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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디로 결혼을 미루던 친구가 지난 5월에 결혼을 했습니다. 나이 들어 만났다고 몇 달 만에 후딱 결혼을 치러 버릴 수는 없다며 이것 저것 재고, 밀고 당기기를 여러 차례하더니 드디어 결혼을 한 것입니다.
얼마전에 그동안 일이 많아서 친구들에게 집들이가 늦었다며 자신의 신혼집에 초대하겠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친구는 결혼생활이 아직 많이 낯설어서, 왜 내가 친정에서 엄마하고 생활하지 않고 이 낯선 곳에서 사는지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하네요.
여름 휴가가 끼어 있어서 집들이 약속일은 아직 한참 멀었는데 그 친구에게서 오늘 아침에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얘, 만약 전화할 일이 있으면 전에 내가 알려 준 전화번호로 하지 말고 이 번호로 전화해라. 전에 쓰던 번호가 인터넷 상에서 정보가 노출되는 바람에 다른 사람이 폰팅을 사용해서 전화 요금이 10만 원이 넘게 남편 통장에서 빠져나갔다고 하는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니?"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남편이 통장 정리를 하면서 그 사실을 발견했다고 하는데 범인은 아직 잡지 못하고 처리하려면 한참 걸리는 모양이어서 전에 그 번호는 해지하고 이 번호를 쓰는거야."
친구는 교단에 서는 남편이 돈 관리를 하고 자신은 생활비만 타서 쓴다고 합니다. 꼼꼼하고 자상한 성품을 지닌 남편이 알아서 돈관리를 맡고 있기 때문에 그게 오히려 편하다고 하네요.
뉴스로만 듣던 남의 전화 도용이 친구네 집에서도 일어났다는 말에 저는 우선 놀랐습니다. 친구네는 전화요금이 평소에는 만오천 원 안팎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전화국에 가서 알아보니 폰팅으로 사용된 요금이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범인을 잡으려면 먼저 신고부터 하라고 했답니다.
어떻게 정보가 노출될 수 있는지, 그 금액 만큼 전화를 썼다는 것은 의도적인 일일진대 그것도 남의 전화로 폰팅을 했다는 것이 건전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신혼집에서 생긴 사건 치고는 별나고 드문 일이라 싶어 통화하는 동안 "어머 얘!" 소리를 연발하다가 통화를 마치고 인터넷 상에서 내 정보는 안녕한가하는 조심스런 마음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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