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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을 토~옹일..."
나는 이런 노래를 수도 없이 부르면서 자라났다. 그런 교육을 받고 자라난 나에게 통일의 당위성은 절대로 부인하거나 의심조차도 해볼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물론 나는 아직도 우리 민족의 진정한 통일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사람이다. 하기야 우리나라의 그 누구가 통일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나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 본 현실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약 10여 년 전.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정일 주석과의 면담계획을 발표할 때 온 나라는 충격과 기쁨의 물결에 휩싸였었다. 금세라도 통일이 이루어질것 같은 분위기가 온 사회를 가득히 채우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흥분한 아내에게 "절대로 통일은 그런식으로 되지 않아."라고 단호한 어조로 이야기를 해서 아내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서독과 동독을 가르는 벽이 무너지고 사람의 물결에 의해 극적으로 체제의 장벽이 허물어지는 일은 결코 그리 쉽게 재현되기 힘들다는 것을 당시의 나는 이미 어렴풋이 눈치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통일비용'이란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 아마도 그 무렵이 아닌가 생각된다. 당시 냄비처럼 달아오르며 통일을 외치던 사회분위기에 대한 나의 냉소적인 시각은 그와 비슷한 이유에서였다. 사실 우리들은 그토록 통일을 외치면서도 통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실제로 오늘 당장 통일이 이루어지면 어떤 일들이 생길 것인가에 대해 시뮬레이션처럼 생각을 해 본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당시 나는 팔베게를 베고 누워서 한번 일반인의 상상력의 한계내에서 상상을 해 본적이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갑자기 통일이 이루어지고, 남북을 가르는 경계가 허물어지면 좋은 일만 일어날 것 같지는 않았다. 우선 달라진 말과 생활 습관들이 어떻게 어울릴 것인가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그 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북한 사람들이 마음속에 담고 있을 법한 남한사람들의 돈만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근성과 남한사람들의 마음에 솟아날 북한사람들의 비효율적인 사고와 근면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은근한 멸시가 부딛칠 것이란 생각이었다.
더더욱 무서운 것은 바로 통일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었다. 지금 우리는 통일이 되면 바로 옆에 있는 같은 언어를 상요하는 북한의 값싼 노동력을 사용하여 경제를 활성화하여 통일된 한민족이 동북아의 강국으로 부상하기를 꿈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주 제한된 일부 지역의 공단에 국한된 노동력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국가적 단위를 이루고 있던 전체 북한사회를 대상으로 한 것일 경우에는 엄청난 재원이 투입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과연 그런 경우에도 국민들이 순진한 민족적 사랑에서 상당한 기간동안 북한에 대한 아낌없는 경제적 지원을 감당하면서 통일을 이루는 것을 적극 찬성할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내 생각은 "No" 였었다.
탈북자의 행렬이 계속되고 있는가 보다. 보도에 의하면 동남아에만 무려 10만명에 이르는 탈북자들이 있다고 한다. 그 중 일부가 곧 한국에 들어온다. 이제껏 가장 많은 최대규모의 입국이다. 그것이 400명이라고 한다. 사회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그들에 대한 수용과 사회적응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는것 같다.
10만명의 탈북자 중 불과 400명의 탈북자가 입국하는데에 대한 반응이 이러하다면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소원은 통일~~~ " 이란 노래를 불러서는 안된다. 통일은 더 이상 감상적인 국민통제의 도구도 아니고, 현실성이 없는 일을 대상으로 한 최루성의 한풀이도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통일은 바로 우리의 곁에 있고, 우리가 하루하루 성실하게 준비해 나가야 할 무엇이다.
나는 당장에 북한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사람은 아니다. 또한 통일이 된다고 해서 북한사람과 남한사람이 어께에 어께을 감싸않고 춤을 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다. 나는 우리가 통일에 대한 준비가 전혀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날마다 두 눈으로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일이란 흩어진 한 민족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다. 북한과 남한의 한국인 재일 조총련과 겨류민단의 민족들, 중국에 사는조선족과 한국인이 한 민족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주변에서 소위 '조선족'의 사회적 지위는 어떠한가. 우리가 과연 그들을 같은 민족이고 같은 권리를 누려야 할 사람들이라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우리는 과연 그들을 위해 우리의 복지와 안녕, 경제적인 향유를 조금이라고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에게 그들은 어눌하게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또 다른 외국인 노동자에 불과 할 뿐이 아닌가.
우리가 조선족과 만나는 곳은 국내에서 뿐만이 아니다. 중국내에서, 베트남에서, 그리고 한국의 중소기업인 들이 진출한 곳 어디에서나 한국인과 조선족은 만나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한 차별적 대우뿐만 아니라 부당한 대우, 멸시, 모욕, 심지어 구타등이 수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그들이 한민족이지만 '중국국적의 중국인' 이라는 현실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같은 민족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당연시되고, 그들을 같은 민족으로 받아들이려는 진지한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쉽게 이야기 하는 '통일'이란 것은 가약할 수 없지 않느냐는 문제제기를 해보고 싶은 것이다.
나는 한국인이 진출한 해외공장에서 같은 핏줄인 한국인에게 구타당해 병원에 찾아온 사람들이 수없이 진료했기에, 그리고 그것에 대해서 증언해야할 양심의 의무를 느끼기에, 그리고 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서는 진정흔 통일이란 단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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