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앙물로 갚은 짐승만도 못한 동네 후배

동국대 이윤근 교수, 평소 돌봐주던 무기수 후배 칼에 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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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kimuk)등록 2004.07.27 18:53
"짐승은 구해주면 은혜를 갚고 인간은 앙물(殃物)한다."

한 대학 교수가 무기수에서 감형을 받도록 주선해 석방시킨 동네 후배의 칼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대학교수는 '한국 경찰 간부의 스승'으로 불릴 정도로 문무를 겸비한 수재로서 지역 사회 발전에도 아낌없는 희생을 감수해온 것으로 알려 더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7일 새벽 2시 20분경 합성동1동 소재 P호프집에서 동국대학 경찰행정학과 이윤근 교수가 "사업자금 5천만원을 안 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해온 동네 후배 J씨(49세 마산 합성동)의 칼에 찔려 삼성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던 도중 새벽 3시 30분경 숨졌다. 사인은 장기 손상 및 과다 출혈.

미리 준비한 칼로 살해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인 26일 이 교수는 마산 모대학 교수들과 시내 모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10시 40분경 귀가 길에 합성초교 동창회장인 김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간단하게 호프나 한잔 마시자"고 청해 P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 자리에는 이 교수의 동창인 서모씨도 동석했으나, 서씨는 11시 경 귀가하고, 단 둘이서 남은 술잔을 비우고 있을 무렵인 11시 30분경 J씨가 친구인 김모씨를 대동하고 호프집에 들어섰다.

이 자리에서 이 교수와 J씨 사이에 돈 문제 얘기가 있었으나,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중 27일 새벽 2시 20분경 J씨와 함께 온 김씨가 이 교수와 술을 마시던 김씨에게 "화장실에 같이 가자"고 청했고, 김씨는 "나에게 따로 할말이 있는 모양이다"라고 아무 생각없이 따라 나섰다.

J씨가 이 교수에게 칼을 휘두른 시점은 이들 두 사람이 자리를 비운 눈깜짝할 사이에 벌어졌다. 화장실 간 김씨가 술자리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J씨가 미리 준비한 회칼로 이 교수의 옆구리를 두 차례 찌른 뒤였고, 바닥에 쓰러진 이 교수의 등을 두 차례 더 찌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아수라장이 된 상황에서 J씨는 칼을 든 채 어디론가 사라졌고, 김씨는 119와 경찰에 신고를 했다. 이때가 26일 새벽 2시 20분경이다.

사고 현장에는 J씨가 범행에 사용한 칼을 쌌던 것으로 보이는 30Cm 길이의 신문지가 발견됐다.

사고현장을 목격한 김모씨는 "J씨가 호프집에 들어올 때 종이로 된 쇼핑백을 들고 있었으며 이 안에 신문지에 싼 회칼이 들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해 J씨가 평소 협박해오던 대로 사업자금을 주지 않는 이 교수를 위해할 목적을 가지고 호프집을 찾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경찰의 견해다.

경찰, J씨 체포 총 동원령

마산동부서는 사건 발생 직후, 강력 및 폭력 1반을 주축으로 한 J씨 검거반을 편성해 합성동 일대를 샅샅이 수색하고 있으나, 27일 오전 11시 30분 현재 검거하지 못하고 있다. 강력계 하홍기 반장은 "동부서 전 직원을 동원해 가해자가 은신해 있을 만한 장소를 수색하고 탐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 생명위협 협박 수 차례 당해

삼성병원 영안실에서 만난 이 교수의 친구들에 따르면 J씨는 수차례 살해 협박을 해왔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교수와 마산고 동기인 전모씨(49세 마산 산호동)는 "며칠 전 이 교수가 휴대폰에 녹음된 협박 내용을 들려줘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돈을 안주면 칼로 찔러 죽이겠다"는 J씨의 협박이 담겨 있었던 것. J씨는 이에 앞선 지난해에도 이 교수가 지인으로부터 매입해 개업한 합성동 모 식당에서 이 교수의 부인을 칼로 위협하는 등 인질극마저 벌인 적이 있었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이 교수와 J씨는 무슨 관계였나?

이 교수는 J씨가 고교 2년 시절인 지난 74년, 평소 짝사랑해 온 마산중부서 직원인 엄모양을 칼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할 당시, 동네 선배로서 정성을 다해 옥바라지를 해왔다. 특히, J씨가 10년 전 무기에서 감형을 받아 석방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다한 것으로 정평 나 있다.

그런데도 J씨는 틈만나면 이 교수에게 돈을 요구했고, 2~300만원을 수차례에 걸쳐 받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전모씨는 "물에 빠진 놈 건져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속담이 기차게 맞아 떨어졌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친구는 "친구 일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 처리하던 친구였는 데... 그놈의 인정 많은 것이 윤근이를 죽였다"며 동네 후배 J씨를 원망했다.

한국 경찰의 스승 이윤근 교수

고 이윤근 교수는 합성초교·마산고를 졸업하고 동국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할 정도로 탁월한 리더십을 보유했다. 어렸을 때부터 배운 유도실력으로 대학을 졸업한 뒤, 청와대 경호원으로 특채되어 근무하는 등 주위에서는 문무를 겸비한 수재로 평가를 받았다.

이 교수는 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과정을 거쳐, 독일의 명문대학인 독일 Freiburg대학교 법학박사(Dr. jur. 범죄학, 경찰학전공) 학위를 취득하고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로 후학 양성의 길로 접어들었다. 현재 그의 제자만도 경찰청 등 전국 주요 도시의 경찰청 고위 간부로 포진하고 있다. 그의 장례는 4일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며, 발인은 오는 30일 오전 8시이며 장지는 인곡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정기화(48세)와 1남1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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