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여름휴가 10%, 인권에 쓰자

21세기에 만난 18세기의 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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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ysreporter)등록 2004.07.28 12:31
인권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는 휴가철 독서 계획을 세운다면 우선 18세기의 고전들을 접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인권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하지만, 인권의 개념과 보편적 인권 사상은 서구 근·현대사와 더불어 자리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장 자크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1755)과 체자레 벡카리아의 「범죄와 형벌」(1764)은 각자 고유한 사상으로 현대인의 인권 의식 형성에 크게 기여한 고전이다. 두 작품 모두 ‘인권론’을 명시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정치·사회 공동체 안에서 인간의 권리가 어떻게 불평등하게 형성될 수 있고, 어떻게 폭력적으로 억압될 수 있는가를 다루고 있다.
루소는 협약에 의한 인간 공동체 안에서 불평등 형성의 기원을 추적한다. 그에 의하면 도덕적 또는 정치적 불평등은 일부 몇몇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를 끼쳐 누리는 갖가지 ‘특권’들에 의해 성립한다. 루소는 시민 공동체 안에서의 ‘차별’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벡카리아는 범죄와 형벌이라는 구체적인 주제를 다루면서 일개 시민에 대한 ‘합법적 폭력’의 가능성을 경고한다. 또한 “어느 누가 자신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를 타인에게 위임하기를 원했겠는가?” 라는 물음으로 사형제 폐지를 주장한다. 그의 사상은 1789년 ‘프랑스 인권 선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볼테르가 그의 책을 ‘인권장전’이라고 평한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두 고전 모두 100쪽 남짓한 ‘얇은 책’이다. 하지만 한 번 읽고 나면 인간의 권리에 대한 우리 생각의 두께를 부쩍 늘려 줄 것이다.
‘정리’를 위한 선택도 휴가철 독서로 보람 있다. 인권에 대해서 개념적으로 역사적으로 그리고 미래 지향적으로 잘 정리해 놓은 책으로 이봉철 교수의 「현대인권사상」을 들 수 있다. 전문 학술서이지만 일반인도 일독해 볼 만하다.
끝으로 휴가철에는 가족과 함께 책을 읽는 기회를 갖는 것도 뜻깊은 일이 된다. 차병직 변호사의 「사람답게 아름답게」는 청소년들이 즐겨 읽는 문학 작품 속의 인물과 사건을 통해 ‘사람답게 사는 것’의 의미를 묻고 답해 보도록 구성한 책이다. 가족이 함께 읽으면서 흥미진진한 토론의 장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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