육관료들을 문책하고 도덕성을 상실한 관변 학부모단체를 당장 해산하라”고 밝혔다.

송원재 전교조 대변인은 “함량미달의 관변단체를 키워가면서 뻔뻔스럽게 ‘참여정부’라는 간판을 내 걸 수 있는 건지 정부당국에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교육시민단체와 함께 감사원과 국회에 수상 관련 비리 의혹과 정부 지원금 유용 의혹 조사를 위한 감사청구서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전교조 성명서 전문이다.

각종대회 최고상 싹쓸이
‘관제 학부모단체’를 당장 해산시키고
정부기관과의 유착, 특혜의혹을 밝혀라!
- ‘전교조 반대’ 여론조성 위해 사실상 정부가 관변 학부모단체 키워 -
- 교육당국과 관변단체와 유착이 빚어낸 전형적 ‘특혜 의혹사건’ -
1. 어제 「오마이뉴스」 등 일부 인터넷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학사모)’, ‘인간성 회복운동 추진협의회(인추협)’ 등 일부 단체가 정부기관과 공동주최한 각종 경시대회에서, 해당 단체 간부의 자녀들이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장관상 등 최고상을 휩쓸다시피 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이 상이 대학입시를 앞둔 고3 수험생들에게 무더기로 주어진 것으로 드러나, 수상실적이 대입 당락을 크게 좌우하는 수시모집․특별전형과 관련하여 ‘입시부정’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2. 더욱이 ‘학사모’와 ‘인추협’을 사실상 모두 주도해 온 것으로 알려진 고 아무개 씨의 딸이 대학 입시를 앞두고 대통령상․국무총리상․서울시 교육감상 등 최고상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분노를 넘어 망연자실 그저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 행사를 공동주최한 교육당국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참으로 답답하고 통탄할 일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해당 단체 측은 “상 줄만 해서 줬다”고 큰소리를 치고 있으니, 이건 적반하장도 유분수요 간이 배 밖에 나온 것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3. 중립성과 공정성을 생명으로 해야 할 학부모단체와 교육단체가 이 지경으로까지 간덩이가 붓고 도덕성을 내팽개치게 된 것도, 사실 알고 보면 교육부와 교육청이 해당 단체에 대해 옥석을 가리지 않고 각종 지원을 퍼 부은 결과이다. 우리 전교조는 ‘학사모’ 창립 당시부터 교육청 등 정부기관과의 ‘끈끈한 유착관계’를 지적해 왔다. ‘학사모’는 처음부터 교육청의 협조지시와 학교장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단기간에 많은 회원을 확보했으며, 실제로 상당수의 교육청 관료와 학교장들은 ‘안티 전교조’를 표방한 단체의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이는 결국 ‘학사모’ 등 일부 교육단체가 순수한 교육단체라기보다는 교육청과 교육관료들의 영향 아래 놓인 ‘관변단체’이며, 이번 사건 역시 교육당국과 관변단체의 유착관계에 기초한 전형적인 ‘특혜 의혹사건’이라는 의심을 떨칠 수 없다.
4. 작년 4월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교장 자살사건’ 이후부터, 정부와 교육청이 이른 바 ‘안티 전교조’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교육계 내의 보수적인 목소리를 적극 부추겨 왔다. ‘학사모’ 역시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교육당국과 끈끈한 유착관계를 형성하며 유형무형의 편익을 지원받아 왔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 ‘학사모’가 정부기관과 각종 행사를 공동주최하고, 정부산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고, 정책과정에도 깊숙이 개입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이 같은 정부기관과의 끈끈한 유착관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이번 사건은 ‘곪을 대로 곪은 종기가 마침내 터진 것’으로, ‘부도덕한 유착관계’가 필연적으로 빚어낼 수밖에 없는 일종의 ‘권력형 비리’에 다름 아니다.
5. 이 밖에 우리가 또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처럼 함량 미달의 관변단체를 키워가면서까지 ‘안티 전교조’ 여론 조성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정부와 교육청의 한심한 작태이다. 앞에서는 ‘교단 화합’을 소리 높여 떠들면서, 뒤로는 관변 학부모단체를 앞세워 ‘교단 갈등’을 부추겨 온 정부의 태도는 ‘표리부동’ 그 자체이다. 교육부장관과 교육감들이 전교조와 ‘0교시․강제 보충자율학습 폐지’에 합의해 놓고, 뒤돌아서서 교육관료와 교장들이 주축인 ‘학사모’를 통해 “합의 폐기”를 요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파렴치한 작태를 저지르고도 뻔뻔스럽게 ‘참여정부’라는 간판을 내 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6. 더 한심한 것은 정부기관과의 유착을 악용한 관변단체의 부도덕한 행태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특히 문제가 된 고 아무개 씨의 경우, 정부의 행사 지원금을 유용한 혐의로 최근까지 동부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도중,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건이 상급기관으로 이첩된 채 조사가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와 관련하여 고 아무개 씨가 핵심간부였던 ‘인추협’에 참여하고 있는 전․현직 국회의원과 언론사 사장, 방송사 고위간부를 동원하여 경찰에 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것은 관변단체의 부당한 유착관계와 추악한 ‘먹이사슬’이 교육당국을 넘어 국회와 주요 언론사, 나아가 사법당국에까지 미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실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7. 이에 우리 전교조는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첫째, 정부는 ‘학사모’와 ‘인추협’이 주최한 각종 행사의 수상실적에 대해 전면조사를 단행하고, 부당한 압력이나 조작 사례가 발견될 경우 당사자를 엄중 조처하라!
둘째, 정부는 ‘학사모’와 ‘인추협’의 부도덕한 행태를 지원․방조한 교육관료들을 엄중 문책하고, 이미 도덕성을 상실한 관변 학부모단체를 당장 해산시켜라!
셋째, 정부는 고 아무개 씨의 조사과정에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부당한 압력에 대해서는 성역 없이 수사에 임하라!
넷째, 교육당국은 관변단체를 부추겨 교섭 당사자인 전교조를 폄하․비방하는 파렴치한 작태를 중단하고, 실체가 분명치 않은 관변단체와의 관계를 깨끗이 청산하라!

2004년 07월 23일
전 국 교 직 원 노 동 조 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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